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내음 Aug 28. 2023

미루고 미루던 일기

나의 이야기는 특별한 수신용 Mhz를 가지고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온 식구가 외출을 하지 않은 날이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늦게 일어났지만, 일단 모자를 집었다.

아파트 한 바퀴를 돌아야만, 내가 원하는 아침의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오늘은 운 좋게도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다. 

원없이 산책을 해도 된다는 뜻이다. 


느리게 걸어본다.

나무 냄새, 혹은 나뭇잎 냄새, 그도 아니라면 바람이 전하는 흙냄새


아침마다의 산책을 얼마전부터 하루를 여는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나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의식하지 않아도 내가 열릴 수 있고

생각하지 않아도 내 마음에 이야기가 넘칠 수 있으려면

일단 바람과 흙과 햇살에 눈을 뜨고 들을 수 있어야 할 것만 같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연인에게 손을 흔들 수 있는 사람이 있듯

아무렇지 않게 잠재운 나의 모습을 다시 꺼내기 쉬운 사람도 있겠지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잠재우기가 너무 싫어서 괴로웠듯

다시 꺼내는 것도 좀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도 어디선가는 솔직한 나 그대로의 나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무언가를 맹렬히 하는 나도 있겠지만

본질을 찾아내기 위해 무의식의 벌판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내가 필요하다. 


블로그를 시작했다.

일기도 다시 이어가야겠지.

영상을 찍고 음악을 고르는 즐거움도 모두 회복시킬 거다.


모든 오감이 그렇게 다시 이어질 때

나만의 발을 내딛고 나를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내 이야기는 아주 특별한 수신용 Mhz를 가지고 있다. 

그 주파수에 다시 맞닿기 위해 애써보려 한다.


모두들, 잘 지냈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부모 사랑은 락앤락 속에도 담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