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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un Dec 01. 2017

내가 생각하는 별로인 디자이너

디자이너 파이팅

얼마 전 퇴근 후 종로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바로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귀가 기울어졌다. 두 분이 나누시는 대화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IT 쪽에 종사하시는 디자이너와 홍보담당자인 것 같았다. 대화의 내용은 대충이랬다.


A: 우리나라도 네이버나 삼성 같은 회사에 잘하시는 디자이너분들 많지 않아요?

B: 에이 없어 없어. 우리나라 IT 쪽 디자이너는 다 못해요.

A: 아… 그래요? 잘하시는 거 같던데

B: 아니에요. 우리나라 디자이너 다 못해요. 다 별로예요.

A: 에이.. 그래도 디자인은 스킬이잖아요. 남들이 못하는 기술 같은데요? A님은 좋겠어요.

B: 아니에요. 다들 디자인 오래 안 해요. 디자인하다가 기획으로 빠지고 개발하고 그래요. 제 친구들 다 그래요. 디자인 별로예요.

A: 아 하긴. 관두시는 분들 많기는 한 거 같네요. 그래도 기술 같은데..

B: 별로예요 별로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이 바닥에서 디자이너로 살아남기는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 본인의 디자인 철학, 가치관, 그에 맞는 실력, 며칠밤을 새도 끄떡없는 체력, 설득과 협업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 갖춰야 할 소양이 참 많다. 나는 위의 대화를 한 사람과 다른 생각을 가진다. 우리나라의 UX 디자이너는 정말 세계에서 손꼽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삼성만 봐도 구글, 애플과 같은 초일류 글로벌 기업에 견줄 수 있는 수준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구글, 애플에서 근무하는 우리나라 디자이너도 많다. 그리고 2010년쯤 유행하던 스큐어모피즘, 최근 유행하고 있는 플랫디자인 등 이러한 디자인 스타일은 이미 우리나라 2010년 이전에 국내 여러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시안으로 보여주었던 스타일이다. 우리나라와 해외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실력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에도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나 주변에서 위의 대화의 내용과 같은 상황을 많이 보는 것도 현실이라 안타까운 생각도 많이 들고 이런 부정적인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나누는 현실이 참 씁쓸하다. 꿈을 갖고 디자인을 하다가 클라이언트에 의한 갑질, 내부 갑질 등에 시달려 3, 4년 정도 후에 디자인업을 관두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현실에서 버티는 것도 참 어려운데 위의 대화처럼 가끔 제살을 까먹는 디자이너도 종종 보인다. 같은 디자인하는 사람 기운 빠지게 말이지..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정말 이런 디자이너만큼은 되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인데 이건 정말 혼자만의 개소리니 웃고 넘어가 주시길 바란다.


1. 퀄리티의 협상

피카소가 한 말이 있다. “끝이 있다고 생각하는 예술가는 죽은 예술가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자기가 잡은 디자인을 다듬고 또 다듬고 퀄리티에 목을 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적당히 하는 디자이너는 되지 말자.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자세는 디자이너에게 필수적인 자세다.


2. 노예근성

디자이너는 전문가이지 노예가 아니다. 얼마 전 블라인드에서 갑질과 디자이너의 필요역량에 관해 갑론을박을 벌이던 글 중 댓글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전부 만족시키는 디자이너가 S급이다.” 클라이언트에게 프로젝트 비용을 받고 수행을 하는 에이전시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노예근성이 아닌가 싶다. 당연히 모든 걸 만족시키면 좋겠지만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 중 일부 맞지 않는 것도 있을 것이고 디자이너는 그러한 부분을 전문가로서 의견을 내야 하고 맞지 않다면 왜 맞지 않는지를 설득시켜야 옳다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에게 휘둘리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전문가로서 자기의 주관이 있는 디자이너가 되자.


3. 품을 수 없는 사람

2번의 의견과 조금 충돌이 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는 디자이너는 되지 말자. 그렇다고 시키는 대로 디자인하라는 말이 아니다.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이 주는 피드백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표현하는 방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피드백을 듣고 디자이너가 해석을 해야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품고 자기 것으로 소화하자.


4. 이유 없는 디자인

디자인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작업물을 보여줄 수밖에 없고 본 사람 중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디자인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간혹 디자인 질문의 답변이 그냥 이뻐서인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쁜 건 당연한 것이고 아무리 직감에 의해 디자인을 했어도 내가 왜 그렇게 디자인했는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자. 그리고 정말 드문 경우이긴 한데 “네가 뭘 알아! 디자인도 모르는 XX가!!”식의 폭언은 하지 말자..


5. 셀프 디스

자기 일을 깎아내리는 짓은 너무 창피한 짓 아닌가? 위의 대화같이 나의 존재를 낮추는 짓은 하지 말자. 그리고 저런 대화가 아니라도 "난 디자이너라 그런 건 잘 모른다. 결정해달라.” 식의 말을 하는 디자이너도 종종 볼 수 있다. 자기비하까진 아니지만 자기의 몸값을 낮추는 행동이다. 그러지 말자. 디자이너도 전문가이고 충분히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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