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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불빛 Feb 14. 2024

누가 AI를 만들었는가

책 <AI 메이커스, 인공지능 전쟁의 최전선>, 케이드 메츠


1. 뉴욕타임스 IT 전문 기자의 인공지능 이야기

 

인공지능에 관한 책은 너무도 많다. 특히 chatGPT 3.5가 출시된 2023년 11월 이전에 출간된 책이라면 굳이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아이디어는 조금 특별하다. 와이어드 전속 기자였고, 현 뉴욕타임스의 IT 전문 기자인 저자 케이드 메츠는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할 수 있다는 기자로서의 장점을 십분 살려 인공지능을 만든 사람들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책을 구상했다. 


2. 인공지능을 만든 사람들


인공지능을 만든 사람들은 총 다섯 그룹으로 분류된다. 1) 프랭크 로젠블라트, 데이비드 러멜하트와 같이 뇌의 신경망 구조에 주목한 ‘연결주의’ 노선의 창시자들, 2) 제프리 힌턴, 얀 르쿤, 요수아 벤지오, 앤드류 응과 같이 한 세대 넘게 계속된 ‘인공지능의 겨울’을 기어코 버텨낸 석학들, 3) 기술을 실제 현실에 접목시킨 제프 딘, 데미스 하사비스, 마이크 슈레퍼, 리 덩, 치 루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개발자들, 4) 작금의 인공지능 혁명을 이끌고 있는 알렉스 크레제브스키, 일리야 수츠케버 같은 제프리 힌턴의 토론토대 제자들, 5) 개리 마커스나 팀닛 게브루와 같은 현재의 인공지능 비판론자들이다. 기술 이면의 사람들이 어떠한 동기나 생각, 욕망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하였고, 어떠한 우연한 요소와 사건들이 기술의 발전과 연결을 이끌었는지에 주목하다 보니, 빅테크 기업과 샘 알트만이나 사티아 나델라, 일론 머스크, 래리 페이지와 같은 기업 경영자들에 초점을 맞춘 기사나 책과는 확연히 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다. 


3. 딥러닝의 창시자, 인공지능의 대부


책은 ‘백발의 스타트업 창업자’가 제품 하나 만들어낸 적 없고 직원은 단 세 명인 회사를 구글에 4,400만 달러에 매각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창업자는 매각 당시 64세가 된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컴퓨터 과학 교수이고, 다른 직원 두 명은 힌턴의 제자인 알렉스 크레제브스키와 일리야 수츠케버로 이들은 2012년 인공지능의 이미지 식별에 관한 기념비적인 ‘알렉스넷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두뇌에서 뉴런이 연결되는 방식을 모방하고 코드로 표현하여 ‘기계를 학습하게’ 만든 딥러닝의 창시자인 힌턴은 이 책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공지능 연구자들과 연결된다. 허리 디스크로 앉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연구를 계속하였고, 수십 년간 학계로부터 외면받은 ‘연결주의’ 노선이라는 신념 끝까지 고수하였으며, 미국의 보수정권과 패권주의에 거부감을 느껴 캐나다로 이주하여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를 연 인재들을 배출해 낸 힌턴을 과연 인류는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4. 혁명, 그전까지의 이야기


2021년에 출시된 책이다 보니, 제2부 인공지능의 역사는 연구에 필요한 자금이 다급하게 필요했던 오픈AI가 매너리즘에 빠져서 다른 빅테크에 비하여 인공지능 연구에 한참 뒤처져 있던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지점에서 끝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투자를 바탕으로 오픈AI의 대형 언어모델이 혁명적으로 등장한다는 스포일러를 알고 있는 독자는 마치 다스베이더 이전의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을 보는 것처럼 더욱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5. 인공지능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제3부에서 제시하는 인공지능의 정치적, 윤리적 이슈는 양극화된 민주주의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갈수록 심화되는 오늘, 그 논의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딥페이크가 촉발하는 탈진실의 시대, 중국이라는 감시통제 시스템과 인공지능 연구의 결합, 데이터 세트에 담긴 편향에 따라 왜곡되는 인공지능의 의사결정, 살인 로봇으로 변하는 인공지능 등. 그리고 인간의 지능을 완전히 능가하고, 최종적으로 인간을 멸절시킬 수도 있는 AGI가 등장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을 극대화하려는 실리콘밸리의 효율적 가속주의 E/acc 흐름 앞에서, 각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기술 규제나 안전장치 문제에 대해 인류는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역량은 수개월에 한 번씩 비약적으로 발전하지만, 법률, 규제 및 국제 조약이 체결되는 데에는 적어도 수년이 소요된다. 현재 국가 및 글로벌 차원에서 인류의 거버넌스는 과연 기술의 도전과 자본의 탐식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일까. 고용 시장이 흔들리고, 자본 불평등이 심화되고, 인종, 성, 계급 간 차별이 고착화되며, 지정학적 분쟁에 인공지능 무기가 활용되는 세상. 개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더욱 공동체 차원의 해결책을 도출하는데 취약해진다. 굳이 HAL이나 터미네이터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인류는 스스로를 멸망시킬 수 있는 두 번째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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