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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작가 Mar 23. 2020

지금,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글쓰기에서 배운다.

 카뮈는 “허무주의의 담장 안에서도 의미를 찾고, 이 의미를 통해 허무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의미가 더는 바깥세상에서 오지 않을 때 우리는 스스로 의미를 만들 자유를 갖는다는 것이다. 


 카뮈는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부조리에 맞서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카뮈가 말하는 행복은 힘들지만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과 만족감, 즉 ‘노력 그 자체’였다. 그저 ‘세상의 비참함과 위대함’을 끌어안으면 된다고.


 ‘신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카뮈는 세 가지 답을 한다. 


 “살고, 행동하고, 쓴다."


 카뮈의 말을 요즘 자주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나는 내가 가진 신념을 어떻게 실천하고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 나는 무엇을 쓸 것인가...살고, 행동하고, 쓴다는 말이 쉽지 않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깨닫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한 번씩 가슴 답답함을 느낀다. 사람 사이 관계에서도 내가 전달하고 싶은 의미는 이게 아닌데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답답하기도 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답답하기도 하면서. 말보다 글을 더 신뢰하는 이유는 생각이 한 번 걸러지기 때문이다. 책을 쓸 땐, 여기서 한 번 더 걸러내는 작업을 하게 된다. 단어의 사용이 적절한 지, 편견이 들어가 있지 않은지를 한 번 더 생각해본다. 


 책을 쓰면서 깨달은 것은, 더 잘 쓰기 위해서 더 잘 살아야한다는 사실이었다. 경험해보지 않고서 안다고 말할 수 없으며 진심으로 공감하지 않고서 상대방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내 생각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시작한 것 같다. 내가 확실히 안다고, 나의 믿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수많은 어리석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카뮈가 말했던 ‘살고, 행동하고, 쓰는 삶’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누구나 삶에 대해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며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판단한다. 우리는 누구나 글을 쓰면서 진실된 자신과 마주할 수 있으며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지금의 내 삶은 ‘읽고 쓰고 말하는 삶’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쓰기 위해 끊임없이 읽고 행동한다. 그리고 행동하고 쓴 것에 대해 말하는 삶을 살고 있다. 어쩔 때는 행동하기 위해 책에 쓰기도 한다. 나의 결심을 글로 표현하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많다. 생각을, 결심을 글로 표현하는 힘은 엄청나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쓰는 것이 더 조심스럽다. 



 그동안 여섯 권의 책을 쓰면서 내가 얻었던 가장 큰 부분은 바로 ‘통쾌함’이었다. 내가 경험하고 깨달은 것을 써내려가면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속이 시원했다. 세상을 향해 하고 싶었던 말을 글로 쓰면서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집필을 끝내고 쉬지 않고 다음 책을 집필하면서도 외롭지 않고 답답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다른 돌파구를 찾지 않더라도 나는 즐겁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많이 읽고 많이 쓰라고 말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 싶어지며 쓰면 쓸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나의 상처, 아픔, 고통...그 외 수많은 감정을 글 속에 담으며 그러한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힘든 순간 외부에서 답을 찾았던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글을 쓰면서 답을 찾아왔던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카뮈의 “살고, 행동하고, 쓴다.”는 말을 떠올리며 지금 이 순간, 나답게 살기 위해 늘 깨어있을 것이며 읽고 쓰면서 얻는 부분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갈 것이다. 지금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도망가도 결국 내 인생’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살아가야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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