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미아 Sep 23. 2023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더니

도망치고 싶다.


꼭 도망치고 싶을 때만 이곳에 와 이렇게 소회를 남기니, 혹 한 명이라도 이곳에서 이름 없는 나의 소식에 꾸준히 귀를 기울이는 이가 있다면, ‘이 치는

볼 때마다 참 한결같이도 우울하구나 ‘하며 한심스럽게 여길지 모르겠다. 제 굴레에 갇힌 이방인 앞에, 거리를 한 발 더 두고 싶을지 모르겠다.


이름도, 얼굴도 모를, 그저 지나치는 한두 명의 사람들이 나를 어찌 볼까 신경쓰는 나이기에, 내 생활 전선에서 나는 도리어 매우 밝고, 외향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어깨를 풍선처럼 부풀리고, 빠르게 걷고, 하하호호 목청을 높인다. 그것이 정말 활력을 주기도 하지만, 그 고양된 상태가 아주 거짓은 아닌지라 그렇게 잠시 믿고 취해 살다가, 바람이 빠지고 취기가 잦아들면 울적해지고, 울적함이 절망에 이르러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면 진정시켜 보고자 이곳에 오는 것이다.


나는 지금 그저 지나갈 뿐인 당신에게 해명하고 있다. 여기 보이는 모습이 제 전부는 아닌데요.


이렇게 굳이 해명하고 있는 나를 도대체 어쩐다?

도망치고 싶어 왔는데, 도망을 더 멀리 가야 하지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