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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원석 Aug 17. 2019

3장 디자이너의 실무입니다.



1장. SI 입니다. 

내가 처음으로 받은 디자인 외주는 약간 어떨떨하게 자판기에서 콜라를 뽑듯이 받았다. 도장을 찍는 순간 탄산이 빠져버리듯 내 잎에서 SI 소리가 나왔으니까. 물론 처음부터 그런건 아니었다. 계약을 하고 첫 미팅을 하는 순간 클라이언트의 구현하고 싶은 디자인의 내용에 대한 속사포 랩을 들으면서 처음 금이 가기 시작했다. 


[ 클라이언트 파트 1절 ] 

" 저 꼭 할말있어요."(내가 지금부터 랩을 시작하려고해) 

제가 지금 중개플랫폼을 만들려고 하는데(남들 다 하는 뻔한거 만들어) 

다른 중개플랫폼과는 다른 무언가 소울을 담아보고 싶어요(근데 니가 만든 디자인은 뻔하면 안되)

그냥 클라이언트 의뢰인과 작업자를 연결만 해주고 책임은 나몰라 하지 않는(너 잠수타면 죽는다?) 

저희는 책임지고 관리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플랫폼(이건 순간 나도 분쟁으로 고생한게 있어서 조금 기대했다)

경쟁사로는 선도기업이 00이 있습니다.(우리는 애들 금방 따라잡을 수 있어요) 

기능은 oo가 잘 만들었고 ooo은 디자인이 괜찮아요.(각자의 장점들만 뽑아서 만들어 주세요)

 oo 은 규모는 큰데 사후관리가 안되고 oooo는 맨날 분쟁으로 골치를 썩고 있어요."


[ 클라이언트 파트 2절 ] 

"디자인 예산은 빠듯하지만 최대한 잘해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기획서를 대충 써봤는데 이것도 참고해서 디자인을 해주세요(아니...웬 건축 설계도가..(?)) 디자인 이전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잡아야 될거 같은데 경쟁사가 '중개'에 집중했다면 저희는 '관리'와 '안전'에 집중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웃소싱,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 이 네가지가 저희 전문가 파트너들입니다.(연상될 수 있는 이미지를 달라고!)기타 키워드로는 '신뢰','의뢰','보호','꼼꼼함' 등이 있습니다.(흠 그렇다면 방패나...자물쇠나...)아 그렇다고 방패나 자물쇠 이런 너무 뻔해보는 이미지를 로고로 쓰는건 싫습니다. (아놔..이...크;ㄹ;) 


[ 클라이언트 파트 3절 ] 

"쏼라쏼라.." 


                                                                          1시간 30분 후 


여기까지 설명입니다. 디자이너님 이해 되셨나요?? 

"........ㄴ[\ㅔ 그러니까 3년간 중개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분쟁을 겪어보셨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계약이후에 관리 해주는 관리전문 플랫폼을 런칭하셨는데 1년동안 외주관리 기술개발을 ...중얼중얼.. 하셨다는 것이지요?(요약에만 30분이 걸리다니..) 네 충분히 서비스는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방향성은 충분히 들었으니 이 내용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러 가보겠습니다."

"네? 이건 회사 소개이고 디자인 작업 의뢰서는 여기 요약된 2장짜리 문서를 검토해주시면 되는데.." 

"아하 하ㅏ하핳핳핳 깜빡이 키고 회사소개하.." 

"네??? 깜박이요???' 


그렇게 뭔가 하루종일 기빨리듯이 2시간의 미팅을 진행하고 집에 돌아왔다. 왠지 논것도 일한것도 아닌것 같고 그냥 서럽고 피곤해서 잠자고 이불냄새 맡으며 자고 싶다.  


2장. 불타는 전화기 

다음날 일어났다. 너무 일찍일어나 더 자기로 하였다. 다시 일어났을때는 저녁이 되었다. 배가고파 밥을 먹으며 핸드폰을 확인하니 부재중 전화가 16통이 왔있다. 망할 전 회사에서 인수인계건으로 전화가 왔나 봤더니 어제 만났던 클라이언트 였다. 


" 대표님 오늘 좋은 생각이 났는데요. " 

" 대표님 연락주세요. "

" 대표님 ...." 


부재중 15통의 정체는 엄마 1통, 어제 만남 클라이언트 14통이다. 내가 이렇게 인간관계를 잘 못했나 하는 약간의 자괴감과 함께 한숨과 고통이 밀려온다. 이번 계약 먼가 짜증날 예정이다. 벌써부터 짜증이 와닿는다. 클라이언트에게 전화를 하였는데 거의 3년만에 만난 여자친구처럼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렇게 하나둘 오던 전화통하는 자정을 넘기까지 27통이 되었다. 아디이어 회의, 디자인 컨셉 논의, 레퍼런스 설명, 수정 사항, 등 다양한 주제로 하루종일 눈앞에 두고 미팅을 하는 느낌이다. 정말 지친다. 누군가 나 대신 이런 미팅을 해줬으면... 이런 미팅까지 하려니까 디자인 작업은 언제하나 하다가 그렇게 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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