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렉 1>중
습지를 되찾으면 3m짜리 담장부터 쌓을 거야.
<슈렉 1>
담은 안과 밖의 구분을 담당한다.
담은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의 경계가 되어 준다.
아무리 낮은 담일지라도,
주인의 허락 없이는 담장 안으로 우리의 발을 함부로 들여놓지 않는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저마다의 담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들락거리며 살아간다.
나와 세상 사이에 쌓인 담은,
내가 내 안으로 들어와 담장 밖에서 걸쳤던 불편한 옷과 구두를 벗어던지고,
화장을 지우고, 헐렁한 옷 입는 것을 허락한다.
담이 유난히 높은 동네가 있다.
밖에서 안을 절대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담장 꼭대기를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목이 뻐근하도록 높은 담이다.
사람들은 그런 높은 담을 정겨워하지는 않는다.
제주도의 돌담을 일부러 찾아가는 이유는, 보통 사람의 키보다 훨씬 낮은 그 야트막함이 주는,
이유 없이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이완되게 만드는 힘 때문일 거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철벽을 두른 사람보다는 허락을 구하면 언제든지 드나듦이 가능한 담을 가진 사람에게서
훨씬 큰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마음속 담장도 세월에 의한 풍화작용에 영향을 받는 건지, 나이가 들어 갈수록
내가 쌓은 담의 높이가 점점 낮아지는 걸 느낀다.
예전엔 담장 안에 혼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면, 이젠 점점 담장밖에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내게 '담'은, '타임 아웃'의 의미이다.
담장 안에서 나는, 담장 밖 나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나를 충분히 보살피고 쉬게 해 준다.
아무 때나 상관없이 자신의 흐름대로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는 가끔 담장 뒤에 숨어
없는 척도 해 가면서 나를 보호한다.
나에게 담은 세상과의 차단의 수단이 아니라,
레스토랑에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잠시 영업을 중단하는
점심과 저녁시간 사이의 '브레이크 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