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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vin May 30. 2017

다시 시작하기

지난 여행기

  2016년 봄, 나는 뉴스와 광고로 혼잡해진 페이스북에 지쳐(지금도 페이스북은 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을 처음 시작했었는데, 이 사람 저 사람 구경하다가 한 디자이너의 인스타그램에서 멋진 리조트를 발견하게 된다. 생면부지 본 적도 없는 그 아가씨에게 답글을 달았다. "오, 이 멋진 리조트는 어디란 말인가요?"

 얼마지 않아 '하얏트요.'라는 아주 짧디 짧은 답글이 달렸고, 꽤 시간을 들여 검색하고 나서야 베트남 다낭시의 하얏트 리젠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름 필름 카메라를 다루고, 좋은 사진이 많길래 처음으로 팔로우를 했던 사람인데, 살가운 편은 아니라 실망했지만 이곳이 뭐 그런 거겠거니 생각했다.


 어찌 되었건 난 그곳이 마음에 들었고, 와이프를 그곳에 데리고 가야겠다고 결심했고, 실천했다.

결혼하고 5개월(?)만에 태어난 딸아이 덕에 우리 둘은 짧은 신혼을 보냈기에, 출발하는 기내에서부터 신혼여행 같은 달달한 기분에 휩싸였다.  

  다낭에 도착, 짐을 풀고 카메라를 꺼냈다. 꽤나 무겁고 큰 니콘의 F4s, D90과 렌즈들, 많은 사진을 담고자 하는 굳은 결의로 들고 왔지만 사실 많이 찍지 못하고 썬배드와 물속을 다니며 맥주만 홀짝였다.

 출발 전부터 컨시어지에게 글을 써야 하니 한적한 위치로 룸을 잡아주었으면 한다고도 했지만, 책상에 앉아  펜을 들 여유가 없었다.

  바다를 보며 머리를 지우다가도, 눈을 감고 파도소리에 또 정리가 안 되는 여러 마음들을 가다듬었다. 그러기에도 그 간의 빠르게 지나왔던, 이직,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우리는 휴식이 필요했었다는 좋은 핑계가 있었기에.


 이제와 생각해보니 참 아쉽다.

3~4일 동안 잠깐 글 쓸 시간은 있었을 텐데, 그곳에서의 작문은 어떤 무언 예쁜 글이 나도 모르는 불길에 휩싸여 써졌을지도 모를 일인데 하는 생각에 이른다.


 참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카메라와 렌즈를 바꾸며 탐미적 취미생활을 소비해오기만 하고, 무언가 만들어 내는 생산적 활동은 거의 없던  1년의 시간이 무색하다. 아이는 두 뼘 이상 자라 버렸고, 어머니는 어깨와 무릎이 안 좋아지셨고, 와이프의 손은 더욱 거칠어졌다.

 나 역시 작년보다 더 볼록하게 솟은 배, 얇아진 팔다리, 깊어진 팔자 주름 그리고 만성피로.


 다시 나를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지 모르겠어서 다시 밤에 키보드를 두드린다.

한 번 더 다낭에 나를 보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밤 11시에 책상 앞에 앉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하다.


정말 별것 없는 글이다 보니 다낭에서 좋았던 것들을 공유하자면, 다낭의 하얏트 리젠시는 아주 좋다. 직항이 생겨 성수기에 가면, 부산에 잘못 온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울 있지만 3월의 하야트 리조트 자체는 난 완벽하다고 말하고 싶다.

적당한 가격, 밝은 얼굴로 인사하는 직원들, 모던한 디자인, 알맞은 크기의 수영장과 모래사장 그리고 연결되어 있는 동선, 낮에는 조용하고 밤에는 또 활기를 띄는 레스토랑,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는 야외에서 즐기는 클럽하우스의 조식까지 모든 게 휴식하기에 알맞다.(이렇게 쓰다 보니 블로거 같네요.)



 내리쬐는 햇살을 피해  다섯 걸음쯤 내달려 풀에 몸을 던진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포근한 수온이 말한다. ' 그래 여긴 동남아라고.'

파란 물결 되어 일렁이는 태양의 빛무리를 두 팔로 부드럽게 가르며

발등으로 물을 슥슥 밀어내면 물고기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와이프가 건네는 코로나 맥주는 이미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태닝으로 한껏 태운 백인 할아버지가 손자의 손을 잡고 워터슬라이드 계단을 오른다.

네댓 명쯤 되는 여대생들이 수영장 한 켠에서 서로의 수영복 사진을 찍어 주는 일에

여념이 없다. 한 창 때의 여학생들의 생기는 물에 반사된 적도 부근 햇살보다 눈부시다.

 

 썬배드에 누워 맥주를 마시기에 참 좋은 그림이다.

 와이프가 입에 파파야를 넣어준다.

 입을 벌리고 있었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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