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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목금토일

그 중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언제 였더라?




부부의 세계 드라마를 보다

몇 번을 울고 몇 번은 먹먹한 마음에 

가슴팍이 저며왔다


작년 10월의

헤어짐 이후


먹고 사는데 바빠 나를 돌보지 못했다

하루라도 쉬고

하루라도 날 위한 시간을 보내줬어야만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덜컥 사버린 집 대출금 덕분에

터져버린 코로나 덕분에 

버티기 위해 

계속 달렸다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 인생에

나만 바라보는 내 새끼 

부족함 없이 먹이고 입히고 치료하고 싶어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악착같이 달려왔다


가끔은

잠수타고 

혼자 휙 바다로 떠나 버리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러질 못했다


괜찮은 척 하니

다들 괜찮은 줄 알고

웃으니

다들 웃을 일만 있는 줄 알고

일만 하니

일이 좋아 죽는 워커홀릭으로 안다

그렇게 나를 가리고 지내는 게 습관이 되니

그냥 그런 게 내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사실 속으론 

아무것도 안하고 

잠시 모든 걸 내려 놓고

그냥 온전히 쉬고 싶다


하루종일 책만 읽고

글만 쓰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말 하기 싫을 때 안하고

누구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외딴 곳에 가서 잠수타면서

그렇게 한참을 지내고 싶다


펑펑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고

눈이 퉁퉁 부어도

누가 볼까 

신경 안써도 되게

다음 스케줄을 위해 애써 나가지 않아도 되게

모든 것을 멈춰도 괜찮을 수 있는 명목이 생겼으면 좋겠다


땅끝까지 내려가

바닥을 딛고 힘차게 다시 올라올 수 있게

깊게

깊게

잠수하고 싶다


...

..

.



오늘 꿈 속에서라도 그래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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