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기나긴 주말을 마무리하고 안부를 전하기 위해, 지면 앞에 앉았습니다. 큰일도 아닌 것에 가슴 떨리고, 작은 관계의 발전에 설렜던 주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기대했던 일이라 떨리면서도 걱정이 됩니다.
적당한 걱정은 불상사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해 줍니다. 예방주사와 같은 역할을 하지요. 적은 양의 걱정은 오히려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이 너무 많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매사에 걱정이 앞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입니다. 걱정이 없는 사람이야 있겠냐마는 저는 그 정도가 조금 과한 편이에요. 1만큼의 걱정만으로 충분한 일임에도 10만큼 부풀려 걱정을 합니다. 걱정은 걱정에서 끝나지 않고 같은 성질의 우울을 불러일으키거나 몸 상태에 영향을 끼쳐 작은 질병까지 불러오기도 합니다.
'내일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으면 어쩌지?'
'오늘 했던 일이 사실 잘못한 일이라면 어쩌지?'
'어제 있었던 일이 오늘 잘못되어있으면 어쩌지?'
어제와 오늘, 내일의 걱정까지 하는 통에 머릿속은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주 몸에게 미안해하고는 합니다. 예능 <대탈출>에서 진행자 강호동 님이 지나가는 말로 '걱정 대출'이라는 말을 꺼낸 적이 있습니다. 그저 지나가는 말이라 출연진들도 웃고 넘긴 말이지만, 저는 그 말을 듣고 저의 걱정 습관을 표현하기에 정말 적당한 단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걱정 대출. 말 그대로 현재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을 미리 당겨서 한다는 말이지요.
돈은 대출하면 미래에는 빚이 되더라도 현재에는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그렇지 않아요. 걱정은 대출하면 빚만 불고 현재는 과거에 대한 걱정에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구태여 대출까지 할 만한 것은 아닌 게 바로 걱정인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걱정 대출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안타깝게도 걱정 대출은 습관입니다.
몸에 걱정을 당겨와 미리 하는 습관이 배어버리는 것이죠. '나'를 이루는 성질 중에 하나로 박혀버려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우스운 것은 미래의 걱정까지 대출받아 실컷 걱정한 일이, 막상 닥쳐오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겁니다. 그 우스운 법칙 또한 몸에 학습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 대출은 멈추어지지를 않더군요. 저로서는 난감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생각의 노선을 바꾸었습니다. 걱정을 하지 않아서 일을 아주 그르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죠. 걱정 대출을 멈추지 못하는 대신, 걱정 대출의 장점을 찾았습니다. 걱정이 많아 걱정이지만, 걱정한 만큼 실수가 줄겠지요. 제 나름의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한 것 같아 조금 뿌듯합니다. 이 마음가짐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오래 되새기며 마음을 통제해보겠습니다.
당신께서도 저처럼 걱정을 미리 대출해두고 그 빚에 시달리고 계시지는 않으신지요. 그렇다면 우리 조금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어보도록 해요. 좋은 방법인지는 저도 이 마음가짐으로 오래 지내보아야 알겠지만, 당장은 마음이 괜찮으니 제법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당신께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걱정이 많은 밤일 테지요? 실컷 걱정할 만큼 하고 단잠에 빠지고 싶습니다. 걱정도 즐길 수 있도록, 열심히 마음도 다져보겠습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강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오늘은 우울보다는 용기가 1그람 정도 더 많은 하루입니다. 날씨가 좋아서일까요. 내일의 기분이 어떤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도 씩씩하게 다시 안부를 물으러 오겠습니다. 남은 주말 잘 마무리하시고, 내일 하루 힘차게 시작하시길 바랄게요. 저는 내일 또 편지하겠습니다.
21. 06. 13. 해.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