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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명다양성재단 Dec 11. 2023

[실천생태학] 9강 집 생태학

김기창 교수: 진정한 행복이 가득한 집을 위한 제안

실천생태학은 환경재난과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우리의 일상(실천)과 환경(생태)과의 관계를 배우고, 이를 통해 삶을 꾸려나가는 새로운 전제를 확립해 일상을 바꿔나가기 위한 실천적인 공부의 과정입니다. 생태학적 지식의 갖춤과 우리 삶에서의 행동 실천 두 가지를 모색하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교육을 목표로 합니다. 


실천생태학 9강 집 생태학은 지구에 누가 되지 않는 방식의 '나의 집'을 직접 설계하고 그 노하우를 나눠주신 김기창 교수님과 함께 했습니다. 매일 살아가는, 나의 생활에서 기본이 되는 집 안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매일 아침 눈을 뜨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 나누어주셨습니다. 


이 강연에서는 지구에 누가 되지 않는 집을 설계할 때의 주요 포인트 네 가지가 소개됩니다.

환경파괴, 기후위기의 상황 속에서 거대한 사회 구조나 법 제도 차원 등의 큰 전환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무력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런데 생활의 큰 축인 주거 공간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일은 개인적 차원의 기후위기 실천이라 할지라도 '중소 전환'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기쁨은 생각보다 꽤 강렬해 보입니다.

 

탄소배출 최소화로 유지되는 집안의 온기

첫 번째는 '단열'입니다. 단열은 직접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추운 것을 견디지를 못하니 실내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먼저 건축주로서 자신이 원하는 단열 시스템을 확보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건축 시작 전에 시공책임자에게 기존의 것들과는 다른 단열 시스템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득하는 것입니다. 이 이해과정을 거쳐야 현장 작업에서도 충분히 반영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단열에서 바닥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교수님은 집터에 땅을 파고 밑창 콘크리트를 부은 후 방수제, 스티로폼 단열재, 마지막으로 철근 콘크리트를 타설 하는 메커니즘으로 진행했습니다. 스티로폼이 젖으면 단열효과가 떨어지므로 방수재는 무척 중요합니다.  단열의 경우 외단열, 내단열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이중 외단열은 철근 콘크리트(15cm), 단열재(15cm), 단열은박시트(5mm), 최종마감(벽돌, 돌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최종마감과 구조체 사이에는 반드시 10cm 정도의 빈 공간이 들어가야 합니다. 단열시트는 이때도 방수기능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내부는 석고보드나 미장으로 마감됩니다. 이렇게 전체 벽두께가 6-70cm가 됩니다. 창문은 제일 바깥으로 달게 되는데 집 안에서 최종 마감이 되었을 때 창문 안쪽으로 난 두꺼운 벽체의 흔적은 창가 테이블, 집안 장식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특별한 공간이 됩니다. 지붕 단열의 경우에는 벽 단열과 일관되게 시공을 함으로써 열손실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열에 신경 쓴 두꺼운 벽체에 창문을 뚫으니 집안 장식, 창가 테이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태양신이 선사하는 따뜻한 물

두 번째는 '태양열 온수 시스템'입니다. 태양열 온수 시스템은 크게 집열판, 온수탱크, 전기모터로 구성됩니다. 집열판에서 가열된 액체(얼지 않는 부동액과 같은 성질)가 온수 탱크 안으로 들어가 물을 덥히는 방식입니다. 이때 전기모터는 집열판 내 액체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전기로 교수님은 한 겨울에도 반나절만 해가 나도 온수 탱크 안 물이 따뜻해지는 것을 보면서  왜 이집트 사람들이 태양신을 숭배했는지 이해가 될 만큼 태양의 위대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해가 하루 종일 쨍쨍하면 온수 탱크 내 물은 60도까지도 올라갑니다. 한 12,1월의 한겨울이 되면 온수가 30-35도까지만 올라가 목욕하기 어려운 온도가 됩니다. 해서 온수탱크 내부에 백업전기히터를 활용합니다. 

태양열 온수 시스템 배치도


미생물과 협력하여 지구에 득이 되는 나의 분변

세 번째는 '퇴비 화장실'입니다. 교수님이 퇴비 화장실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수세식 화장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수세식 변기에서 용변을 보고 나면 그것은 물에 씻겨 내려가 정화조로 갑니다. 정화조는 주기적으로 비워집니다. 정화조 내 고형물(슬러지)은 땅에 묻히기도 하지만 주로 바다에 버려집니다. 이 과정을 알고 나니 변기에서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는 이 간단한 과정이 커다란 고민으로 머물게 되었다고 합니다. 퇴비 화장실의 메커니즘은 간단합니다. 식강이라고 하는 스테인리스 들통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2인 가족 기준으로 식강의 크기는 높이 40cm, 지름 30cm 정도면 충분합니다. 식강 위에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리는 대신 톱밥을 뿌립니다. 그리고 톱밥과 용변 내 미생물이 서로 잘 작용할 수 있도록 공기가 잘 통하게 두면 됩니다. 이때 톱밥은 가열해서 말린 목재의 톱밥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생목재에서 나온 톱밥이 필수입니다. 교외에서 '장작 팝니다'라고 써진 곳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은 2인 가족 기준으로 사흘에 한 번 정도의 주기로(식강이 절반 정도 차면) 비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것을 어디다 비우느냐도 중요합니다. 집에 땅이 있는 것이 중요한 대목입니다. 왜냐하면 퇴비 생성 장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퇴비 생성 장소는 지붕이 필요합니다. 가급적 햇살을 조금 받는 것이 좋지만 방향에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비는 막아야 합니다. 땅을 50cm 정도로 얕게 판 후 잔자갈을 채우고 그 위에 드럼통을 높습니다. 드럼통 바닥에는 구멍을 뚫어 액체가 땅으로 스며들도록 합니다. 땅을 얕게 파는 이유는 이 액체가 지하수와 만나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땅을 팔 때 조금이라도 물이 스며 나온다면 그곳은 퇴비 생성 장소로 부적격합니다. 2인 가족 기준으로 큰 드럼통 2개면 충분한데 위는 공기가 통하도록 고기망으로 막아둡니다. 이대로 8-12개월을 방치하면 프리미엄 퀄리티의 퇴비가 됩니다. 퇴비통에는 용변뿐이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넣어도 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죄악을 저지르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변기 뚜껑 아래 식강이 있다.
퇴비장 바로 앞에 있는 외부 퇴비 화장실


하늘 물로 가꾸는 정원

네 번째는 '빗물 저장'입니다. 정원에 있는 화초에 물을 주는 등의 활용을 위해 빗물을 저장합니다. 기존 빗물 홈통을 잘라서 빗물저장통과 연결하고 통 밖으로 물이 넘치지 않도록 최대한 높은 위치에 배수구멍을 뚫은 뒤 빗물 홈통이 물을 내보내는 곳으로 흘러 나갈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입니다. 밑에 밸브를 하나 만들어서 필요할 때 밸브를 열어 물을 받아 쓰면 됩니다. 빗물저장통은 반드시 그늘에 있어야 합니다. 해서 북쪽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겨울에는 운용을 중단해야 합니다. 빗물저장통도 막고 내부의 물도 비우는 편이 좋습니다. 빗물저장통을 땅에 묻으면 외관상 훨씬 깔끔하며 겨울철 대비도 필요가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터가 필요합니다. 

빗물 저장통 설계도

이상으로 실천생태학 9강 ‘집 생태학’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양식이란 어떤 것인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강연이었습니다. 다음은 ‘플라스틱 생태학’입니다. 장한나 작가의 강연 <새로운 돌, 새로운 대지, 새로운 자연>이 펼쳐집니다.


강연|  

김기창 교수

기록|  

박지연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생명다양성재단|

생명다양성재단은 생물과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과학을 바탕으로 자연 및 환경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고 해결하고자 2013년 설립된 공익 재단법인입니다. 환경 전문성을 바탕으로 과학적, 사회적, 문화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누구나 환경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삶 속에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습니다.  


생명다양성재단 홈페이지 

https://www.diversityinli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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