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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케이티나 Jan 12. 2019

남자답게라니요...

엄마 06.


2017년 1월


태어나자마자 분만실에서 처음 만난 망고는 양수에 흠뻑 젖어 있었지만 한눈에 봐도 머리숱이 풍성한 아이였다. 며칠 지나 조리원에서 이모님들이 목욕을 시키고 방으로 데리고 올 때면, 그 작은 아이가 2:8 가르마를 타고 나타났다. '가끔 이런 아기가 있어요. 이렇게 머리카락이 긴 아기들이요' 이모님이 웃으며 내게 해주신 이야기.


그렇다. 망고는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긴 아이였다. 토실토실 제법 살이 붙으며 백일쯤 되자, 머리카락은 더 풍성해졌고, 작은 세숫대야 두 개에 물을 떠서 목욕을 하면 금세 꼬불꼬불 곱슬머리가 되었다.  




곱슬머리 망고,  2017년 4월



계절이 바뀌자 망고의 머리는 일명 바가지 머리이지만 끝은 우아하게 웨이브 컬이 생겼다. 이제는 C컬까지! C컬 헤어스타일에 로망이 있던 나는 망고의 머리가 부러울 정도였다. 당시 출산 후유증으로 듬성듬성 빠진 내 머리가 너무 초라해서 더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명작 속에 나오는 아기천사 큐피트 머리 같기도 하고, 복슬복슬 아기 강아지 같기도 한데, 내 눈에만 예쁜 게 아니라 우리 가족들 모두 망고의 머리를 아주 좋아했다. 가끔 문화센터이나 또래 엄마들을 만나면 탐스러운 망고의 머리를 부러워했지만 꼭 따라오는 질문이 있었다.


'여자아이 맞죠?'




네? 남자아이라고요?


길 가다가 만나는 어르신들은 여기에 한소리 더 하신다. '남자아이라고? 어휴~ 남자애는 남자답게 키워야지'


남자답게라니요... 어르신 요즘 세상에 그런 말씀 하시는 거 아니에요... 물론 속으로만 삼켰던 말들.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딸이지?'라고 물으면 그냥 '네~' 하고 지나치긴 하지만 그것도 영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시 남자아이라고 알려준다.


사실 우리는 망고답게. 망고 있는 모습 그대로 지내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길어진 머리를 우리끼리 집에서 잘라주기도 하고, 언젠가 미용실 가서 머리를 잘라주기도 하겠지만

'남자답게 잘라주세요'라고는 주문하지 않을 거다. 길던 짧던 망고한테 잘 어울리는 스타일로, 나중에 더 크면 네가 원하는 스타일로 마음대로 하라고 하겠지.



망고야, 엄마 아빠는 너를 '남자아이'라는 단어에 가두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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