雁鴨池
사적 제18호로 지정되었고 임해전지라고 불리기도하는 안압지는 경주에서 비교적 최근에 발굴된 문화유산이다. 1974년 경주국립박물관 옆 연못을 준설하기 위해 토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기와가 출토되어 1975년부터 발굴조사를 시작하였고 이 과정에서 다량의 유물이 쏟아져 나와 한국고고학 발굴에 큰 업적으로 알려진 유적이다. 월성의 북동쪽에 인접해 있는 안압지는 삼국사기 674년 문무왕 14년 궁성 안에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서 화초를 기르고 진금이수를 양육했다는 구절을 그대로 발굴한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은 유적이 되었다.
신라의 조경기술을 대표하는 유적 안압지는 동서 200m 남북 180m의 구형으로 조성되어 있는 인공연못이다. 안압지에는 크고 작은 3개의 섬이 배치되어 있고 연못 기슭과 섬을 축조한 호안공사 수준이 정교하고 배수로 시설까지 완비되어 있어 당시의 토목기술 수준을 잘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발줄조사 당시 정확한 연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와와 전돌,금동판불,금동여래입상,나무배등이 출토되었다. 안압지에서 발굴된 유물은 길 건너편 국립경주박물관 옆에 안압지관 지어 보관 전시되고 있어 안압지를 둘러보고 박물관을 찾으면 더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안압지를 둘러보면서 천년의 역사를 가진 신라 왕족과 귀족의 생활수준을 가늠 해볼 수 있다. 이후의 고려와 조선의 유적에서도 보기 힘든 인공정원을을 궁성안에 이정도 규모로 만들어 놓았다면 나머지는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갈 정도이다. 여기서도 우리 건축의 전통은 여과 없이 들어난다. 이웃 일본의 정원을 보면 인공미가 넘쳐흐른다. 그런데 우리정원은 신라시대부터 자연스러움을 첫 번째로 하고 있다. 인공정원을 만들었으나 그마저도 자연을 그대로 옴겨 놓은 듯한 모습으로 꾸며놓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 보기 힘든 신라왕궁의 몇 안되는 흔적 안압지는 우리의 고대사를 짐작하는데 아주 소중한 문화유산이 되었다.
특히 안압지는 마음에 드는 문화유산중 하나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선의 끄트머리에 걸쳐 있는 인공으로 만든 연못과 인공섬도 그렇거니와 이 유적의 구조물인 임해전의 배치가 인공 조형물으로서 완벽하다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모습의 인공섬과 연못의 곡선 그리고 직선으로 이루어진 임해전의 제방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완전한 아름다움을 창조해 놓은 것 같다. 그래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어 보이는 안압지를 좋아하게 되었다.
여름에는 안압지를 야간에 개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름밤에 화려하게 조명을 비추어 놓으면 안압지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신한다. 이 또한 멎진 경험될 것이다. 경주를 방문했다면 꼭 한번 들러 천년전 이땅에 살았던 조상들이 가진 미적 감각을 감상해보기 바란다. 경주시 인교동에 자리 잡고 있고 국립경주 박물관 길 건너편에 있어 찾기도 쉽고 시내 어디서도 택시로 금방 도착할 수 있다. 경사가 없는 평지에 있어 날씨만 좋다면 경주시내에서 자건거를 빌려 다른 유적지와 함께 둘러보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