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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나 Aug 07. 2020

<EBS 나도 작가다> 2차 공모전 당선 후기

정신이 건강한 나 만들기 프로젝트 1탄



<EBS 나도 작가다> 2차 공모전 당선 후기

어디 보자. 당선 내지는 수상이라는 단어를 접한 지가 언제 적인지 생각해보자. 대학 입학을 필두로 내 인생에선 ‘수상’보다는 ‘합격’에 갈증을 느끼는 세월이었다. 어렸을 적엔 흉내 내는 것에 제법 소질이 있었던지 동화구현 대회니, 영어 스피치 대회니 주로 말하는 구술 대회들을 나가며 여기저기 상을 모아 마치 그랜드슬램이라도 달성한 것인 양 우쭐해하곤 했다. 내 목소린 누군가 농담인듯 했던 말처럼 상당히 ‘상업적’ 이었나보다.

일기를 거의 매일 쓰긴 했지만 특정 목적을 위해 차분하게 정리하고 되새김질하며 썼던 글은 고3 때 야구장에서 술 먹다 잡혀 선생님께 한 달간 제출했던 반성문과 대학 논술 시험이 전부였다. 즉, 논술이나 서술보단 구술에 소질이 더 있었던 샘이다.
 
이화여대는 그 해에 어느 대학들 보다 합격 발표가 늦었기 때문에 나는 새까맣게 날짜를 잊고 있다가 늦은 저녁 방탕한 귀가 후 담임선생님의 전화로 합격 사실을 알았지만, 이미 특차를 지원했다가 부진한 내신으로 고배를 마셨던지라 좀 재수 없는 학교라고 생각하는 호기도 부렸다.

그 이후론 졸업 후 사법고시에 세 번을 낙방했기 때문에 내 인생에서 합격이라는 단어는 애증을 넘어 원수 같았다. 언젠간 만나 감정을 풀고 화해를 해야 할 것만 같은 존재.

고시를 그만두고선 각종 인증시험들을 보느라 합격보다는 고득점에 목을 맸다. 아이의 천식으로 일을 그만둔 후엔, 지루한 일상을 견디기 위해 공인중개사 시험을 볼 계획이었으나 9월에 남편의 발병으로 시작도 못하다가 10월 두 주간 세네 시간 얇은 요약집만 달달 외워서 60점 커트라인에 두 개를 더 맞고 붙었다.

합격 문자에 크게 감흥이 없었던 것은 합격을 예상하고 전략적으로 딱 그만큼만 공부했기 때문이다. 번역사 3급, 2급을 순차적으로 따면서도 그저 당시의 나의 고통을 잊게 해 줄 장치 정도로만 느껴졌지 목표나 성취의 기쁨을 느끼진 못했다.

법무사시험은 사뭇 달랐다. 사시가 폐지되고 로스쿨에 투자할 시간과 돈과 나이가 걸림돌인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몇 년 사이 경쟁률과 난이도가 미쳐 날뛰고 있던 터라 공부 습관을 잡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현실적으로 혼자 두 아이를 양육하면서 공부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 재정적으로도 모두 한계에 다달았다.

어찌 저찌 쥐어짜듯 1년 반 후에 받은 1차 합격통지는 기쁨을 주기보단 2차에 대한 두려움만 쏟아졌다. 세배 네배 집중해야 가능한 120명을 뽑는 시험에서 쥐어짜야 하루 6시간 정도 나오는 나의 환경이 원망스럽고 집 근처를 벗어날 수 없는 수험생활은 매일 한 달은 화장실을 못 간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체력은 몇 년의 피폐해진 정신으로 바닥을 치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고 약과 혼술로 잠이 드는 일이 다반사라 매일 피곤함을 이기지 못했다. 7년을 넘게 6킬로 이상을 뛰었던 조깅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번뇌는 커져와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하고 자기 검열을 할 수 있는 나의 소소한 시간이 필요했고, 그래서 시작한 일이 브런치였다.

브런치 시작 몇 주 후 공모전 안내를 보았다. 어차피 취미로 하는 글, 뭔가 생산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어 졌다.

몇 주 후 당선 메일을 받았다.


발표날짜를 다음날로 알고 있다가 받은 기분좋은 이메일





당선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합격하고는 또 다른 기분이다. 정해진 틀과 기준에 나는 합격이다라는 느낌보다 내 생각과 글에 공감을 해준다는 느낌은 행정적인 계획과 방식이 점철된 내 인생에 정서적인 터치가 더해지는 느낌처럼 상당히 설레는 경험이었다.

글쓰기는 나에게 조깅 같은 느낌이다. 비록 지금은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책상에 앉아 매일 낙서만 하고 있는 비루한 몸뚱이이지만 지금의 이 느낌을 잊지 않고 몇 년 뒤엔 다시 새벽 콧바람을 넣으며 7킬로는 거뜬히 뛰는 나를 기록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정말 매일 죽도록 뛰었다. 하니도 영심이도 아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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