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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C Apr 07. 2017

그 도시에 색깔이 있다면, 노랑 혹은 황금색이 아닐까.

방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이 있다면

  색깔이 있다는 것. 색깔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인간이 가진 여러 가지 능력 중 우리 삶을 좀 더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어 주는 능력이 '색깔'을 구분하는 능력이 아닐까? 색깔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근원이 된다. 

  색(色)이라는 것은 단순히 색깔 그 이상의 의미를 넘어서기도 한다. 우리는 가끔 특정한 누군가를 향해 "너만의 색깔이 있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색깔이라는 것이 누군가 혹은 그 무엇을 나타내는 하나의 기재로 작용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 "너만의 색깔이 있어"라고 말했다면 그 '색깔있'는 사람은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다채로운 색을 갈망하고 색깔을 가지는 것을 원한다.



0 장소 : 태국 방콕.

  

  여행을 하다 보면 티 없이 맑은 풍경이 잘 어울리는 장소를 발견할 때가 있다. 반면, 어떤 도시는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의 투명함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다가도 해 질 녘 붉은빛이 도시에 스밀 때 비로소 숨 막히는 아름다움을 선사해 줄 때가 있다. 때로는, 어둠이 도시를 집어삼켰을 때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곳이 있기도 하다.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이 있듯이 도시에도 잘 어울리는 색깔이 있다.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과 함께할 때 가장 빛나듯, 도시도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을 통해 바라볼 때 더욱 빛 난다. 나는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노란 빛깔을 통해 도시를 바라보았고 노란색, 황금 빛깔 속에서 방콕은 빛났다. 


여유로움이 가득한 방콕의 구시가. 그것은 비단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원(왼쪽)과 카오산로드의 밤(오른쪽)


  방콕의 구시가(Old Town/Phra Nakhon)와 카오산로드(Khao San Rd.) 주변을 밤낮 가리지 않고 걸었다. 내 시선에 들어온 생소한 모습들. 방콕의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앞에 두고 셔터를 눌렀다. 좁은 골목길을 헤집고 다녔고 구시가에 즐비한 사원(Wat)의 모습을 하나둘 씩 담았다. 놓칠 수 없는 순간. 다시는 보지 못할 장면을 담기 위해서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하지만 때로는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저 멀리서 흔들리는 경종을 바라보기도 했다.

  구시가의 골목골목을 헤매다 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만날 수 있다. 화려하거나 분주하지 않은 그들의 삶. 나는 그 속에서 여유롭게 거리를 거닐 수 있었다.


 동네 어르신들이 즐기고 있던 게임과 노파가 팔던 꽃장식.



  우리가 여행에서 만나고 싶어 하는 모습은 다양하다. 

  이국적인 풍경의 발견.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낯선 풍경과 마주했을 때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방콕에서 '이국적'인 모습을 찾으라고 한다면 단연 집집마다 '작은 불상'들을 고이 모셔놓은 풍경이 아닐까? 방콕의 골목에는 곳곳에 작은 불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카오산 로드. 아침의 고요함, 낮의 단조로움, 밤의 번잡함. 이것들이 합쳐져서 카오산 로드의 다채로움을 이룬다. '여행자 거리'라고 불리는 카오산 로드. 이곳으로 전 세계 여행자들이 몰려든다. 동남아에서 가장 역동적이며 화려한 도시로 불리는 방콕에는 전철(지상철, BTS)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가지가 있고 그곳엔 고층 빌딩과 복합 쇼핑몰이 즐비해 있다. 그렇지만 여행자들은 쇼핑몰과 현란한 네온사인이 빛나는 도심이 아닌 중심가에서 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구시가(Old Town), 방콕의 조용한 일상이 잘 간직되어 있는 구시가 한편에 위치한 카오산 로드로 몰려드는 것이다. 배낭 여행자들의 성지, 카오산 로드. "카오산 로드에서 모든 여행이 시작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이곳은 방콕의 여유로운 일상과 맞닿은 곳이다.


  구시가와 그리고 그 한쪽에 위치한 카오산로드. 그곳의 풍경이 노란색 빛깔과 만났을 때, 더욱 빛났다.


이국적 풍경이라는 것이 꼭 크고 화려할 필요는 없다. 작고 소소한, 골목길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것.

 사원 위에 얼키고설킨 전깃줄(왼쪽)과 카오산로드의 낮(오른쪽)

이른 아침의 카오산로드.


  화려함의 절정은 방콕의 중심가에서 경험할 수 있다. BTS(Bangkok Mass Transit System) 역과 연결되어 있는 대형 쇼핑몰은 방콕을 초현대적인 모습을 가진 도시로 변모시켜주는 동시에 쇼핑의 메카로 자리하게끔 만들어주었다. 중심가의 대형 쇼핑몰은 낮의 구시가에서 느낄 법한 무료함을 달래주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방콕의 중심가. 현지인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형 쇼핑몰을 거닐며 쇼핑을 즐기고 식사를 한다. 구시가의 음식, 건물, 사람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지만 방콕 중심가의 화려함과 분주함 또한 여행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기는 마찬가지다. 

  해 질 녘부터 서서히 타오르는 거리의 네온사인. 거리는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격렬하게 타오르며  그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결코 놓칠 수 없는 방콕의 밤과 그 화려함. 


※ 방콕 중심가의 대표, 시암센터.

 

 밤이 되면 방콕 곳곳은 화려한 빛으로 물들지만, 그중에서도 황금빛으로 빛나는 사원은 가장 방콕스러운 장소가 아닐까?

  

  방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이 있다면, 그건 분명 노란빛 혹은 황금빛일 것이다.


방콕 구시가에 위치한 '왓 랏차 낫다람(Wat Ratcha Natdaram)' 주변 풍경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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