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솔 Apr 24. 2017

인간관계의 최소화

'정'보다는 '성장'을 갈구하는 인간관계

나에겐 세 타입의 인간관계(친구) 가 있다.


A. 정든 친구

추억과 가십을 주로 나누는 관계. 서로의 안부는 공유하지만 나아가 비전이나 가치관을 나누기엔 어려움이 있다. 과거와 현재의 실제의 '사건' 이상의 깊은 이야기에 대한 공감대가 없어 1차원적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감정의 교류는 있지만 생각의 교류는 거의 없다. 대화 주제는 몇 시간도 안되어 동이 난다. 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 과거를 기반으로 다져진 관계가 대부분이라 '소중한 관계'임은 맞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치관과 삶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고 함께 나눌 이야기는 줄어들 것이다.


B. 발전적 친구

분야를 불문하고 자기 발전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새로운 것을 깨닫는 사람. 만나면 주로 사실적인 뉴스보다 생각이나 깨달음을 나누고 의견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가끔 이들로 인해 나에 대해 돌아보기도 하며 미쳐 보지 못한 세상을 발견하기도 한다. 대화를 통해 '가치관'을 엿보게 된다. 억지로 새로운 주제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고 신나게 혹은 심오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흘러있다.


C. 존경하는 친구

롤 모델과도 같은 사람. 볼 때마다 성장해있는 사람. 대부분 성실함, 겸손함을 지녔으며 통찰력이 대단해 감탄하게 된다. 이들과 대화하면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보게 되고 자연스레 겸손하게 되며 무지함을 깨우치기도 한다. 가끔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도와주며 편견을 깨거나 가치관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이들은 엄청난 자극제다. 만남 뒤에는 내 마음이 두근거릴 정도의 즐거움과 설렘이 남고 무엇이라도 새로 시작하고 싶은 에너지가 생긴다. 가끔 이런 친구를 통해 얻은 영감의 발전으로 무언가를 새로 시도하기도 한다.




인간관계의 과열



올해는 유독 인간관계(친구)에 대한 생각이 많다. 냉정하게 내 인간관계를 되돌아보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한 때는 사람 만나는 것을 분명 즐기고 좋아했는데 요즘엔 친구들도 잘 안 만나게 되고 약속 잡는 것에 민감해지게 되었다. 심지어는 잘 만나오던 사람들과의 약속마저도 꺼려지게 되었다.

특정인 몇몇을 만나게 될 때면 이유 없이 짜증이 나면서도 약속을 잡아 의무적으로 만나곤 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까지 사람을 만난다니. 너무 바보같이 느껴지면서 그들과 '한때는 친했던 오래도록 유지한 관계'라는 이유로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너무 미련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을 만나는 시간은 심지어 아깝게까지 느껴졌으며 주로 만나서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는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것들 (나는 잘 모르는 그들의 주변인, 그들만의 취미 등)이었다. 시계를 흘끔 보며 적당히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며 리액션만 하다 집에 돌아오는 상황도 있었다.


이런 바보 같은 상황을 그만두고 싶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1. 나는 이들의 어떤 부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2. 어떠한 이유로 관계를 유지하려 하는가?

2. 서로 시간을 낭비하는 인간관계, 과연 유지할만한 가치가 있는 건가?

3. 내가 만나서 행복과 에너지를 얻는 사람은 누구인가? 왜?


스트레스를 주는 친구의 타입은 명확했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주로 늘어놓으며 나의 이야기엔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다. 악의는 없지만 남의 이야기보다 본인의 이야기를 주로 하는 친구였다. 내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라 그런지 나를 만나면 오늘날 잡았다는 듯 산더미만큼 쌓여있던 감정들과 사건들을 쏟아내기 바빴다.

심지어는 약속 전에 "나 이번에 너한테 할 말 있어. 엄청 화가 나고 어이없는 일이야. 들으면 엄청 화가 날걸? 만나면 이야기해줄게"라고 미리 통보를 하면 일주일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순간이 가장 무의미한 시간낭비였던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이후 더 확고한 답을 얻고 싶어 여러 가지 도서를 읽던 중 원하던 글귀를 찾았다.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 우정은 아니다. 우정은 서로를 성장시켜야 한다. 성장은 모든 것의 근본이다. 저속하고 지루한 친구보다는 충실한 고독이 낫다."



이 페이지를 읽는 순간 모든 고민이 정리되었다.

이 글을 읽은 후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는 친구의 관계는 유지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한치의 아쉬움 없이 결정했다. 그 대신 함께 성장하는 친구를 사귀거나 좋은 책을 읽는데 시간을 쏟기로 했다. 이 결정으로 몇 년간 앓던 체증이 뚝 떨어져 내려갔다.


무엇보다 나에게 실이 되는 친구는 사귀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의 발전을 응원 하고 싶은사람을 천천히 찾아가겠다. 나도 그 사람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도록 항상 발전에 힘써야지.


얼마 전 친한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말을 뼛속 깊이 느끼고 곱씹게 된다. 어렸을 때와 다르게 이제는 그 말이 냉정하거나 무정하게 들리지 않는다. 인생을 살다 보면 나와 같은 때에 나와닮은 사람을 보았을 때 동무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인간관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거창하게 잘 나가는 사람을 많이 사귀겠다는 말이 아니다. 인간관계를 최소화하고 싶을 뿐이다. 사람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고 싶다. 껍데기 같은 대화를 하는 시간에 대신 책을 읽거나 나를 돌아보기로 했다. 서로 자극이 되고 에너지가 될 수 있는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내가 너무 변한 건가 싶기도 하지만, 무조건적 오랜 인간관계에 매우 지쳐있었기 때문에 끝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고민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정'보다는 '성장'을 갈구하는 인간관계. 그렇다. 그게 내가 바라는 인간관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