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십 대에서 이십 대를 지나는 사랑을 대개는 첫사랑이라고 이름 붙인다. 그 후에 뒤따르는 문장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여러 징후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요즈음 자주 화사의 노래가 들리기 시작하면 까마득한 시절 이야기가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그때 그 순간이 바로 이런 느낌 같았다. 고작 헤어진 이유를 물어오는 친구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웃으면서 헤어졌다는 표현이 전부였다.
영화에서처럼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마지막으로 마주할 사람과 음식을 나누며 평소처럼 익숙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등을 돌리고 헤어진 저녁이 마지막 장면으로 남아있다.
그 후로부터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 두 번째 인생도 탁월한 선택으로 열렸다. 두 번째 선택은 이 노래와 결이 다르니 언제이든 또 풀어날 맞춤 노래로 이어가게 될지 모르겠다.
지나간 시절의 꽤 많은 일이 오래도록 힘을 가지는 것에는 배경음악이 있다. 음악을 통해 한 순간을 다시 찾아내는 뇌의 활동력이 아직까지 유효한 시기이니 다행이다.
Good Goodbye를 들으면서 흑백의 이미지가 그 시절을 서서히 들어내게 만든다. 흐릿하게 남은 골목길 가로등 앞에 서 있던 이미지와 검은 새벽 편지를 들고 그 집 앞으로 가던 골목길,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유쾌하게 첫사랑이 깨진다는 진부한 이야기를 털어내고는 했던 화창한 날의 이미지도 있다.
첫사랑이라 이름 붙은 그 시절은 이만큼 만의 기억으로 하얗게 웃던 순간으로 담아두려는 우아한 거짓말이 통한다. 덕분에 이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만들어 버리기로 결정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