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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Apr 09. 2017

숨어 있는 전시

4월 2번째주 / 제프월 사진

1. Double Screen (장상원 개인전),기고자,  2017.04.08 - 4.30




                                                                         호응하는 스크린 


                                                                                                                 최형우(아트스페이스 휴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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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상원 작가의 이미지들에게서 재현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작가의 최근 근작들에서는 유사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도상적 기호나, 관습, 사회적 약속에 의해 대상을 지시하는 상징적 기호들은 보이지 않거나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적인 시각문화 차원 안에서 읽으려 할 때에는 불편함을 느끼기 쉽다. 이미지를 본 후의 피드백은 흔히들 재현에 큰 비중을 둔 채 그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거나, 상징적인 암호나 퍼즐의 감각적 영감으로 나아가기 마련이지만 작가는 애초에 이러한 방향을 차단하려 한다. 대신에 작가의 이미지는 보고 인식하는 것에 대한 물음, 이미지 지각의 출발점으로 환원시킨다. 이러한 그의 작업이미지들이 다른 작가들과 구별되는 점은 그리는 방법에 대한 메타적 표현인데, 이러한 그의 이미지는 차라리 어떤 인과성에 근거해 의미작용을 일으키는 지표적 기호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작가는 이미지 그리는 방식에 좀 더 집중한다. 회화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황금비, 원근법, 역원근법, 투시법과 같은 재현 방식자체를 드러내려 한다. 메타적인 그의 표현은 어찌 보면 회화의 미술사적인 묘사적 구축을 떠올리게 하지만(혹은 시각 문화의 소비자들에게 회화 시장 안에서의 효과적인 재현에 대해 질문하기도), 그보다는 여러 개의 자료와 소스들의 채집과 이를 바탕으로 한 멀티태스킹적인 습득, 그것들의 규칙들 안에서 구성된 한 화면이다. 

 

더블 스크린 1-5, oil on canvas, 90.9X60.6; 90.9X65.1; 90.9X72.7; 90.9X83.4; 90.9X97.2cm, 2015-2017 (출처:  트위터 - redquinoa)



 <Double Screen>연작에서는 화면이 2분할되어 있다. 사각형의 사물은 양쪽에 배치 되어 있고 나무재질처럼 보이는 바닥 위에 그림자(?)가 보인다. 또한 이 사각의 물체들은 동일한 대상에서 나온 여러 가지의 표현이다. 추상인지 구상인지 분간이 잘 안가고 어떤 특정한 화면의 베리에이션으로 느껴짐과 동시에 두 개의 이미지는 절단되어 있음에도 각 요소들의 이음매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구성으로 연결되게끔 하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대상에 대한 상이한 표현들의 구성은 상호간의 관계나 둘 사이에서 구별되는 차이점, 그리고 시너지로 인한 제3의 가능성과 작동들을 만들어내는데, <Double Screen>에서 각각의 시점들과 다수의 표현방식들이 서로 다른 성질들을 드러내는 동시에 각자에게 영향을 끼치고, 호응하고 공생하며 연결되는 융합된 시각과 의미작용을 만들어내는 것이 장상원 작가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요소다. 마찬가지로 <원기둥:구:원뿔>(2015)에서 보여지는 세 개의 도형들과 그 밑에 검은 물체들의 관계는 암묵적으로 사물과 그림자를 가리키지만, 주변의 검은 선들, 위치의 어긋남과 애매함, 두터운 물감들이 병치되고 불협화음 속에서 조화를 만들어내면서, 작가에게 있어 도형들을 바라 볼 때 작동하고 있는 다양한 인식들과 이들의 버물림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역)원근법이나 투시법과 같은 수학적인 방법이나 그려진 대상들의 어긋난 관계 속에서의 조화는 대상에 대한 여러 가지의 인식들과 이들의 복잡한 관계망들을 드러낸다.   

 이러한 그의 이미지는 초기 작업들이 문학적이거나 내러티브 측면으로 집중되는 감상에 대한 회의감에서 온 것일 수 도 있고, 혹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체험하는 오늘날 다양한 인지과정의 경험 속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물음 속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작업에서 드러나는 요소들은 작가만의 기호나 은유적인 표현으로 바꾸어 읽기도 하는데, 인터뷰에서 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서 현실에서 보여지는 방식과 체계의 변화를 겪음으로써 이 두 개의 세상을 불편해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하고 인지할 수 있는 자신의 세대성을 말한다. 가령 <원기둥:구:원뿔>에서 짤려진 도형들의 모습과 스마트폰의 스크롤 방식으로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위,아래로의 확장된 공간에 대한 인식의 공명이나, <Cruved Protoype2>(2017)에서 자신의 거실에 놓여진 사물들을 일렬로 배열시킨 모습들이 과거 2D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선의 공간에서 재현되는 표현방식으로 연결되는 점들은 그의 작업들을 사회적인 생산물로 변모시키기도 하며, 오늘날 이미지들을 인식하는 방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 작업 안에서의 소스들의 관계망들은 이질적인 재현방식들이 서로 마주하고 조응하는 시각적 구성과 소스 안에 들어 있는 사회적 연결고리와 알레고리들이 두텁게 쌓인 페인팅이 된다.  

커브드 프로토타입, oil on canvas, 130.3X193.3cm, 2017 (출처: 페이스북  yunseob kim)


커브드 프로토타입을 위한 드로잉 pencil on paper, 31.9X23.7cm, 2016 (출처: 페이스북  yunseob kim)

 한편, <Double Screen>에서 그려진 사각형이나 <Curved Prototype>속 창문 너머 보이는 풍경들, 초록색 원기둥들은 지시 대상이라기보다는(작가의 말에 의하면 사각형은 빌딩이나 화분, 풍경은 산을 가리키고 있긴 하다.) ‘물체를 바라보고 있는 관람객’ 혹은 ‘관람객의 인식’에 대한 지표적 기호로 볼 수 있다. 하나의 도형에서 나온 여러 개의 형태는 주체가 대상을 보고 자신의 시각적, 인식적, 관습적인 필터를 거치면서 떠오르는 여러 상들 중에 한 가지가 되는데, 이들의 병렬 대치는 이를 바라보는 주체들의 관찰에 대한 전제로 이어진다. (보는 시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대상을 묘사한 입체주의는 이러한 인식들을 하나의 대상 안에서 재현함에 따라 그 사물의 모습에 집중을 하는 반면, 장상원 작가는 다르게 인식되는 상을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사물 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다양한 인식방식을 가리키게 된다.) 빌딩을 그리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고 경우에 따라서 그려진 빌딩이 빌딩으로 인식이 안 되기도 한다. 인식한 빌딩의 콘텐츠 역시 주체마다 다르고 머릿속으로 재현하는 방식은 시대마다 세대마다 지역마다 다르기에 작가의 이러한 구성은 다른 주체들과의 공존 내지 조화를 내포하게 된다.  

 장상원 작가의 작업들에서 보여지는 소스들은 서로간의 구성안에서 인과관계나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처럼 개별적인 요소들의 나열들은 몽타주(montage)적인 효과를 연상시키는데, 이 효과는 서술적인 방향이 아닌 시각적인 차원 아래, 서로간의 관계성에 집중하게 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한 타당성을 만들어낸다. 이번 기고자 개인전에서 전시되는 작업들은 드로잉안에서 작가의 구성방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초 설계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단일한 작업 안에서 뿐만 아니라, 연작들을 통해 이러한 성질을 작품과 작품으로 확장될 수 있는 관계들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Curved Prototype, oil on canvas, 130.3x193.3cm,  2016 세부 모습(출처: 트위터 - open the 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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