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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Oct 20. 2020

스타트업 방식이 교육 현장에 적용된다면 좋을 이유

[퍼블리 큐레이터의 말] STEAM Center 관련 기사를 보고

2019년 2월, 퍼블리 큐레이터로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선정하고 '큐레이터의 말'을 썼다. 퍼블리에서는 큐레이션 서비스 종료로 볼 수 없어 브런치에 옮긴다. 


선정 기사 https://nyti.ms/2E2w1Ts


브루클린 스팀센터는 창업을 권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을 사업자가 되는 창업으로만 이해한다면, 브루클린 스팀센터(이하 스팀센터)의 이야기가 조금 심심하게 느껴집니다. 학생들이 기가 막힌 서비스를 세상에 꺼내놓는 일이나 수많은 마크 주커버그를 양성하는 걸 목표로 삼지 않으니까요. 


스팀센터를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은 학생들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스팀센터 학생의 93%가 흑인이거나 히스패닉이고, 그중 74%가 무상 급식을 먹거나 일부 감면 받을 정도로 가난하기 때문에, 기존의 취업 연계 기술 교육로는 제한된 삶을 살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이 더 넓고 다양한 기회를 만날 수 있도록 더 대담하게 시도합니다.


“We’re certainly looking for more opportunities for our students to be as close to the industries they are studying as possible.”
- Phil Weinberg, the Education Department’s deputy chief academic officer for teaching and learning.
“I’m not trying to pigeonhole any student into a career opportunity for a company at the end of this program,”  
“I’m providing them with broader exposure to true college and career experiences.”
- Kayon Pryce, the founding principal


400개 이상의 기술 및 제조업이 모여있는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 안에 학교를 세우고, 실제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무언가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장비와 시설을 갖췄습니다. 기존 공교육에서 배우기 어려운 디자인 엔지니어링, 컴퓨터 사이언스와 정보 기술, 영화와 미디어 등을 과목으로 선택하고 학교에 있는 시간의 절반을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스팀센터의 교육자가 이야기하는 기회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발휘됩니다. 하나는 더 넓은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기회, 다른 하나는 경험한 세계를 바탕으로 직접 무언가 해볼 수 있는 기회죠. 이 기회는 학생들로 하여금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누군가는 컴퓨터 과학을 더 공부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남성 중심의 건설 업계에서 여성으로서 사장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품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경험, 스타트업

저는 스타트업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성장을 돕는 일을 했고, 지금은 다시 스타트업에서 일합니다. 제가 계속 스타트업에 머무르는 데는 성장 모델을 만들거나 새로운 사업과 산업을 일으키는 것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저에게 스타트업은 강도 높게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대표가 되면 자신이 만들고 싶은 세계를 구축해서 쌓아올리게 됩니다. 필요하다고 믿는 서비스를 세상에 꺼내어 영향력을 미치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사람을 뽑아 작은 사회를 구성하고, 그 사회가 돌아갈 수 있게끔 문화와 기준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10명의 회사건, 1000명의 회사건 달라지지 않는 전제입니다. 


대표가 아닌 구성원으로 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에 경험해본 적이 없거나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과업을 마주하는 일이 다반사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요. 그 노력이 ‘더 나은 내가 되어가는 성장'이 되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사람들이 모이는 데요. 마침내 새로운 환경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건 나 자신을 환경에 맞추었다기 보다는 ‘나의 관점과 해석대로 환경을 조직화’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을 가장 좋은지’와 같은 질문을 품은 후에야 환경의 조직화가 가능해진다고 할 때, 스스로의 기준 없이는 풀어가기 어렵겠죠.


스팀센터가 취업률을 조사했다면 

자신의 세계를 확인하고 넓히며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은 교육 현장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저에게 교육은 ‘세계를 넓히는 과정’인데요. 새로운 세계를 알아간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 때문에 나 자신에 대한 신뢰, 내 주위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커뮤니티가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두려움을 줄이고 새로운 세계를 탐색하면서 지금껏 형성한 자신의 세계와 맞닥드리게 되죠. 그때 새로운 세계를 탈락시킬 수도, 이전의 자신의 세계를 일부 포기할 수도, 새롭게 합쳐서 넓혀갈 수도 있습니다. 이때 도달한 세계 안에서 자신이 해볼 수 있는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있다면 나의 세계를 작게 쌓아올릴 수 있습니다. 그 경험이 쌓이면 계속해서 내가 믿고 원하는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요.


스팀센터가 스타트업 방식을 교육에 적용하면서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 내의 청년 취업률이나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한 학생의 수, 혹은 시도한 서비스 모델의 개수를 중요한 지표로 생각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겁니다. 아마도 학생들은 누군가 성공해본 경험을 그대로 학습해 적용하거나 구체적인 기술을 연마하도록 만드는데 집중했겠죠. 기존의 취업 연계 센터의 역할과 큰 차이가 없었을 겁니다. 


스타트업이 교육과 잘 만나기 위해서는 정량적인 결과를 확인하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숫자가 주는 정확한 결과보다 기회가 만들어 올 가능성에 좀 더 기대를 품는 거죠. ‘만약 세상의 모든 존재가 다양한 세계를 만나고 넓혀가면서 자신의 세계를 쌓아올릴 수 있다면, 그 존재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라고요.                                                               

누군가의 신뢰와 지지를 기반으로 쌓아올린 세계는 어디로 갈지, 얼마나 멀리 갈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스팀센터의 학생들이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한 것처럼 자신의 한계를 넘기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결론을 찾게 될지도 모르죠. 


무엇보다 나의 세계를 끊임없이 다듬어온 사람은 쉽게 무너지거나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자신의 세계에 대한 애정만큼 다른 이들의 세계 역시도 신뢰하고 지지할테고요. 때문에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다양해질수록 더 나은 사회가 될거란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방식이 더 많은 교육 현장에 적용된다면 좋을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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