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 서울 한강과 그 지천의 생태계 훼손
실천생태학은 환경재난과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우리의 일상(실천)과 환경(생태)과의 관계를 배우고, 이를 통해 삶을 꾸려나가는 새로운 전제를 확립해 일상을 바꿔나가기 위한 실천적인 공부의 과정입니다. 생태학적 지식의 갖춤과 우리 삶에서의 행동 실천 두 가지를 모색하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교육을 목표로 합니다.
월화수목 금금금, 출근길-퇴근길 반복에 지친 직장인들. 주말이 되면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는 조용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여유를 누리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 것이지요. 하지만 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자연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하천변에는 늘 시끄러운 포크레인 소리가 울려퍼지고, 예초기가 윙윙 돌아갑니다. 원래 강의 모습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굽이 굽이 흐르며 모래톱과 반짝 윤슬 남기며 흘러야 할 강이 제 모습을 잃고 콘크리트 수로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죠.
실천생태학 4강 <강 생태학>은 한강과 그 지천을 배경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강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 주고자 헌신해온 선배 강 활동가를 만나 현재 서울의 한강을 포함한 강의 모습과 문제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이번 강연을 맡아주신 분은 서울환경연합의 김동언 정책국장님 입니다.
"환경운동... 우연히 시작해서 그만둘 시기를 놓쳐가지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우스개소리로 말씀하셨지만, 최근에 영화 '수라'를 보고 다시금 환경운동을 하는 이유를 되새겼다며 덧붙이셨습니다.
"신영복 선생님께서, '자기 이유가 있어야 자유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영화 <수라>에서 "아름다운 걸 본 죄"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그때... 아, 자유를 얻었다. 싶었어요."
2010년~11년 생태지평 연구소에서 활동하실 때 DMZ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다니며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그런 생각이 드셨답니다. 두루미가 거닐고, 산양이 똥을 누고, 열목어가 뛰어올라가는 곳의 너무 좋은 풍경을 많이 보고 다니니까. "아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라는. 그때는 몰랐습니다. '아름다운 걸 본 죄'가 생길줄은.
아름다움의 감상도 잠시, 민통선 안쪽에 데크를 깔고 자전거도로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마침 열목어 산란철이었는데, 자전거길 공사로 물을 막아버리고 오탁방지망을 겹겹이 둘러서 열목어가 못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찬란한 자연 풍경을 그저 감상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강 운동은 모두 이 구호들의 변주입니다. 이 문장들만 붙들고 얘기합니다."
2018년 11월, 4대강 보 개방 실험이 있었습니다. 이포보 수문을 여니까 모래톱이 드러났습니다. 이것은 10년만에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강천보를 개방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여주 섬강과 남한강 물줄기가 만나는 곳에 여울이 생겨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2급 조류인 고니(Cygnus columbianus) 들이 떼지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뭐... 감격스럽죠."
한반도 대운하 사업 얘기가 나올 때, 전국의 강을 103일간 순례하는 순례단이 있었습니다. 종교인들이 중심이 되었던 모임입니다. 그 당시 김동언 정책국장님은 그것을 취재하는 기자였습니다.
"2월 13일 김포 애기봉에서 출발해서... 5월 11일쯤에는 남한강을 순례하고 있었어요. ....(중략)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니까. 아, 막을 수 있겠지. 생각을 했는데...
못 막았죠."
“민족의 젖줄이자 생명의 근원인 강은 우리와 한 몸입니다. 강이 죽으면 우리도 죽고, 강이 살아야 우리도 살 수 있습니다. 위기에 처한 생명의 강을 살리는 일은 현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각자의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수돗물에서 샛강까지, 그리고 샛강에서 강의 본류까지 지키고 모시며 잘 가꾸어야 합니다. 순례단 역시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한반도의 강과 산과 바다가 맑고 푸르게 되살아날 때까지 함께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2008년 5월 24일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이렇게 다짐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2010년에는 제가 환경운동가가 되어 버렸어요."
"저는 활동을 하며 늘 생각을 하는게... 우리가 더 물에 대해서 잘 알아야 된다는 생각이에요. 잘 모르니까.
늘 토목, 건축 계속 사업을 벌리시는 분들한테 속임당한다는 느낌입니다."
청계천에 흐르는 물은 자연적인 물이 아닙니다. 12만톤의 물을 '전기'를 써서, 서울숲 옆에 있는 뚝도정수장에서 끌어옵니다. '고도정수 처리'라는 것은 최고등급의 수돗물을 만들기 직전 과정인데, 이런 시설은 광역시 정도 수준에나 있습니다. 지방의 수돗물은 그보다 아래 등급이에요. 이 '고도정수 처리'가 된 물을 우리는 전기를 써서 매일 끌어올려서 청계천에 쏟아붓고 있는 것입니다.
여의도, 여의나루 역 인근에 있는 물빛공원은 지하철 유출수로 조성한 공원입니다. 지하철 건설할 때 지하수가 흐르는 곳을 건드리기 때문에 물이 나옵니다. 이것에 수돗물을 섞어가지고 물을 보내는 것이죠.
"한강을 제대로 잘 가꾼다면, 거기서 어린 아이들이 멱 감고 물놀이 해도 되잖아요. 옛날에는 그랬거든요.
그런데 '한강종합개발'을 통해서 우리는 한강에 유람선을 띄울 수 있게 되었는데
정작 아이들 물놀이는 수돗물 흐르는 강, 지하철 유출수가 나오는 공원에서 해야 하는 거죠."
중랑천 유역에는 '중랑 물 재생센터'라는 곳에서 하수처리수를 끌어와서 흘려보내는데 이 양이 매일 20만여 톤이 됩니다. 셈해보면 서울 전체적으로 매일 50만톤 정도는 하천의 생태유량(자연적인 물 흐름)이 부족해서 전기로 끌어올려서 유량을 만드는 것입니다.
"매일 이걸 하는 겁니다. 어마어마한 전기요금이 들어가요."
사실 지하수 수량이 풍부해야 그 압력때문에 산 위로 물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 써버리니 산과 계곡에서 물이 다 말라버렸습니다. 특히 5월, 산의 초록이 풍성하게 자라날 시기에 말입니다.
"남산에서 물 흐르는 거 보셨어요?"
(현재 남산 남사면에 흐르는 물은 사용된 수돗물을 약식으로 정화해서 내려보내는 것이다.)
정릉천의 시작지점은 국립공원 구역입니다. 하지만 하천이 땅 위를 흐르는 것이 아니라 터널 밑을 흐르고 있습니다. 하천 위에는 주차장이 있습니다.
"하천이 이런 구간을 통과하면 생태계는 어떻게 될까요?
아무것도 없는 거죠. 아무것도 없이 물만 흐르는 거에요."
김동언 국장님은 서울 하천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복개 아니면 반복개, 아니면 고가도로로 덮혀있다고 지적합니다. 물이 지나가면서 햇볕도 받지 못하고, 식생도 자라지 않고, 여타의 생태계가 지속될 수 없는 환경인 것입니다.
그 외에도 서울에는 189개의 보가 있다고 합니다. 흐르는 물줄기를 막아놓고 있으니, 물고기들이 다닐 수가 없는 것이죠. 그나마 24개 정도의 물고기 통로(어도)가 있다고 하는데, 이마저도 이상한 구조로 만들어져서 물고기가 올라갈 수 없는 것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사방댐도 문제입니다. 2011년도에 우면산에 산사태가 나면서 산사태 방지용으로 사방댐을 만들었는데, 문제는 그곳이 2007년에 서울시가 지정한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라는 것. 두꺼비가 자주 출현하여 지정된 곳인데, 사방댐을 건설하고 나서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습지를 조성해주어도 이제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심각한 생태적 단절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춘천의 소양강댐은 72년에 완공되었습니다. 29억톤을 저류할 수 있는 댐입니다. 이 댐이 건설될 때 사라진 마을이 무려 4600세대. 수도권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집을, 고향을 잃은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귀한 물을, 수돗물을 사용하고 먹고 있는 것입니다.
"물과 관련된 여러가지 뉴스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걸 보면서 우리는 생각을 많이 해야 돼요. 저 뉴스 속에, 그 배후에 있는 진실은 뭔지."
한 때 논란이 되었던 싸이의 '흠뻑쇼'. 가뭄시기에 300여톤의 물을 쓴다고 물 낭비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숫자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무리한 수준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3만명이 모이는 공연에 300톤의 물을 쓰니, 한 명이 1리터 정도 밖에 쓰지 않는 것입니다. 생수병 한 병 정도인 것입니다.
하지만 비교적 크게 논란이 되지 않는 '골프장'의 물 사용량은? 하루에 18홀 기준으로 800톤, 900톤씩 물을 사용합니다. 10분에 4명씩 짝 지어서 한 팀씩. 그렇게 운영한다면 10시간을 운영해도 240명. 이 인원이 사용하는 물이 800~900톤인 것입니다. 누가 더 심한 물낭비를 하고 있을까요? 참고로 골프장은 전국에 500여개가 있습니다.
하지만 골프장은 국가에서 '장려'되는 사업입니다. 국민체육을 진흥한다는 목적으로 말입니다. 골프장을 짓는 땅은 소유주가 파는 경우도 있지만 약 30~40%는 강제 수용당합니다. 조상들의 묘가 있어도, 대대로 살던 집이 있어도.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주소입니다.
"대규모 토목사업이라는게 늘 물이나 강을 희생시켜요."
김동언 국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한강의 개발사업이 우려됩니다. 한강에 더 큰 배를 띄우고, 정박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개발이 필요할까요?
"지금 유람선이 다니는 아라뱃길은 수심이 6.3m, 한강은 3.5m정도 돼요. 이 차이를 메꾸려면 준설을 어마어마하게 해야겠죠. 준설을 하면 모래를 엄청나게 퍼내야 하고, 그러면 여기 있는 생태계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은 롯데월드가 들어서있는 잠실 석촌호수는 원래 흐르는 강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잠실에 있는 한강은 지류였고요. 그러니까 석촌호수쪽 물길이 더 큰데 그곳을 막아서 호수를 만들고, 지류인 신천은 더 넓혀서 한강이 그쪽으로 지나가게 된 것이죠.
그 이후로 롯데타워, 9호선 지하철이 들어서게 되었고, 또 '물'을 건들게 되어서 싱크홀이 생겼다고 합니다. 몇만톤씩 전기를 써서 물을 끌어다 부으니 5년이 지난 뒤에야 안정화되었다고 합니다.
한강에서는 모래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파냈습니다. 한강종합개발 당시 7천만m3, 4대강 사업때는 남한강에서 약 5천만m3, 그 후로 30년간 서울 한강구간에서만 약 1800만 m3규모를 파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물은 기다려주기만 하면 원래 자리를 기억하고 돌아옵니다. '밤섬 제거 공사'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68년도에, 여의도에 제방을 쌓기 위해 서울시는 밤섬 폭파 계획을 세웠습니다. 결국 버튼을 눌러서 밤섬이 폭파되었습니다. 우리가 걷는 여의도 벚꽃길은 사실 밤섬의 잔해 위를 걷는 것입니다.
하지만 밤섬은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히려 더 크게.
"자연은 원래 자리를 알고 있습니다. 자연은 복원력이 뛰어나, 수십년이 지나고 지금의 밤섬이 된 것입니다.
기다려주면 생태계가 살아나고 자연은 회복이 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그 자리르 찾아가서 계속 파냅니다. 준설을 멈추지 않고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계속 설치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그 자리를 찾아가서 계속 파냅니다. 준설을 멈추지 않고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계속 설치합니다. 준설만 멈춰도 한강은 되살아날 수 있다고 김동언 국장님은 역설했습니다.
"갖가지 콘크리트 구조물 철거하고, 준설만 멈춰도.. 원래 자연과 똑같은 모습일 수는 없겠지만 독일의 '이자르 강' 사례나 유럽의 자연복원 사례를 봤을 때는 어느 정도 자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의 원래 모습이 어떠한지도 소개해주셨습니다. 임진강에 위치한 호로고루성. 이곳은 고구려의 고성(古城)으로, 삼국시대 신라와 고구려가 각축전을 벌이던 곳입니다. 말이 강을 걸어서 건널 수 있을만큼 물이 얕은 여울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원래 강의 모습을 간직한 곳입니다.
"이렇게 좋은 곳이 곳곳에 아직 남아 있습니다. 아름다운 곳을 많이 찾아가서 눈으로 많이 봐 두시기 바랍니다. 원래 강의 모습을 눈에 많이 익혀 놓으셔야 해요. 그래서 지금 서울에 있는 하천들. 계속 공사하고, 튤립 심어놓고, 가장 흔한 동물은 반려견이고. 이런 강의 모습보다는 원래 강의 모습을 찾아가서 봐 주세요."
"원래 강의 모습을 찾아가서 보다 보면은, 여러분도 강을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고 회복시키는 일에 같이 힘을 모아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실천생태학 4강 <강 생태학>의 정리를 마칩니다. 다음 5강 <쓰레기 생태학>은 쓰레기 없는 생활문화의 확대를 위해 실험적인 커뮤니티를 기획하고 실현한 보틀라운지 정다운 대표님의 강연 내용이 이어집니다.
강연 온/오프라인 참가 신청과 관련 문의는 생명다양성재단 SNS채널을 통해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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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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