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프로젝트의 곗돈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불투명함'을 추구합니다.
때로는 설명하기도 증명해내기도 어려운 종류의 일들이 있습니다. 필요한 일을 매번 설득해야만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건 그 일을 해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지치는 일입니다. 디모스는 그 이해로부터 출발합니다.
우리는 투자 프로젝트가 어디에 어떻게 돈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불투명함'을 선택합니다.
디모스의 투자 프로젝트가 어떤 목적으로 곗돈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에 동의하고 나면 이후 곗돈 사용 내역에 대해서 확인하지 않습니다. 영수증을 정리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비용을 쓰기 위해 기준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됩니다.
이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필요하지만 허락되지 않아 쓰이기 어려운 곳에 돈이 쓰일 수 있습니다. 증명과 증빙이 까다로운 일이라면 더 잘해내고 싶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원이 닿지 않아 우선순위가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일의 우선순위를 높이고 든든한 자원으로 신뢰를 전하고자 합니다.
또 프로젝트 자체 뿐만 아니라 그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개인을 위해서도 제한을 두지 않기 위함입니다.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메시지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일을 하는 개인이 ‘자신에게 더 좋은 하루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걸 이해하는 마음’이 디모스 투자 관점입니다.
작년 계원 모집 때 한 투자자가 남긴 메시지는 이 마음을 잘 담고 있습니다.
공적인 의제로서의 프로젝트도 응원하지만, 저는 생각많은 둘째 언니, 혜영님을 응원하고 싶어요. 혜정님과 함께 일상을 꾸려나가다 보면 언니라서 양보할 일도, 챙길 일도, 용기내야 할 일도 많으시겠죠. 어느 하루, 언니를 위한 일상이 필요할 때 이 돈이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투자를 선정하고 곗돈을 전달하는 과정에 ‘투명함'을 추구합니다.
투자 이후의 ‘불투명함'을 선택하기 위해서 투자 결정 과정과 곗돈 전달 과정에서의 ‘투명함'을 고민합니다.
투자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과정은 공정성을 충분히 고려해 설계해오고 있습니다. 함께 논의하고 합의한 투자 결정 기준을 바탕으로 디모스의 철학과 방향에 동의한 계주들이 각자가 추천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공유합니다. 각 프로젝트는 각 개개인이 제안하는 것으로 그 개인이 충분히 검토하고 제안한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2019년 계모임은 9월, 태풍이 심한 어느 날 오프라인 모임을 취소하고 각자 편한 자리에서 온라인으로 만나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충분히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 투자 기준에 어떻게 부합하고 어떤 점이 더 필요할지에 대해 토론합니다.
토론이 끝나고 나면 각 투자 결정 기준에 따라 모든 계주들이 5점 척도로 점수를 반영해 평가합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의 의견과 점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점수 평가 시트는 모두 공개됩니다.
평가가 끝난 이후에는 우리가 선정한 프로젝트가 우리가 기대한 가치와 방향성을 충분히 가진 팀인지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합니다.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개인들은 어떤 계기와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면에서 돈이 필요한지, 어떻게 사용되는지 등에 대해 약 두 시간 정도를 들여 충분히 대화를 나눕니다.
그 내용은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다른 계주 멤버들에게도 전해집니다. 우리가 왜 이 프로젝트를 선정했고 투자하는 것인지, 이 투자는 이 프로젝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투자하면서 만나게 될 개인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 맥락을 공유하는 셈입니다.
곗돈이 들어오고 쓰이는 돈의 흐름은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을 통해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모임통장을 운영하는 멤버는 디모스의 3년차 운영 멤버로 드라마처럼 계주가 돈을 들고 도망갈 일은 없습니다.
보다 견고한 합의 과정과 내부 견제 장치를 충분히 만들어 의사결정을 하고, 그 의사결정의 결과로 선정한 팀에 대해서는 충분한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하는게 디모스의 방식입니다.
디모스가 선택한 ‘비용 사용의 불투명함'을 설명하면 대부분의 투자 프로젝트 팀이 반가워하는 이유는 ‘쓰임이 꼭 필요하지만 정작 돈을 증명하며 쓰기 까다로운 지점’에 쓰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오히려 필요한 곳에 더 돈이 흐른다는 점에서 디모스 투자의 효과가 더 커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오늘의 변화’에 투자하는 디모스에게도 한계는 존재합니다.
디모스 추구하는 ‘불투명함'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있습니다. 과정을 단단히 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를 한다고 해도 그 투자 프로젝트가 목적과 전혀 맞지 않은 곳에 비용을 사용할 수 있고, 혹은 활동 멤버의 윤리적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투자 손실이 발생하고 마는 건데요.
특히 조직 내 윤리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프로젝트의 진정성이 함께 재평가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꽤나 어렵습니다.
디모스는 그 프로젝트 팀에게 바로 모든 신뢰를 거두기 보다는 내부적으로 건강하게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보다 장기적으로 접근하기를 응원하고자 합니다.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어가는 가에 대해서는 디모스도 책임을 가지고 지켜보고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죠.
더불어 디모스의 투자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형태이기 보다는 ‘오늘의 변화'에 필요한 가장 적합한 곳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오늘만큼의 변화'에 보다 집중합니다. 관계를 연결한 투자인 만큼, 누구인지 모를 누군가의 후원이 아닌 ‘우리를 신뢰하는 개개인의 얼굴있는 투자'라는 구체적 선명함은 프로젝트 팀에게도 기분 좋은 책임감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여전히 이 부분에 대해 명쾌하지 못한 부분이 있고 디모스가 앞으로도 꾸준히 고민하며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계모임 디모스가 선택한 ‘불투명함'과 ‘투명함'의 방향에 동의하신다면, 2019년 계원이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