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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문 Oct 03. 2021

삼돌아

    매일매일 눈물 바람이다. 근데 그러면서도 매일을 어떻게 살긴 산다. 목 놓아 울다가도 울음이 그치고 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할 일은 해야지' 되뇌며 멀쩡하게 일상을 지낸다. 멀쩡하게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와있는 메시지에 답을 한다. 그렇게 대부분의 시간을 아무렇지 않게 보내다가 갑작스레 깨닫는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때문에 이 모든 것이 버겁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걸 증명하듯 또다시 완전하게 무너진다.


    소중한 존재를 잃는 것이 처음이 아니기에 더 분명히 아는 것이 두 가지 있다. 곧 다가올 죽음 앞에 나는 철저히 무력하다는 것, 그리고 그 죽음 이후에도 내 삶은 여지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비참한 사실이다.

    그와 동시에 여전히 모르겠는 것은, 그들 없이 남겨진 삶을 전과 같이 잘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런 방법은 없는 지도 모르겠다. 상실을 겪으며 인간이 성숙한다는 말에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에 대한 처절한 죄책감을 알게 될 뿐이다.

    삼돌이가 죽어도 나는 살겠지만,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어째서 내 별것도 없는 인생을 녀석에게 떼어 줄 수 없는 것인지 야속하다. 평생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적 없는 삼돌이의 투명한 삶이, 오늘 하루도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산 내 삶보다 월등히 가치로운데.


    나는 겪어 보지도 못한 끔찍한 고통 속에 있을 녀석에게 가능한 오래 살아 달라는 말도 못 하겠다. 그저 최대한 덜 아프다가 우리 곁에서, 익숙한 것들에 둘러 싸인 채 가 달라고 어디든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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