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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Jul 28. 2016

에어비앤비 호스트 되기 1편

홀로서기.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하다. 

때는 2015년 2월. 처음 발리를 다녀와서 외주를 그만두고 클라이언트가 없더라도 자생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수익이 아주 많은 일이라 해도 다른 사람에게 고용되어하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고, 내가 만들어갈 수 있는 일, 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하고 싶은 일 중에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추렸다. 


'노마드 생활을 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1. 디자인 리소스를 해외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것

2. 앱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것

3.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는 것


나는 앱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앱 수익으로 나의 프리랜서 수익 이상을 충당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단순히 성실한 노력을 들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일을 우선 해야만 했다. 1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는 있었으나 예전부터 예쁜 집을 직접 꾸미는 것에 로망이 컸던 나는 에어비앤비에 마음이 크게 끌려 준비를 시작했다. 



좋은 집 찾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2월 추운 겨울, 관광객이 아직 적을 때 준비해 봄에 한국을 여행하는 게스트를 맞아야겠다는 생각으로 3월까지는 집을 꾸며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결심한 나는 바쁘게 집을 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온다면 어느 지역을 가장 선호할까?' 고민과 검색 끝에 3~4개의 지역을 점찍어 두었다. 생각해둔 지역을 중심으로 에어비앤비에서 인기 있는 집의 정보와 리뷰를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그리고 최종으로 추려진 동네를 기점으로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주택,아파트, 빌라 등.  


내가 생각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위치'였다. 그동안 내가 여행을 다니며 숙소를 결정할 때의 기준을 생각해보면 관광지를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을 다른 점보다 우선시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여행하는 사람은 시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결함이 없는 집일수록 좋다.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던가, 벌레가 있다던가, 겨울에 너무 춥거나 여름에 더운 집 등은 여행객에게 불편한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서는 직접 방문해보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했다. 그리고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주민들이 외부인에 민감한 지역, 소음에 민감한 지역,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 심지어는 캐리어 끄는 소리나 떠드는 소리에 민감한 주민들이 신고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 눈여겨본 집을 계약하게 되었고 드디어 내가 꿈꾸던 집을 꾸미기 위해 한껏 들떠 있었다. 



집 꾸미기는 꿈이 아닌 전쟁


분명히 계약할 때만 해도 내가 봤던 집은 밝은 채광에 아름다운 복층 아늑한 공간으로 기억하는데.. 세입자가 이사 간 후 덩그러니 비어있는 그 집의 속살들을 낱낱이 보게 되었다. 

"이런.."

집 상태는 절망적이었다. 생각보다 아주 많이. 벽 곳곳에는 하얀 벽지가 누렇게 바래 져있고, 복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나무는 여기저기 부서져있었다. 부엌으로 가는 미닫이 문은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은 상태로 문의 형태만 부지하고 있었고 바닥은 먼지가 끼인 상태로 보기 싫게 구멍 나있었다. 붙박이장의 문을 여는 순간 문이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전 세입자가 한 땀 한 땀 붙여놓은 창문 위의 뽁뽁이와 테이프들은 절~대로 떨어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집을 꾸미기도 전에 청소하는 것부터가 큰 일이었다. 방은 또 왜 이리 추운지 난방은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얼어 죽을 지경이었다. 손을 호호 불어가며 창문에 붙은 테이프와 종일 씨름하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다음날 나는 40만 원이나 주고 청소업체를 불러 집구석 구석을 청소하고 창문에 붙은 것들도 떼어두었다. 업체분들도 이 집은 유독 힘들었다고 하셨다. 참 감사했다.


손볼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붙박이장은 왜 놓고간건지. 분해만 이틀이 걸렸다.


이제 무엇부터 손보아야 할지 보이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페인트와 벽지가 가장 거슬렸다. 이대로 두면 아무리 예쁜 가구를 둔다 해도 게스트들에게는 깨끗하다는 느낌을 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요즘 집 꾸미기에 유행한다는 고급 페인트 벤자민무어 매장을 찾아 직접 색을 고르고 거금 30만 원에 페인트를 구매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굳이 고가의 페인트를 산건 참. 쓸데없는 짓이었다. 

(소셜커머스에 파는 친환경 페인트만으로도 매우 충분하다.)


페인트를 사서 들뜬 마음으로 돌아와 롤러를 들었지만 생각보다 페인트칠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복층이라 천정은 왜 이리도 높은 건지. 결국 동생과 동생 친구까지 불러 도움을 받아 일주일이라는 시간에 걸려 겨우 마무리하였다. 미닫이문 바닥의 보기 싫은 틈은 직접 실측하고 손잡이닷컴에서 나무 조각을 구입하여 받쳐두었다. 최대한 지저분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썼다.



내가 정한 예산은 200만 원 내였다. 침대 3개와 히터, 주방용품이 가장 고가였고 기타 티슈, 치약, 샴푸, 접시, 컵 등의 생활용품들은 다이소나 이케아에서 구입했다. 이케아에 들락날락거리며 화분, 액자 등 소품을 기쁜 마음으로 나르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소품을 수십 번의 택배를 받으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정말 이과정은 생각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할 것이 많다. 채워도 채워도 부족한 것만 보이니..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은 예산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집을 꾸미는데 250만 원이 들어갔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50만 원 수익이 난다고 해도 5달이나 걸려야 재료비를 충당할 수 있는 거다. (월세 빼고) 최대한 아끼되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신경 써야 한다.



설레는 첫 손님을 맞기


첫 집에 너무 공을 들이는 바람에 한 달이나 지체하고 첫 달 월세 75만 원을 수익도 없이 지출하게 되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였지만 일단 올려나 보자는 심정으로 그날 에어비앤비 프로필을 작성하고 핸드폰으로 적당히 찍은 사진으로 게시했다.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고 설명도 자세하게 써놓지 않았기 때문에 '설마 누가 예약하진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일주일 동안 마무리 정리를 하려고 생각했다. 그날 정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이게 웬걸. 에어비앤비에서 새로운 메시지가 와있었다. 게스트가 나의 집을 예약했다는 내용이었다!


뭐라고?????


정말 믿기지 않았다. 기쁨과 조급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체크인 날짜는 당장 내일 오전이었고 일주일이나 준비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대로 두발 뻗고 잘 수 없어 다시 손님 맞을 준비를 하러 돌아갔다. 

'당장 뭐가 필요할까?'

'손님이 왔는데 마음에 안 들어하면 어쩌지?'

'너무 추울 텐데 어쩌지?'

'환불해달라고 하는 거 아니야?'

오만가지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게스트에게 양해를 구하고 체크인 시간을 조금 늦추었고 첫 손님이니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밤새 집 정리를 하고 설레는 마음에 과자와 음료수를 방에 두고 손님을 맞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인 건가. 게스트가 일주일 동안 묵는 동안 별 소식이 없길래 더 걱정됐다. 

'뜨거운 물은 잘 나오겠지'

'방은 깨끗했던가?'

'침대는 편한가?'


다행히 게스트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 위치가 좋았다는 이야기와 집이 예쁘고 깔끔하다는 이야기, 그리고 친절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성공적인 첫 호스팅을 마치고 난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 게스트는 여행을 마치고 나에게 길고도 따듯한 첫 리뷰를 남겨주었고 그 리뷰는 나에게 엄청난 용기가 되었고 그 뒤로 잇따른 예약과 함께 매달 예약을 꽉꽉 채울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안 해봤던 게스트 하우스의 호스트가 되었다!




다음 편에는 에어비앤비 호스트 되기 2편 - 운영과 관리 팁에 대해 써보려 한다 :)



1년이 지난 지금은 사업에 전념하느라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에어비앤비 위치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에어비앤비 관련 법적 규정은 '도시민박업'을 검색하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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