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장메이트 Sara Sep 14. 2023

깊어진다는 건

어떤 것일까


깊어진다는 건 어떤 것일까. 



지난여름 작은 변화가 있었다. 아무도 눈치채는 이 없이 내 안의 나만 알고, 볼 수 있었던 결심 하나. 본격적으로 책을 집중해서 읽기 시작한 2021년 이후로 처음 '다독'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았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다짐. 이것이 사실은 얼마나 큰마음을 먹어야 가능한 것인지는 '독서가' 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어린 시절 이후로 다시 찾게 된 책은 재미도 있었지만,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도피처였다. 누구누구의 엄마에서 다시 내 이름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존재이기도 했다. 책이 나에게 주는 것 중에 단 하나라도 좋지 않은 것은(굳이 찾자면 부담스러운 책값일까?) 찾을 수가 없어서 닥치는 대로, 치열하게 읽었다. 어쩌면 읽어 치웠다는 표현이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책에 대한 욕심은 차곡차곡 쌓여 작년에는 50권, 올해는 100권이라는 목표가 만들어졌다. 많이 읽을수록 내 세계는 넓어지고, 나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런데 생각지 못했던 사고로 아이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멈출 줄 모르고 달리기만 했던 내 책 여정에 제동이 걸렸다. 아픈 아이를 혼자 돌보면서 책을 펼쳐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호출당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독서 같지 않은 독서와 병실생활을 번갈아 하다 보니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어 보는 시간이 생겼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픈 아이의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것 밖에 없었던 내가. 그때의 상하고 시든 마음이. 마음에 평안을 주는 한 문장이라도 붙들고 위로받고 싶었던 그 절박함이 느리게 읽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하루에 스무 권 가까이 읽던(10쪽 독서로) 책들을 네다섯 권으로 대폭 줄였다. 더 이상 빨리 완독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 읽고, 생각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읽으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자기 계발서에서 철학, 인문학, 소설, 예술 같은 분야로 발을 넓혔다. 깊어지고 싶었다. 남들이 하는 그대로 따라 말하는 앵무새가 아니라 나만의 철학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목글모 방학 동안 계속 생각했던 것이 바로 그 문제였다. 



그런데 지난주 내 글에 달린 댓글에서 '깊어졌다'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지난여름 나름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에 대한 보답인가 싶으면서도 문득 궁금해졌다. 내 글 어느 구석에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질문을 던졌지만 역시나 명확한 답은 얻을 수 없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딱 정확히, 어떤 것을 꼬집어 깊어짐의 근거로 대기는 어렵다. 다만 그 사람의 말과 행동, 태도와 글.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풍기는 분위기로 짐작만 할 수 있을 따름이다. 아, 이 사람 참 깊다, 깊은 사람이구나! 



그러던 차에 이런 문장을 만났다. '지금도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고, 학력을 높이고, 돈을 많이 벌고, 견식을 넓히고자 한다. 그럼에도 지금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2차적 문제에 대해 질문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자기 삶의 근본적인 문제를 아웃소싱하지 않고, 스스로 묻고 고민하는 사람. 그렇게 구한 답으로 결정한 것을 묵묵하고도 충실하게 지키는 사람. 그렇게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다하는 걸 '깊어진다는 것'으로 부르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F들끼리 잘해보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