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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Oct 20. 2020

아마존 6,772명의 직원은 이름을 걸고 일합니다

[퍼블리 큐레이터의 말] Amazon Climate Change 관련

2019년 4월, 퍼블리 큐레이터로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선정하고 '큐레이터의 말'을 썼다. 퍼블리에서는 큐레이션 서비스 종료로 볼 수 없어 브런치에 옮긴다. 


선정 기사 https://nyti.ms/2VAfnAL


아마존의 책임과 영향력

제프 베조스와 아마존 이사회에 보내는 공개 서한에 아마존 직원 6772여명*이 자신의 이름을 남겼습니다. 이름 옆에는 개발자, 창고 관리자, 과학자, 디자이너, 인턴 등 본인의 역할도 적혀 있습니다. *

* 4월 21일 기준. 이곳에서 실시간으로 직원 업데이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이유는 탄소배출 저감계획을  주주 결의안에 적용하고 공개 서한에서 제안하는 6가지 원칙에 부합한 전사적인 기후 계획 발표하도록 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아마존의 직원들이 아마존은 기후 문제를 책임감있게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왜 하지 않냐고 떠미는 겁니다. 


아마존이 왜 기후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왜 그 일에 자신의 이름까지 더한 걸까요? 아마존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편의만큼이나 엄청난 탄소 배출량을 만듭니다. 수백만 개의 아이템을 전세계로 배송할 때도, AWS를 위한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아마존도 모르지 않습니다. 2014년 데이터 센터에서 재생가능에너지만을 100% 사용하겠다고 선언했고, 2019년 초에는 2030년까지 쉽먼트 제로를 통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배송을 50% 수준까지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 직원들은 문제의 시급성에 비해 이 약속이 너무 공허하다고 말합니다. 언제까지,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는 거죠. 석유 가스 기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AWS는 기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선언과 모순된다고 하고요. 무엇을 더 할 것인지, 무엇을 하면 안되는지에 대해 보다 명료한 태도를 보이길 기대합니다. 


‘글로벌 기업이니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라고 보기에는 그들의 마음은 훨씬 선명합니다. 공개 서한을 보면 직원들은 ‘지구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라는 사명에 비추어 보았을 때 기후 변화는 모든 고객에게 중요한 문제이니 아마존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합니다. 


심지어 아마존은 ‘세계를 대상으로 상상력을 촉발 시킬 수 있는 힘,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거나 가능한 것들에 대해 재정의할 수 있는 자원, 전세계적인 행동으로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 충분히 풀 수 있다고 믿고 있고요.


아마존 직원의 책임과 영향력

“우리는 아마존을 더 나은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기후 문제 해결은 자연스러운 연장 선상입니다.
“두려움없이 대담하게 맞서라고 가르친 게 바로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의 직원은 아마존의 역할에 대해 회사에 온전히 위임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한 사람 몫의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공개 서한에 이름을 올린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읽히고요. 


단체의 목소리로 통일시키지 않고 ‘아마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누군가’가 이 일에 공감하고 해결하고 싶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분명 다르게 전해집니다. 


얼굴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지만 이름과 역할을 훑어 읽는 것만으로도 훨씬 구체적인 목소리로 다가오지 않나요. 아마존 광고를 만드는 줄리아 스컬리(Julia Scully)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크리스 바이로삭(Chris Birosak)이, 밴더를 관리하는 코비 자크(Kovi Jacques)가 기후변화 문제에 책임을 느끼고 변화를 만들고 있구나 하고요.


책임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가진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보상으로 주식을 얻은 약 24명 이상의 전현직 직원은 주주 권한으로 탄소배출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하는 주주 결의안을 제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결의안이 통과한다면 연례 회의에서 이 안건에 대해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책임과 영향력

근사하지 않나요.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이해하고,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고, 그 영향력에 따라 어떤 책임을 가져야 하는 지를 알고, 실제 그것을 이루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도 알고, 분명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낙관하며, 충분히 함께 공감하며 시도해볼 수 있는 동료가 곁에 있다는 것이요. 


회사가 시키지도 않은 일에 목적을 두어 나를 움직일 수 있고 오히려 회사를 떠밀면서 나의 이름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도요. 


이 근사한 일이 아마존이기 때문에, 아마존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와 내가 다니고 있는 우리 회사가 가지는 책임과 영향력도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꼭 기후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요.


저는 요즘 일을 할 때 ‘장면’과 ‘풍경’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 ‘장면’에서 내가 나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만들고 싶은 최선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나의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새롭게 펼쳐낼 수 있는 ‘풍경’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을 충분히 하지 않고 쉬운 선택을 내리는 걸 경계하는 편입니다. 자신의 원칙없이 영향력만을 의존하고 휘두르는 것도 경계하고요.


물론 항상 보고 싶은 장면과 풍경이 따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장면과 풍경의 연출과 편집권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 영향력은 내 손에 닿고 다룰 수 있는 것이 되죠. 이 영향력을 다루고 싶은지, 아닌지도 선택의 문제가 됩니다. 그 영향력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은지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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