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뜬금없이 날아온 막내의 메시지에 하던 일을 멈추고 인터넷을 열던 순간부터 365일이다.
엄마, 계엄이 뭐야? 나, 다시 군대 가야 해?
지리적으로 서울, 충청, 제주까지 삼각지점으로 이어진 가족에게 남긴 말은 아주 짧았다.
계엄 해제 가결되었네.
이렇게 시작된 12월 3일의 밤은 끝나지 않은 악몽처럼 일상에서 떠나지 않는다. 여전히 다양한 형태와 목소리로 장면이 바뀌면서 365일이다.
온전하게 누려야 할 순간들이 뉴스로 잠식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실행한 현실적인 일은 OTT 정기결재를 중단하고 유튜브 프리미엄 회원이 된 일이다.
도저히 영화에 집중할 상황이 아니었다. 불안감보다는 허탈감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나라의 정치가 좀먹어온 삶의 현장을 광장에서 목격하면서 만나는 감정이다.
이토록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상태로 이어져 와도 사는데 별 문제가 없다. 그렇기에 결과는 그럴싸해도 그 이면은 다른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수시로 알아차리게 되는 시절에 와 있다.
과정보다는 결과에 관심을 둔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이 여전히 번거롭다. 이제 와서 굳이 설명하지 않으면서 살아도 되니 세월이 흘러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현재는 형용모순이기는 하다.
투표는 이기는 게 전부가 되고 마는 다수결의 오류가 수시로 작동하는 엄청난 사회다. 투덜거리거나 잘못됨을 설명하려는 일보다 침묵을 선택하는 일이 더 쉬워진 현실이기도 하다.
광장에서 울려 퍼진 다시 만날 세계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2025년 12월을 시작하고 있다. 긴 겨울에 부리던 나만의 여유로움은 사라졌지만 공부는 평생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견딜만하다.
365일 수시로 뉴스를 들으면서 적잖은 일을 해낸 스스로에게 건넬 특별한 선물을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준비해야겠다. 나에게 주는 선물은 늘 그렇듯이 용기로 변한다.
그리고... 어쩌나 365일 수시로 눈물을 훔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그런 시간 대에 들어와 버렸다. 다수결의 오류를 바로잡아가는 과정의 수많은 사람들로 이어지는 희망이 있다.
광장에서 이어지는 희망은 과거를 답습하지 않아야 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무를 깨어나게 한다.
수시로 뉴스를 듣는 일은 종결하지 못한 내란을 직면하고 있다는 지금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