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만약 이곳에서 사교육을 해야한다면,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과목들을 해보자 싶었다. 좋든, 싫든 이왕 이렇게 오게 된 두바이에서, 조금은 이국적인 것들을 해봤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넷볼, 승마, 테니스, 짐나스틱, 파크루 등 한국에서는 비싼 가격은 차처 하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학원도 찾기 힘든 과목들이 여기서는 10분 거리에, 금액도 두바이 사교육들의 평균 1회 가격인 100 디르함, 즉 35900 원이니, 우리가 두바이에서지내는 동안만큼은, 한국에 없는 다른 문화의 다양한 활동들을 많이 접하게 해주고 싶었다. 어릴 적 외국경험이 적었던 엄마의 한풀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아이들은 매주 월요일 저녁, 두바이에 하나밖에 없는 한국 태권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운다. 한국에서 아주 흔하게 상가마다, 아니 상가 한 층마다 하나씩은 꼭 있는 그 태권도말이다.
두바이에서 태권도라니
처음부터 아이들이 태권도에 흥미를 보인 것은 아니었다. 그날은 인터내셔널 데이라는 학교 행사날로, 각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게 각 나라마다 문화와 먹거리 등을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두바이스러운 행사날이었다.
행사 막바지에, 한국 학생들이 노래에 맞추어 태권도 동작을 해내었고, 마지막엔 격파까지 성공시켰다.
2월의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내려쬐는 두바이 잔디밭 한가운데서 멋지게 동작을 해내는 한국 아이들을 보며, 나 역시 뭔가 마음에 뜨겁고 뭉클한 것이 느껴졌는데, 큰 아이도 그랬나 보다.
"엄마, 나 태권도 배울래."
늘 시작이 어려운 나의 첫째가, 드디어 두바이에서 하고 싶다는 운동이 생긴 순간이었다. 공부보다는 운동 사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두바이 엄마들 틈새에서, 테니스며 축구며 두바이에서 쉽게 배울 수 있는 많은 운동들을 늘 달래고 달래서 시켜봐도 뭐든 시큰둥하던 아이에게 말이다.
태권도야 한국에서는 방과 후 유치원생들과 초저학년들의 뭐 그냥 필수코스로,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두바이에는 한국인 태권도장은 딱 하나, 그것도 가장 많이 막히는 헤싸 스트릿 Hessa st. 바로 옆태권도장뿐이다. 그게 대수겠는가, 아이가 하겠다고 한 게 중요했다.
아이의 맘이 바뀔까 바로 등록을 하고, 5살 꼬맹이까지 같이 매주 한번 학교가 끝나는 5시에 수업을 시작하였다. 많은 한국친구들이 함께하는 시간이라, 한국어로 대화도 할 수 있고, 태권도 관장님 역시 한국분이라 그런지, 6개월이 넘어가는 지금까지 아이는 늘 월요일 5시를 기다린다. 짐나스틱도, 테니스도, 파크루도 아닌 한국의 태권도를말이다. 우리가 이 멀리 두바이까지 와서 태권도를 배울지 누가 알았겠는가.
디스 이즈 태권도. 위 아 프롬 사우스 코리아
엄마의 작은 속상함은 뒤로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는 태권도를 배운다며, 자신들의 옐로 벨트를 으스댄다.태권도보다는 두바이에서 흔한 주짓수 Ju jitsu 옷과 비슷하여, 누군가 주짓수냐고 물으면, 정확하게 '태권도'라고 말하며, 우리는 사우스 코리아에서 왔다고 말한다. 해외에 나오면 다 애국자라더니, 5살 7살도 벌써 애국자라도 된 것일까?
어쩌면 아이들도 한국이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한국에 두고 온 많은 것이 그리웠는데, 한국에서의 시간이 나보다 짧은 아이들이라고해도 그 그리움은 별반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태권도 동작보다는 한국친구들 다같이 모여, 한국어로 얘기하고, 뛰어다니는 시간이 좋았겠지.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두바이에서는 태권도도 이국적인 운동 중의 하나일 테니, 태권도를 배운다는 것 역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두바이에서 두바이스러운사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