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도 저물어갑니다. 체감상 수요일까지는 시간이 참 더딘 것 같습니다.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일하고, 밥하고, 빨래하고 설거지를 하는 하루였어요. 나름 바쁘게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뿌듯합니다.
오늘은 일을 하다가 회사 동료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숨 쉴 틈도 없이 일만 하며 하루를 보낼 수는 없잖아요? 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사적인 이야기로 끝난 대화였습니다. 무난한 대화를 마친 뒤 회사라는 단체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았습니다. 큰 이유는 없습니다. 오늘따라 회사라는 단어에 조금 더 관심이 쏠렸습니다.
회사는 어쩌면 대표 개인의 영리를 추구하는 단체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원은 대표의 영리를 위해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죠. 도움을 받는 대신 회사 대표는 사원에게 노동의 대가로 월급을 지급합니다. 이런 이치로 본다면 대표와 사원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입니다. 재화와 노동을 교환하는 관계일 뿐 갑을로 나눌 수는 없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갑'과 '을'로 표기된 계약서에 서명을 합니다.
단지 지칭하는 명사로의 갑과 을은 어쩌다 정말 높고 낮음을 가리키는 단어가 되었을까요. 아무래도 재화를 제공하는 쪽의 마음가짐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노동력에 마땅한 재화를 지급하는 것인데 대표들은 대부분 이것을 뒤집어 생각합니다.
'돈을 주니 일을 해야 한다.'
이런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횡포로 갑과 을이 정말 높고 낮음을 가진 단어가 된 것이 아닐는지요.
회사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대표라는 자리에 오르면 우선 돈부터 아끼고 보려는 속셈이 눈에 훤하게 보입니다. 대부분 그 자리에 앉게 되면 절약과 불합리의 개념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한 사람에게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모두 몰아서 시키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습니다. 과로로 쓰러지거나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아왔죠. 돈 몇 푼 더 쥐어주고 노동자를 혹사시킵니다. 인력을 이런 식으로 소비하니 무직자가 많아지는 것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도구화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를 설립한 모든 사람들은 회사에게 도움을 주는 모든 사람들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합니다. 마음가짐을 바로 잡는 것부터 해야 회사에 체계가 바르게 서고, 회사에 소속된 모든 사람들이 기꺼이 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부디 노동자라는 단어가 '을'의 위치를 연상시키는 단어가 되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어쩐지 당차게 웅변이라도 한 기분입니다. 크고 작은 갑의 횡포에 진절머리가 나는 세상입니다. 겉으로는 평등을 추구하면서 속으로는 높고 낮음을 매기는 추악한 마음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평등'할 수 있을까요. 소소한 대화에서 시작된 생각이 공연히 깊어졌던 하루입니다.
비가 한바탕 쏟아지더니 다시 날이 개었네요. 감기에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부디 좋은 하루 되셨기를 바라며, 좋은 밤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저는 내일 또 아무런 이야기를 담아 편지하겠습니다.
21. 06. 22. 불.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