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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vin Dec 04. 2017

진공관

앗뜨거




진공관은 온 힘을 다해

뜨겁게 자신을 끌어올려 소리를 냅니다.


전원을 넣으면

어김없이 웅웅

처리할 정보 양이 적든 많든

항상 최고의 상태로 달궈진 관에서 전기신호를 증폭하여

소리를 울려 줍니다.


피아노 소리의 깊은 배음에는

그리고, 첼로 소리의 거친 떨림 속에도

풀파워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진공관의

열기가 숨어 있습니다.


나는 일만 시간이라고 하는

진공관의 수명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전원을 넣어도 소리가 나지 않게 되겠지만

그때를 생각하며 음악을 듣지 않는 것처럼

마지막을 생각하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왜 뜨겁지 못했을까

왜 뜨거웠던 시간들을 잊었을까

고민 가득한 시간을 채워가는 동안

지난여름 에어컨과 싸워야 했던 진공관 엠프는

싸늘한 겨울의 거실을 덥혀주는 난로가 되었네요.


매일 아침 일어나 전원을 켭니다.

나는 오늘도 할 일이 있습니다.











사진 : Nikon D90, Sigma Art 24mm f1.4

           신세시스 로마 510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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