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톰슨의 content and community
2019년이었던가.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미래가 되다"라는 상품을 만든 적이 있다. 4주인가 5주 과정의 케이스스터디 모임이었고, 에어비앤비, 마이크로소프트, 파타고니아 같은 기업 담당자들이 와서 커뮤니티의 비즈니스 영향력에 관해 이야기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숫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가 매출을 몇 퍼센트 올렸는지, 투자 대비 수익률은 얼마인지 등. 당시엔 이거 혹시 유행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에도 많은 곳에서 커뮤니티를 외친다. lg전자도 커뮤니티가 있다. ai 스타트업이든 미디어든 커뮤니티가 미래라고들 한다. 이제 커뮤니티는 roi를 따질 때가 아니라 필수 생존 전략일지도 모른다. 벤 톰슨의 글 "content and community"를 읽고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벤 톰슨은 개인이 운영하는 유료 뉴스레터의 선구자급이다. 뉴스레터 비즈니스가 거의 없던 시절에 자기 인사이트로 비즈니스를 성공시킨 인물이며 Stratchery라는 브랜드를 운영한다. 분석이 날카롭고 신선해서 입소문을 탔다. 나는 어떻게 알게 됐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어쩌다 알게 돼서 한때 구독을 하기도 했다.
최근엔 잊고 살다가 이것저것 리서치 중에 다시 발견했다. 이 글은 AI 시대의 콘텐츠 산업 변화를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는 글로, 그는 왜 커뮤니티가 퍼블리셔들의 생존 전략이 되는지를 논증한다.
아이디어 가치사슬의 '언번들링' : '제작'의 장벽이 없어졌다
그는 아이디어 전파 가치 사슬을 창조, 실체화, 복제, 배포, 소비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며,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진화는 이 가치사슬에서 어떤 병목현상이든 제거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든 병목의 마지막 정점은 그 아이디어를 '실체화'하는 것, 그러니까 글로 쓰거나 이미지로 만들거나, 노래를 작곡하거나 하는 것들이었는데 ai의 등장으로 그것마자 제거되었다는 것이다. 즉 콘텐츠의 완성, 완성도 자체가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 게 아니란 것이다.
실제로 일하면서 수년 전부터 완성도 높은 글의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llm이 등장하기 전이었다. 나는 개인 뉴스레터의 부상이나 크리에이터들의 등장을 보면서 글 그 자체보다 관점, 보이스 같은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이제는 ai의 등장으로 실제로 증명이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ai의 할루시네이션이나 성능에 대해 불만을 표하지만, 사람이 이를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 쓸 곳과 쓰지 않을 곳을 잘 선택하고 검증하면 된다. 글쓰기에서는 팩트 체크가 중요한데, 내가 얻은 소스만으로 초안을 제작하게 해 할루시를 방지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한 인터뷰 기사들은 ai의 도움으로 정말 빠르게 쓸 수 있으며 인간이 썼는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뉴욕타임스 등 여러 회사와 창작자들이 llm 제공사에 소송을 제공했지만, 패소하고 있다.
변형적 사용, 즉 다른 목적, 다른 성격으로 사용됐다면 허락없이 써도 된다는 '공정이용(미국 저작권법 예외 기준)에 해당이 된다는 거다. 원작자의 책은 사람들이 읽고 즐기거나 배우기 위한 목적의 완성된 이야기/정보인데, ai의 사용 목적은 언어 패턴을 학습해서 새로운 텍스트 생성 도구를 만드는 것이며, 형태 또한 토큰으로 분해해 통계적 관계를 학습하고 새 문장을 생성하는 형태라 다르다는 것이다.
일단 패소의 근거들이 쌓이고 있는 마당에 법으로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 또 저작권이란 것 또한 발명된 것이고 시대에 맞게 변형될 필요도 있다. 현재 한국에서도 저작권 사각지대에 놓인 다양한 변형의 작품들이 있다. 누가 걸면 걸리지만 안 걸면 안걸려서 넘어가기도 하고, 해외 콘텐츠를 번역하는 경우에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지만 해외 원작자가 인지하지 못했거나, 혹은 인지했더라도 무료 블로그인 경우 유통의 확대가 원작자에게 나쁘지 않기 때문에 허가하는 경우도 많다.
여튼 ai는 뉴노멀이기 때문에 그걸 받아들이고 사는 방법을 터득하는 게 개인과 각 기업에게는 유리할 것이다. 그게 인류 전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에는 더 많은 책을 팔 수 있는 복제 능력이 중요했는데, 더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언어로 인쇄해야 했고, 이렇게 집단적으로 공유된 콘텐츠가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런데 20세기에는 국가에서 저작권이라는 독점을 인정해줬으며, 이 독점권을 활용해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돈을 많이 버는 곳이 생겼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구글이라는 강력한 '애그리게이터'가 등장했고, 그 독점 체제가 깨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구글은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라도 했으니 ai 시대에 비해면 호시절이었다.
통찰력 있는 분석이다. 이제 ai가 글을 읽고 정리해준다. 구글 오버뷰도 어떤 콘텐츠에서 인용했는지 노출해주는 스니펫이 있었지만, 현재는 없어졌고, 사람들도 그 직접 원소스를 읽기보다 ai가 정리해주는 콘텐츠를 읽고 웹사이트에 방문하지 않게 된다. 그러니까 이제 블로거들이 인터넷에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동력이 없어져서 결국 인터넷에 ai가 학습할 데이터도 사라지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들이 생기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에 대해 벤 톰슨은 ai 에이전트에 과금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을 읽어갈 때 원작자에게 돈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 전환점을 거스를 수는 없다.
대안적 마켓이나 모델이 적용되는 곳은 "AI를 위한 콘텐츠 생산 시장이 만들어 질 것"이란 것이다. AI가 좋아하는 구조로 작성된 고품질 콘텐츠 마켓 같은 것이다. 사람이 읽을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봇에게 더 선택받기 위한 콘텐츠들이다.
아마도.. 나는 이게 제일 조금 암울하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또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기도 하다. ai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ai가 콘텐츠를 읽는 시대에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는 어떻게 될 것인지? 아마 공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 생산자를 위한 베네핏은 개발이 되지 않을까 싶다. 또 벤 톰슨의 주장대로 ai 콘텐츠 전용 마켓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는? ai 에이전트가 맞춤형으로 글을 생산해줄 것인데, 그렇게 보는 콘텐츠가 있고 그렇게 보지 않는 콘텐츠가 있을 것이다. 휴먼 타깃 콘텐츠나 기존 생산자들의 싸움은 후자에서 나올 것이다.
이미 스포츠 등을 통해 사람들은 함께 콘텐츠를 소비하고 관련한 교류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공동의 관심사에 대한 욕구는 지속될 것이기에 커뮤니티에 대한 필요가 있다.
이건 ai 등장 이전부터도 씨앗이 있었던 것 같다.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사람들이 좀 더 세분화된 경험을 추구한다. 각종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공간에 사람들을 붙들어놓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가 생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릴스나 숏츠를 보다가 머리가 멍해졌다는 경험을 많이들 공유해준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거기에 지배당하지 않고 또 새롭고 신선한 뭔가를 발굴해낼 것이며 스스로 더 나은 경험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공유에 대한 갈망은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모든 걸 평평하게 만드는 ai 앞에서 더 사람과 사람이 섞이고 묻어나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웨비나를 열었더니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아티클 너머 실제 생생한 사례를 듣고자 하는 니즈가 꽤 많다는 걸 확인했다. 현재 여러 이유로 웨비나의 수익화 프로젝트는 보류한 상태이지만, 기회가 있어보였다.
벤 톰슨의 글을 읽으며 내가 막연하게 느끼던 것들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세미나를 여는 이유도, 독자들과 직접 만나려는 이유도, 결국 '커뮤니티'라는 모호한 개념을 향해 가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그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물론 여전히 질문은 많다.
커뮤니티를 어떻게 만들고 운영할 것인가? 운영 비용은? 그것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질 것인가? 당장의 트래픽과 수익을 고려하면서도, 동시에 커뮤니티를 키우려면 어떤 우선순위를 가져야 하는가?
그리고 나는 웨비나를 반복해서 열고 그것을 콘텐츠로 생산하는 구조를 커뮤니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각자의 머릿속에 있는 커뮤니티의 실체를 구체화하고 또 싱크를 맞추는 과정도 필요할 것이다. 사람 하는 일이 다 그렇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누군가의 아티클이 웹사이트에 장식되는 것의 의미는, 그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된 경험'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공유된 경험이 사람들을 모으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결국 그것이 우리가 찾던 가치가 될 수 있다는 것.
AI가 글쓰기를 대신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건 더 많은 글이 아니라 더 깊은 연결일 것이다. 나는 아마도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는 구조를 생각하게 될 것 같다.
AI 시대 콘텐츠, 미디어, 커뮤니티에 대해 함께 고민해나가고 싶으신 분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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