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책방 37.

왕성한 호기심

by 이창우


아이들이 책방으로 몰려오면 길냥이들까지 숨어있다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마치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듯. 냥이들은 아이들이 주는 관심과 쓰담쓰담으로 마냥 행복해진다.


학교를 마치고 책방에 오는 날이 제일 좋다는 아이들을 만나는 날은 내게도 신나는 하루로 지난다. 아이들 간식을 만들어 주기 위해 매주 고민하는 일까지 재미있다.


아이들은 떡볶이가 제일 좋다고 하니 그림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날은 떡볶이 데이라고. 책에 관심을 가진 엄마들 역시 오늘을 위해 번갈아 간식을 보낸다.


간식을 먹으면서 누군가 시작해서 불쑥 묻는 말에 깜짝 놀라면 동그란 두 눈이 어마무시하게 다가온다.


선생님은 몇 살이에요?

선생님 남자 친구 있어요?

선생님 길냥이도 책방으로 들어오게 하면 안 되나요?

‥‥‥


멈추지 않는 뜻밖에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하다 보면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있는 상태가 되고는 한다. 모든 일이 끝나고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 8명 아이들 눈은 반짝거리고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이 온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밝은 빛이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밝은 빛이다.


어떤 질문 한 가지를 던지면 그에 따라 아이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까지 확장된다. 아이들이 가진 호기심은 내가 어른이라는 현실감을 준다. 그림을 중심으로 읽어내는 아이들은 그림에서 내가 놓친 세밀한 것들을 찾아낸다.


사실 그림책에 담긴 의미는 어른인 내게 더 크게 다가온다. 어른들이 그림책을 다시 읽으며 삶을 돌아볼 수 있다. 유년시대는 어른이 되면서 동화책 이야기로 존재한다. 누군가 기억한 유년시절이 조각 맞추듯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지나 보다.


아이들이 책에서 얻는 재미는 감정이 널뛰는 게임과는 다르다. 책은 서서히 아이들을 모든 생명체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상의 나라로 데려가 준다. 그런 여행을 친구들과 같이 하면서 그들이 마음에 새길 꿈으로 세계는 지속가능해진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보내는 이 순간이 책방지기로 살아가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행복이란 감정은 순간 다가오는 이 세계가 살아볼 만한 곳이라고 말해주는 속삭임이다. 그 속삭거리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 많아지다 보면 행복한 삶으로 한 페이지는 장식해 줄까.


책방을 열면서 혼자 있음이 건네는 해방감은 거대한 우주에서 마냥 떠돌아다녀도 괜찮다는 바람 속에 먼지 같은 존재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런 삶이 20대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웃어넘기며 아주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내 나이를 모른다면 이런 말이 나올까.


나이라는 숫자에 유난스레 집착하는 한국사회 분위기는 정말 싫다. 내 나이가 육십이 넘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그럴 것 같기는 하다는 생각에 혼자 웃는다. 아무려면 어떤가. 내가 이렇게 살아가면 그만이다. 혼자 있다는 것이 외로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외롭겠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지나치게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은연중에 타인의 시선에 늘 맞추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나 보다. 상대적 박탈감과 행복감이 반비례하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벗어날 기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