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검열과 반성으로 가득 찬 창업자의 비공개 일기장
어느덧 올해의 절반이 흘러간다. 올해 2024년도는 시간이 정말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기억에 남는 것들이 크게 없다. 그저 제자리에서 뜯어고치고, 다시 엎고, 다시 마음 다잡고 무엇 하나 쉽게 나아가지 못하는 지난한 시간들로 가득했다. 경영자로서 조직 관리의 숱한 고민들이 쌓이고, 디렉터로서 브랜드 성장에 정체가 있는 것 같은 막연한 불안함이 쌓이고, 디자이너로서도 우유부단함이 쌓이면서 발목에 큰 쇳덩이들이 묶여 있는 것처럼 쉬이 전진하지 못하는 긴 시간들에 쌓여 있다.
뚜렷한 성과 없이 테스트 비용이라는 명목하에 지출이 펑크 나듯 쓰이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어쩌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회사의 필요악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의 판단과 결정들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 같다. 나 개인의 자존감이 내려가는 것을 떠나 회사가 정체하고 성장하지 못할까 봐 그게 가장 두렵다.
외부 요인들로 망하는 것은 두렵지가 않으나 나의 미숙함과 가벼운 판단들로 쓰이는 지출들로 회사 재무 기반이 흔들리고, 한 순간 위험해질까 봐 걱정이 든다. 브랜딩 영역에 있을 때는 재무 인지보다 크리에이티브와 완성을 기준에 두어야 한다는 원칙을 명분으로 시간적 투자와 리소스를 하염없이 늘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따금 정신이 깨지듯 돌아보게 된다. 디렉터에서 갑자기 창업자 캐릭터가 훅 치고 올라오는 순간들이다. 그럴 때마다 망망대해의 바다에 작고 가볍게 만든 종이배가 하염없이 흔들리며 떠내려가는 상상을 한다. 나의 앞서고 가벼운 판단들로 접힌 작은 물체에 무수한 선원들을 태우고 걷잡을 수 없이 파도에 휩쓸려 가 버릴까, 실패한 프로젝트의 후폭풍이 훗날에 크게 몰아 칠까 봐, 잡히지 않는 두려움에 긴 새벽 종종 놀라듯 잠에 깬다.
하찮고도 쉽게 흔들리는 작은 종이배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배 안에는 누가 남아 있을까. 스스로의 부족함에 발버둥 치고 있는 이 모습을, 나는 내일도 잘 숨길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근근이, 그저 하루하루 버티고 나아갈 수밖에.
-2024.5.24 오전 12: 35이 다 되어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