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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미아 Jul 30. 2023

나의 빨간 똑딱이 뾰족구두

왜 나는 원하는 게 없을까?

무엇을 헤쳐나가며 추진하기엔 난 항상 그것을 그만큼 원하지 않았다.


나는 정말 원하는 게 없을까?

언제부터 그랬을까?


없지는 않았다.


수줍게나마 무엇을 원했던 기억은 여섯 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같은 유치원 아이가 신었던, 앞코가 뾰족하고, 걸으면 엄마 구두처럼 똑딱 소리가 나는 빨간색 에나멜 구두를 갖고 싶었다.


일곱 번째 생일이 가까워 올 때, 엄마가 생일 선물로 갖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한참을 우물쭈물하다가 큰 용기를 내어 그 빨간 구두가 갖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당최 뭘 사달라는 법이 없었던 내가 무언가를 갖고 싶다고 한 것에 조금 기뻐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생일날 나는 정말 커다란 리본이 달린 선물 상자를 받았다. 너무 기대가 돼서 속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선물 상자를 뜯으니 정말 신발이 들어 있었다.

앞코가 둥글고, 밑창이 납작한, 흰색 가죽 메리제인 샌들이었다.


엄마는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상자를 여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기쁜 얼굴을 했다. ’ 치즈‘ 미소였으리라. 내가 적당히 만족해 보였듯, 엄마도 내 반응에 적당히 만족한 것 같았다. 엄마는 옆에 계신 외할머니께, 내가 수줍고 얌전한 아이라 반응도 수줍고 얌전하다고 말했다.


엄마는 디자이너였고, 커서 보니 옛날 사진 속 그 신발은 정말 세련된 샌들이었다. 다만 나는 촌스러운 빨간 구두를 원했다. 그것은 ‘어려서 뭘 모르는’ 나의 취향이었고, 엄마는 언제나 옳았다.


그래서 ‘빨간 구두‘는, 나의 온전히 실현되지 않은 욕망,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욕망이다.


아마도 나는, 지금 가슴속 어딘가 ‘빨간 구두’ 하나를 수줍게 묻어놓고 있는가 보다.


이제는 내가 어린 나에게 정확히 그 촌스러운 빨간 똑딱 구두를 찾아 사주고 싶은데, 그 빨간 구두가 지금은 무엇이 되었는지. 어디 숨어 있는지. 찾아 나서려 문을 여니 안개가 뿌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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