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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바닥이 따뜻했으면 좋겠어.

역이민을 준비하며 #4

by HANA



어렸을 때 교복치마를 입고서도 학교나 학원에서 항상 양반다리를 했었다. 그래야 실내에서도 얼음장처럼 차가운 발바닥에 체온이 닿을 수 있으니까. 수족냉증이 심하면 수면 양말 같은 것은 소용이 없다. 오직 피부에 직접 닿는 온기만이 발을 녹일 수 있다. 그런데도 방바닥이 찬 집에 산다는 것이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을까. 겨울이 되면 매일 아침 코와 목에 피가 날 것처럼 따가운 느낌으로 잠에서 깬다. 집 전체에 나오는 히터로 인한 건조함은 가습기로는 해결이 되지 않더라. 한국에서 제일 그리운 것이 온돌이라고 하면 너무 할머니 같을까.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었을 때 느끼는 따뜻함이 너무 그리워서 운다.




한국에 가면 제일 먼저 교보문고에 가서 마음껏 책을 읽고 싶다. 처음 몇 장이 아니라 한 권을 쭉 훑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사고 싶다. E-Book으로는 나오지 않는 책들을 자유롭게 읽고, 북토크에도 가고 싶다. 좋아하는 작가들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듣고, 책 맨 앞장에 사인도 받으면 좋겠다. 봄이 오면 서울국제도서전에 가서 새로운 책들을 추천받고, 각종 굿즈를 사서 집에 가고 싶다. 책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득 찰 것만 같은데. 책방에서 매주 한 번씩 모여서 글을 쓰는 모임을 연다면 참여하고,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수업이 있다면 내 시간을 쏟고 싶다. 일제강점기도 아닌데… 우리말과 글에 대한 결핍을 가지고 산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야.



또 가고싶은 책읽는 맑은냇가



8년의 외국 생활이 남긴 것은 사계절 내내 함께하는 식욕부진이다. 먹고 싶은 메뉴를 파는 곳은 없고, 맛없는 음식들을 파는 식당들은 비싸기만 하고, 요리는 아무리 해도 늘지 않더라. 나도 마트에서 파스타 대신 두유면을 살 수 있었으면, 산지에서 직접 배달 오는 채소가 냉장고에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행복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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