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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Feb 27. 2021

코로나 전의 유 퀴즈가 그립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영된 유 퀴즈는 완전히 정반대의 방향으로 변했다

  코로나 이후에 오히려 화제성이 올라간 예능 프로그램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 퀴즈)>이다. 이전에는 특정 지역에 찾아가서 우연히 만나는 일반인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당황스러운 재미가 있었다. 5화의 샤넬 미용실 할머니, 8화의 삼청동 갤러리 과장님, 13화의 성북동 할머니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누구를 인터뷰할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누구를 인터뷰할지에 대한 궁금증과 예상하지 못한 포인트에서 나오는 재미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인터뷰는 일상 속에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조차 빛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내포하는 결과를 낳았다. 즉,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발굴하는 것이 바로 시즌 1,2의 유 퀴즈였다.

5화의 샤넬 미용실 할머니들. 출처: Tving
13화의 성북동 할머니, 8화의 갤러리 과장님 인터뷰. 출처: TVN D ENT 유튜브

  하지만 코로나 이후의 유 퀴즈는 정반대의 지향점을 가진 프로그램이 되었다. 유 퀴즈 시즌 1,2는 일상 속에 사는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현재 시즌 3은 특별함 속에서 평범함을 발견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일반인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지만, 실제로 우연히 만나는 일반인을 섭외하는 것이 아니라 화제를 끄는 직업군의 사람 혹은 꽤나 의미 있는 성취를 달성한 사람, 혹은 기업의 회장 등이 출연한다. 이는 분명한 차이다. 이전에는 인터뷰이의 인터뷰가 어느 정도 진행되기 전에는 그 인터뷰이의 특별함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애초에 누구나 특별함을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을 바탕으로 특별함을 파고들어서, 특별함 속의 평범함을 발굴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평범해 보이는 커플의 특별한 달콤함을 파고드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만으로 특별해 보이는 이삭토스트 회장님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굉장히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것이 바로 방향 전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이전 시즌이라면 기업의 회장이나 총수 등은 출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배우들이 가끔씩 해당 지역의 주민으로 출연하기도 했지만.

  시청률로만 따지면 변화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기업 회장, 화이트해커, 최연소 공무원 합격자와의 인터뷰는 그 사람만으로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함 속 평범함'은 그간 시청자가 예능에서 많이 봐왔다. 나영석의 예능이 대표적이다. <꽃보다 청춘>, <신서유기>, <1박 2일>, <윤식당>, <윤스테이>, <삼시 세 끼> 모두 윤여정, 정유미, 박서준, 이서진 등 톱스타들의 여행과 요리를 통해서 그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스타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비춘다. <전지적 참견 시점>,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관찰 예능의 대부분이 이러한 목표 의식의 범주에 들어간다. 형식은 모두 다르지만, 스타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것은 동일하다. 현재 <유 퀴즈>의 형식 역시나 마찬가지다. 물론 언급한 다른 예능에 비해서 덜한 것은 사실이나, 점점 이러한 색채가 짙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유 퀴즈>의 독창성은 특별함에 기대지 않고 특별함을 도출해내는 힘이다. 유재석과 조세호의 인터뷰 또한 이러한 방향성에 완전히 최적화되어있다. 유재석이 토크를 리드하고, 자칫 무겁게 흘러갈 분위기를 조세호가 환기시키는 방향으로 평범한 시민들이 부담을 내려놓고 아주 자연스럽게 특별함이 묻어나도록 대화를 유도했다. 그리고 그 대화는 자못 감동적일 뿐만 아니라 큰 위로로 다가온다. 권태로운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개인 각각의 특별함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자신과 비슷해 보이는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 유재석과 조세호의 토크로 인하 특이점이 드러나는 순간, 시청자 또한 인터뷰하는 출연자에 이입해서 자신의 특이점이 무엇인지 떠올려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유 퀴즈>는 분명히 최근 유행하는 '특별함 속의 평범함'에서 역행하는, 그리고 유행에 역행하는 만큼 다른 예능이 낳지 못하는 특별한 감흥을 유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예능과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시청률이 TV 프로그램의 가장 큰 척도임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의 유행 공식에 역행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가장 큰 성취는 흥행 공식을 부수는 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예능 판도를 바꾼 <무한도전> 역시 그간의 통념을 깨는 것에서 시작했다. <유 퀴즈> 또한 다시금 현재의 판도를 뒤바꾸는 길을 다시 가기를 팬으로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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