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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고립

역이민을 준비하며 #2

by HANA



집에 혼자 있으면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직 자고 있을 한국에 있는 사람들을 깨울 수 없으니 넷플릭스를 틀어본다. 딱히 보고 싶은 게 없어 창문 밖을 내려다본다. 나와 너무나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걸어간다. 저 사람들은 다 어디에서 와서, 여기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까.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했던 집 밖에서의 일들이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분명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며, 회사에서 일을 하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었는데 말이다. 회사에는 퇴근 후 같이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러 가는 친한 동료가 한 명 있고, 같은 팀의 사람들과 교류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들과는 절대 100%의 공감이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는 배운 문화가 다르고 정서가 다르니까. 이민 초기에는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만나서 한국어로 수다를 떨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니까. 결이 너무 다른데도 인연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8년이 지난 지금은 모든 게 좀 피곤하다.






캐나다에서의 삶은 고요하다. 감정 곡선을 그리자면 거의 일직선에 가깝다. 무엇 하나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다. 뉴스를 보면 사람에 의한 사건보다는 자연, 동물과 연관된 사고가 더 많이 보인다. 지난달에는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산불 때문에 내가 사는 도시까지 하늘이 뿌옇고 공기가 나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면 보통의 나날이 이어진다. 점심시간엔 혼자 책상에서 도시락을 먹고, 5시 정각에 혼자 사무실을 나온다. 장을 보고, 밥을 해 먹고, 주말에 무엇을 할까 생각한다. 사실, 할 일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나라별 음식 축제, 농장 방문 같은 것들은 한 번씩 해보았기 때문에 더 이상 감흥이 없다. 도시에 새로운 것들이 많이 생기지 않는다. 문화생활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박물관 하나, 미술관 하나. 갈수록 무감각한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가족이 중심인 사회에서 가족이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연휴마다 가족들과 별장을 가는 캐나다 사람들과 달리, 나는 가족을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드니까. 한국에 방문하면 엄마가 하루에 5번씩 전화를 한다. 아침에도 봤고 밤에도 집에서 볼 텐데, 할 이야기가 생겼다고도 전화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도 전화를 한다. 우리 엄마는 이렇게 큰딸이랑 통화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평소에는 다섯 달에 한번 나랑 전화 연결이 된다. 그래서 오늘도 내 핸드폰은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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