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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명다양성재단 Dec 14. 2023

[실천생태학] 10강 플라스틱 생태학

장한나 작가: 새로운 돌, 새로운 대지, 새로운 자연

실천생태학은 환경재난과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우리의 일상(실천)과 환경(생태)과의 관계를 배우고, 이를 통해 삶을 꾸려나가는 새로운 전제를 확립해 일상을 바꿔나가기 위한 실천적인 공부의 과정입니다. 생태학적 지식의 갖춤과 우리 삶에서의 행동 실천 두 가지를 모색하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교육을 목표로 합니다.


실천생태학 10강 플라스틱 생태학은 화석이 된 플라스틱, '뉴 락(New rock)'으로 잘 알려진 장한나 작가님과 함께 했습니다.


장한나 작가님의 작업여정에서 플라스틱과의 인연이 처음 시작된 것은 대학시절이었습니다. 흙이 좋아 조소를 전공하게 된 그녀는 수업 시간에 주조 과정에서 금속 대신 훨씬 값싸고 간편한 플라스틱을 활용한 실습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유해성이 신체 현상으로 드러나는 것은 물론 재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들어 종이와 같은 대체제로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이후에는 이웃 나라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개인의 일상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관련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2017년에는 일상 곳곳을 점유했다가도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지는 '쓰레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쓰레기차를 추적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습니다. 그 결과물은《Micro plastic canape》전시로 공개되었습니다.

2017년에 열린 전시. 출처: http://ujeongguk.com/micro-plastic-canape


위 전시를 진행하며 석유 산업, 플라스틱 산업 등에 관한 연구를 하다 보니 늘 가던 바다에서 전에 안 보이던 돌처럼 생긴 플라스틱이 장한나 작가님 눈에 꽂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것들을 수집, 리서치 하면서 해당 플라스틱들이 Plasticsphere(생태 공간이 된 플라스틱), Plastigromerate(자연물과의 혼합으로 이루어진 플라스틱), Pyroplastics(자연물이 섞이지 않은 자갈과 같은 모양의 플라스틱) 등으로 불리고 있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장한나 작가님은 이런 플라스틱들을 통틀어 '뉴 락(New Rock)'이라 명명했습니다.

정말이지 돌처럼 생긴 플라스틱 ⓒ장한나


뉴 락의 첫 번째 조건은 '플라스틱'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의 원료는 나프타(Naphtha)입니다. 나프타는 석유에서 나오는 물질입니다. 우리가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데 있어 제품 하나하나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플라스틱이 석유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인간 생활의 의식주 전반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인간들은 나무, 동물의 뼈 등과 같은 자연에서 얻은 물질로 많은 것들을 해결해 왔습니다. 대부분 생존과 직결된 부분들이었습니다. 장한나 작가님은 플라스틱의 등장 이후 물질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이 그 울타리를 벗어났다 말합니다. 플라스틱인 뉴락은 이러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주로 발포 계열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스펀지락. 돌처럼 생겼지만 매우 가볍다. ⓒ장한나


뉴 락의 두 번째 조건은 '자연과의 교류'입니다. 플라스틱이 버려져 바람이나 파도에 의해 물리적으로 마모되거나 열이 가해져 자연물에 눌어붙게 되는 등의 과정으로 뉴락이 만들어집니다. 뉴락은 생태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며 장한나 작가님은 뉴락은 새로운 대지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바위에 들러붙어 마치 자연물인 것처럼 보이는 뉴 락 ⓒ장한나
생태공간으로 활용되는 뉴 락 ⓒ장한나
어떤 식물에게는 대지로 작용했을 뉴 락 ⓒ장한나


장한나 작가님의 뉴 락 프로젝트는 '뉴 네이처(New Nature)' 작업으로 이어집니다. 그녀는 뉴 락 연구 과정에서 인간이 생태계에 주는 영향과 그 발현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상 매체로 구현된 뉴 네이처에는 납 오염에 적응한 호주의 집참새, 기온이 높아지면 환경 적응력과 생존력이 높아지나 면역력이 낮은 사람에게는 뇌염, 뇌수막염, 폐질환과 같은 질환을 유발하기도 하는 곰팡이 크립토코커스 데네오포르만스(Cryptococcus deneoformans) 등이 등장합니다. 이때 작가님은 인간이 보호하고 싶은 종이 꽤 한정적이라는 점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장한나 작가님의 다른 작품으로는 '신 대지미술', '신 생태계' 등이 있습니다.

<신 자연>의 한 장면 ⓒ장한나

장한나 작가님은 뉴 락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돌이 생기고 있다'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지시키고자 합니다. 자연과 인간과 예술을 매개하며 예술가이자 한 사회의 책임감 있는 일원으로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앞으로의 작업도 매우 기대됩니다. 모두 응원하며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으로 ‘플라스틱 생태학’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2023년 실천 생태학의 강연에 함께 해주신 모든 강연자분들과 수강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강연|  

장한나 작가

기록|  

박지연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생명다양성재단|

생명다양성재단은 생물과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과학을 바탕으로 자연 및 환경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고 해결하고자 2013년 설립된 공익 재단법인입니다. 환경 전문성을 바탕으로 과학적, 사회적, 문화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누구나 환경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삶 속에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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