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묵직한 배우 신민아의 한걸음
이미 다이빙계의 정상에 위치한 이영(신민아 분).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곧 있을 올림픽에서의 이영의 금메달 획득 여부에만 관심을 두고 있지만, 이영은 자신의 올림픽 금메달만큼이나 절친이자 동료 수진(이유영 분)의 올림픽 출전 여부가 중요하다. 사실 수진은 이영이 다이빙을 시작하기 전부터 유망주로 꼽혔지만 어느 순간 긴 슬럼프에 빠져 이제는 올림픽 출전마저 불투명해 주위에서 은퇴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의 코치 (이규형 분)부터 이영의 후원사와 팬들, 다이빙 후배들까지도 오롯이 자신의 연습에만 집중해도 모자를 상황에 수진의 선수 생활 연장을 신경 쓰는 이영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영은 수진과 함께 하기 위해 주종목이 아닌 싱크로나이즈드 출전도 결정한다. 수진은 그런 이영의 배려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자신 역시 수진처럼 정상에 오르고 싶기에, 수진의 격려를 받아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다시 연습에 나선다.
어느 날 수진은 숙소로 물 해파리와 문어 해파리를 한 마리씩 가져온다. 화려한 문어 해파리는 선수로서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이영을, 그에 반면 평범한 물 해파리는 자신과 같다 느낀다며 착잡한 심정을 내보이는 수진. 하지만 이영은 자신이 도와주면 얼마든지 수진이 본래의 실력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에 수진이 느끼는 씁쓸한 감정을 애써 무시한다.
그렇게 이영의 도움으로 하루게 다르게 실력이 좋아져 고급 다이빙 기술까지 거뜬하게 해내는 수진과 기뻐하는 이영. 하지만 짧은 시간 급속도로 실력이 올라간 수진을 두고 수진이 금지약물을 뜻하는 일명 '주해령 귀신을 만났다'는 소문이 돈다. 이영 역시 급속도로 좋아진 수진의 실력에 약물의 도움이 있음을 직감하고, 회식 후 수진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조심스레 약물은 절대 안 된다는 조언을 수진에게 전한다. 하지만, 그날 밤 무슨 이유에선지 두 사람의 차는 절벽 아래 깊은 바다로 떨어진다.
다행히 사고 일주일 만에 의식을 되찾는 이영. 하지만 그날의 기억은 모두 삭제되었고 수진은 아직 실종 상태이다. 매스컴은 이영의 컨디션과 올림픽에 대해 걱정하지만 이영은 당당히 평소 때처럼 다이빙 연습에 나선다. 하지만 알 수 없는 환영과 주위 사람들이 툭툭 내뱉는 수진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연습에 도통 집중할 수 없다. 하루빨리 사고 이전의 실력으로 회복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함께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낯선 수진의 모습에 큰 혼란과 배신감을 느끼는 이영. 어쩌면 자신이 생각하던 수진과 수진의 원래 모습은 다를 수 있었겠다라는 혼란과 함께 자신의 디바 자리를 위협하는 후배 초아까지 등장하자 이영은 지금까지 디바로서 유지하던 평정심을 잃고 자신의 자리를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다는 광기를 내비친다.
특히 극한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과거 자신과 수진의 비밀 그리고 절벽으로 떨어진 그날 사고의 실체가 드러나자 이영은 알 수 없는 분노와 절망감에 휩싸이는데... 과연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의 숨겨진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사고가 난 그날 밤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영화 '디바'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아찔한' 영화라 하고 싶다. 순간의 연기를 위해 모든 다이빙 선수들의 출발선인 다이빙대의 물리적 높이가 주는 아찔함과 높은 다이빙대 위에서 내면에 숨겨진 불안과 트라우마와 싸우며 미련 없이 물로 뛰어드는 이영과 수진의 모습이 주는 아찔함까지. 특히 디바의 자리와 친구 수진 모두를 지키고 싶다는 책임감과 불안감에 몸서리치며 조금씩 평정심을 잃고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는 배우 신민아의 연기 역시 매우 아찔하게 다가왔다.
신념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변호사 출신 초선 여성의원 선영부터 사랑스러운 구미호, 시대의 억압에 맞서 화려한 춤과 노래로 무장했던 미미 와이드 걸스의 리더 미미까지. 배우 신민아의 필모를 살펴보면 그의 선택은 항상 의외였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조금씩 성장해 나가겠다는 묵직한 다짐이 읽힌다. 이번에 그가 선택한 디바의 이 영역 시 그가 가진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며 그는 이번에도 역시 언제나처럼 묵직한 한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