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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Aug 20. 2019

충남 생태여행 10선, 예산 황새공원

잃어버렸던 황새를 다시 만나는 여행, 예산 황새공원




이 땅에서 사라져 버린 우리 새, 황새


한반도는 오래전부터 농경문화가 발달해 온 땅입니다. 그래서 농경문화와 함께 논 생태계가 긴 세월 동안 만들어지고 유지되어 왔습니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황새도 논과 하천을 중심으로 이 땅에서 살아온 흔하디 흔한 텃새였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농약사용, 농지 개발 등으로 인해 환경친화적이던 논 환경이 바뀌면서 그 수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두들 이 땅에서 황새가 다 사라졌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멸종된 줄 알았던 황새 부부가 발견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지 며칠 후 수컷 황새가 밀렵꾼이 쏜 총을 맞고 죽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둥지에 있던 알까지 도둑맞아 사라져 버린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지요. 


홀로 남은 암컷 황새는 한동안 무정란만 낳으며 홀로 살아가다가 농약 중독으로 중태에 빠져 1983년 서울 창경원 동물원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관리를 받았지만 94년에 결국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텃새로 살아가던 마지막 황새 숨결이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황새를 다시 우리 땅으로, 황새복원 프로젝트


종 복원은 완전히 사라졌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생물을 복원하고 보전하기 위한 생태 연구 분야입니다. 한국교원대 연구팀은 1996년부터 러시아 등지에서 황새를 들여와 복원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부터 충남 예산군과 함께 번식한 황사 일부를 자연에 방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 텃새 황새가 멸종한 이후, 다시 이 땅에서 황새가 살아갈 수 있도록 종 복원 시도를 해왔고, 그 결실이 예산 광시면 황새공원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충남 예산 황새공원은 민, 관, 전문가가 한데 힘을 합쳐 황새가 다시 자연 품 안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애쓰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는 살아있는 생태학습장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교원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시절 황새복원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새로 정착한 예산에서 그 결실의 산물인 황새공원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와 황새 사이에 연결된 인연의 끈이란 것이 참으로 묘하지 않을 수 없네요. 






황새가 다시 날아오는 그 날을 꿈꾸는 예산 황새공원 


황새공원에 오면 먼저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황새문화관부터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곳은 황새 생태에 대한 모든 것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전시관인 동시에 흥미로운 체험학습을 경험할 수 있는 배움터입니다. 아울러 인근 황새마을 주민들과 함께 친환경 상품을 판매하고 지역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협력의 장이기도 합니다.  


황새 전시관은 그냥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오감을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황새에 대한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자연 현장에서 헷갈리기 쉬운 백로, 왜가리, 저어새 등 황새와 헷갈리는 닮은꼴 친구들과 황새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코너도 있습니다. 



황새공원 중심공간, 황새문화관



이제 살아있는 황새를 만나러 갑니다. 황새공원 황새 오픈장은 야성을 회복하고 있는 황새 친구들이 방사 훈련을 받는 곳입니다. 주로 오픈장 안에 머물고 있지만 때때로 황새공원을 벗어나 인근 황새마을까지 자유롭게 비행하기도 합니다. 황새 오픈장은 독특한 황새 울음소리를 직접 들으며 모든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는 멋진 곳입니다.  이곳은 황새문화관 2층 전망대 공간으로 나가거나 문화관 밖으로 나가서 황새 오픈장 주변 산책로를 거닐며 둘러볼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황새를 만나는 만남의 장, 황새 오픈장



황새공원은 숨겨진 보물 같은 공간이 많아 황새문화관과 황새 오픈 장만 보고 그냥 떠나기가 아깝습니다. 황새공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트리하우스에 머물며 긴 시간을 갖고 이곳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공간을 만나면 더욱 알차게 생태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트리하우스 인근 공원 산책로에서 생태습지원을 내려다볼 때 운이 좋으면 야외에서 먹이활동을 하거나 비행 중인 황새를 만날 수 있답니다. 자연환경 속에서 자유로이 날아다니고 활동하는 황새 모습은 말 그대로 경이롭습니다. 


황새공원 쉼터공간 트리하우스 인근 산책로에서 만날 수 있는 황새 친구들



문화관 주변을 잘 살펴보면 황새와 관련한 다양한 야외 전시물이 있습니다. 황새문화관에 들어가기 전이나, 관람을 마치고 나온 후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관련 전시물을 찾아보는 것도 이곳을 흥미롭게 즐기는 방법입니다. 한가로이 황새공원을 거닐며 크고 작은 황새 흔적을 찾아가며 걷다 보면 황새 인연이 조금씩 깊어져 감을 느낄 수 있답니다. 


황새공원을 거닐며 만날 수 있는 야외 조형물



황새공원 인근 마을도 같이 둘러보면 좋은 곳입니다. 특히 시목리 일대는 이곳에서 방사된 황새들이 무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생태농업을 하고 있는 뜻깊은 황새마을입니다. 실제로 운이 좋으면 인근 황새권역 마을 논까지 날아와 직접 먹이활동을 하는 황새 친구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황새를 만나는 생태여행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랍니다. 


황새와 공존하는 황새공원 옆 황새마을






충남 생태기행 10선, 황새공원에 초대합니다.


야생에서 살아가던 한 생명이 허무하게 사라진 이후 수십 년이 걸린 끝에야 다시 자연에서 황새가 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5년 동안 관심 있게 지켜보던 과정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황새공원에서 야생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황새 친구들 모습을 보면 말로 표한하기 힘든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우연히 생태나들이를 나갔다가 황새를 야외에서 만나면 더욱 반갑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 경험 같이 해 볼까요? 황새공원에 오시면 그 경험을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언제 들어도 경이로운 황새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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