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陽瑞石池
경북 안동에서 영양을 가는 버스를 타면 입암면을 지나가는데 이곳에 조선중기에 만들어진 한국 인공정원의 백미 영양서석지가 자리 잡고 있다. 담양 소쇄원과 달리 전형적인 인공정원으로 조성된 서석지는 1613년 광해군 5년 정영방이 낙향하여 영양에 축조하였다. 연못 주변으로는 주일재라는 서재를 만들고 운서헌이라는 현판을 내걸었고 북단에 위치한 서재 주일재는 정면 3칸의 강당있고 서단에는 정면 6칸의 대청과 2칸의 온돌을 갖춘 정자를 세웠다.
연못 한가운데는 한 무더기의 돌무더기가 솟아 있는데 크고 작은 자연석 암반들이 솟아있다. 이 서석군에서 서석지라는 정원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인공정원을 꾸며놓고도 지반침하로 자연스럽게 솟아 오르는 정원의 돌무더기 하나 하나에 이름을 붙이고 이를 감상했던 주인의 생각을 정원의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다. 전국에 몇 개 남지 않은 우리 전통 정원의 원형으로 중요한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영양 서적지는 중요민속자료 제108호 지정되어 있다.
서석지가 위치한 마을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생활을 하고 있다. 워낙 유명한 문화유산이다 보니 방문객을 위해 마을 앞마당에는 넓은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서석지를 부속정원으로 사용했던 고택에는 현재 아무도 살지 않고 방치해 놓은 것 같아 덩그러니 남은 서석지가 왠지 주인 없는 정원처럼 쓸쓸해 보인다. 중요문화재라 어디서 관리는지 모르지만 비교적 관리가 잘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시설처럼 걱정스러웠다. 마을도 워낙 왜진 곳이라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한 외지인의 발길이 거의 없을 거 같다.
이런 외진곳에 낙향하여 은둔생활을 한 주인도 주인이지만 그렇게 은둔생활을 하면서 이런 멎진 인공정원을 조성해 놓고 즐긴 당시 양반의 사회적 지위도 참 희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서석지 자체의 문화재적 가치와 미적 아름다움은 논할 필요 없이 당대 최고의 작품이 분명해 보인다. 몇 곳 남아 있지 않은 조선시대 인공정원이여서가 아니라 서석지 자체가 멎진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와 대비되는 서민들의 피곤한 삶은 당시 귀족 계층인 양반사회 생활수준에 반비례 했을 것이다.
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