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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go Aug 01. 2024

선생님, 잘 계시죠?

그냥 생각이 나서, 속으로만 전하는 안부

1.

아침에 병원 가는 길에 문득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 생각났다.


2. 

그 선생님은 정년 퇴직이 얼마남지 않은, 정말 유유자적하게 학교생활을 하시던 분이었다.


3.

방관과 열정 그 중간, 혹은 방관에 약간 가깝다고 할까.

마치 돈 받은 만큼만 한다...!라는 직장인의 마인드?


4.

그러다 언젠가 자기가 영어 선생을 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근데 그게 너무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직도 가끔식 진로...(소주회사아님!)를 고민할 때 생각날 정도로.


5.

선생님은 서울대 약대를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나아중에에 약사가 된 자신을 생각해 봤다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약국 안에서 평생 약을 지으며 살 자신이 없었고,

결국 약대를 그만두고 교사의 길을 선택했다고 하셨다.


6.

좋아하는 것을 모를 때는, 싫어하는 것을 찾아라.

그러면 답을 얻을 수도 있다, 가 내가 얻은 결론.


7.

요즘 드는 생각은,

굳이 행복해야 인생인가?

적당히 만족, 아니 불만족하더라도 그저 사는 게 인생이지 라는 생각.

선생님은 딱히 엄청 행복해보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회하시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적당히 만족하는 정도?


8.

어쩌면 우리는 행복 강박증에 걸려있는지도 모르겠다.


9.

SNS를 하지 않아서 최근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만 둘때만 해도 사람들은 SNS에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드러내는데 열심이었다.

특히 특정 조건, 무엇 무엇을 할때 나 혹은 당신은 행복하다/행복해야 한다 라는 구조를 보이기도 했다.


10.

아무튼, 개인적인 친분은 1도 없었던 선생님이었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걸 보면 그런 관계에서도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긴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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