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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Jan 01. 2022

2021년 결산

핸들 꽉 잡어

올해는 변화가 많은 해였다. 이사를 했고 파트너십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가족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고 뉴웨이즈를 시작했다. 완전히 다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하고 선택에서 배우고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고 다시 선택을 하면서 그 사이 나는 단순해졌고 사랑이 많아졌다. 변화 안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꽤 애를 쓰고 도움도 많이 받고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자주 생각했다.


작년 결산에 적었던 '지겨운 마음 대신 너그럽고 유연한 마음을 품는 사람이고 싶다'는 한 문장만큼은 다행히 충분히 채운 해였다. 내년에는 더 대담하게 크게 멀리 그려내고 나아가고 싶다. 과정을 잘 만들면서.

정말 오지게 입은 여름 티셔츠 ... 올해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이었다고 한다


올해의 변화 1. 동리씨의 이주

동리씨와 만난 7년 동안 5년을 함께 살았는데 앞으로는 다시 따로 살게 되었다. 동리씨와 연애를 시작할 때부터 동리씨는 서울을 떠나 다시 고향인 제주로 돌아가고 싶어했는데 이만저만 고민을 하다가 작년에 강원도 고성으로 결정을 하고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동네를 알아보고 집 터를 고르고 머물 집을 마련하고 공방을 찾느라 자주 집을 비운다. 한 달에 한 번, 한 달에 두 번 가던 일정이 이제는 더 잦고 길어졌다.


종종 동리씨가 지나온 시간을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 만났을 때의 동리씨는 자신이 만든 회사와 일에 치열하게 몰입했다면 그 시간을 지나서 지금은 자분거리고 평온한 삶을 구성하고 싶어한다. 내가 아직 모르는 시간의 결과니까 지금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각자의 시간을 지나면서도 여전히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게 고마울 뿐.


어느 해보다 동리씨를 자주 서운하게 했다. 동리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함께 집을 가꾸거나 함께 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서로를 돌보는 일을 자주 미뤘다. 몸과 마음이 예민해져있는 날이 많아 자주 승질을 냈고. 나에게도 이해의 시간이 있었다는 걸 명분삼아 뻔뻔하게 굴었다. 고맙게도 동리씨는 서운함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응원하고 도와주었다. 올해 회고를 함께 하면서 본인이 그 시간을 지나올 때 일과 관계를 다 잘해내고 싶은 만큼 버거웠었기 때문에 나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 애써주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어찌 이리 훌륭하신 분이.


원래도 그랬지만 올해는 더더욱 동리씨 덕분에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내년부터 더 오래 떨어질테고 밤마다 누리는 온기에서 오는 평온이 없다는게 넘 서운하지만 이 변화도 우리가 잘 가꿀 수 있다는 신뢰가 있다. 내년에도 사이좋게 잘 지내자. 서울에 자주 와야 해. 나도 자주 가볼게. (자신없음)

올해 박혜민 키우느라 이만저만 고생이 컸던 김동리


올해의 변화 2. 김박천국 하우스

동리씨가 이주를 준비하면서 함께 살던 집을 유지하기 어려워 고민하다가 언니와 함께 살기로 했다. 동리씨 이주가 완전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셋이 함께 살기로 했는데 막내가 서울로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엄마 아빠가 막내도 껴주면 막내 몫을 보태겠다고 해서 어쩌다보니 넷이 살게 되었다. 모두가 이사를 오고 함께 저녁을 먹고 생활비와 생활규칙을 정하면서 하우스 이름을 지었는데, 김씨와 박씨가 같이 사는 집이라 별 고민없이 김박천국으로 했다.


김박천국의 연결점인 내가 중간에서 역할을 잘 하려면 그만한 여유가 있어야 했는데 뉴웨이즈를 시작할 때랑 겹쳐서 신경을 못 썼다. 좋은 사람들이라 그런지 다행히 함께 살아갈 방법을 잘 찾아가고 있다. 내가 곯아 떨어진 날에 본인들끼리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거나 서로의 일에 대해 격려나 조언을 하는 등 김박천국의 재미와 우정을 쌓는 중이다. 동리씨가 서울에 없어도 집에 가면 누군가 있고 같이 밥 먹으면서 스우파와 스걸파 등을 함께 보는 시간이 나에게 또다른 쉼이다. 인천집이 주는 안정과 동리씨가 주는 안정이 묘하게 섞여 있는 곳이 김박천국이랄까.


집 값을 감당할 수 없어서 시작된 발상이고 계약 만료 시점에 또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만 상황과 조건 안에서 괜찮은 선택지를 찾아 만들고, 그 선택에서 괜찮은 경험을 쌓고, 또 맘 먹는다고 되는게 아닌데 그 경험을 함께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게 참 고마운 일이다. 내년에는 냉장고 질서가 너무 자주 바뀌지 않고 싱크대 정리가 잘 되어있길.

내가 고른 올해의 펭수. 넘 귀여워서 그냥 넣어봄. 매주 금요일 퇴근길에는 펭수 봤다.


올해의 변화 3. 뉴웨이즈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뉴웨이즈를 만들고 대표라는 역할로 일한 것. 작년 솔루션 디벨로퍼로서 해온 실험의 연장으로 다양한 개인의 영향력을 연결해 더 나은 의사결정권자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한게 시작이었는데 어느새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기대하는 변화도 구체적으로 변했다.


뉴웨이즈를 통해 다양한 개인의 연결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과분한 경험이다. 낙담도 전보다 구체적이어졌다면 그만큼 낙관도 전보다 구체적이어졌다. 모든 순간에 이유가 있는 것처럼 과정에서 만난 사람과 사건들이 채워준 덕분에 자주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가더라도 왜 이 일을 하고 있고 우리가 기대하는 장면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놓치지 않은 덕에 결국 하려던 방향과 벗어나지 않았고.


올해는 이 문제를 이 방식으로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장 최적의 전략을 세우고 실험하는 방식으로 움직였다면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기대할만한 뜻을 세우고 함께 과정을 만들어갈 수 있는 구조를 잘 만들고 싶다. 뉴웨이즈가 잘하는 부분 중 하나는 함께 목표를 세우고 함께 과정을 만들면서 함께 기뻐할 수 있는 팀이라는 점이라는 거고 이 장점을 더 크게 잘 쓰려고 한다. 뉴웨이즈를 떠올릴 때 '무엇을 잘 한 팀' 보다는 '무엇을 함께 기대할 수 있는 팀'이 되면 좋겠다.


뉴웨이즈 덕분에 정말 많이 성장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떤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이 없어지고 이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기 위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하고 결정하게 되면서 전보다 더 넓어지고 단순해졌다. 많은 사람들과 호혜적 관계를 만들면서 타인에 대해 너그러워졌고 사회에 대한 신뢰도 깊어졌다. 사회적 자원을 많이 받은 만큼 그 책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확연하게 작년과 달라졌고 지금의 내가 더 마음에 든다.


어느 해보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많이 받았다. 당연하지 않은 마음들에 깊이 고맙다. 뉴웨이즈 소식에 가장 기뻐하고 모든 과정과 결과를 사랑해주면서 끊임없이 한약을 맥인 엄마 아빠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 달에 한 번 꾸준히 만난 '유감과 혼란들'과 '소명위식', 매주 만나는 '일요야학' 모임 덕분에 압도될 때마다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웃 .. 어 ..


작년 12월은 수술하고 회복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이 많은 변화를 겪고 정리하고 있다는게 신기하다. 매번 가는 한의원 선생님(a.k.a 힐러)이 몸이 수술을 거치면서 많이 지쳤으니 스스로에게 쉼을 주라고 당부하셨다. 그게 운동일수도 있고 눈을 감고 100을 셀 수도 있고 자신에게 자비로운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는게 중요하다고.


꾸준히 했던 운동을 멈췄고 몸을 돌보는데 부지런하지 않았다. 힐러 선생님의 당부와 달리 유튜브나 웹툰을 보다 잠드는 날이 훨씬 많다. 잠과 밥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점은 크게 칭찬하지만 내년에는 꾸준히 운동하면서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지. 책을 더 많이 보고 과정을 기록하고 내 공간을 잘 가꾸고 싶다. 그리고 올해 했던 운전 연습을 갈고 닦아 내년에는 마스터가 되어서 언제든 동리씨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다. 새해인데 또 이런 다짐 안하면 아숩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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