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묻지 않은 태국의 숨겨진 힐링스팟
태국은 한국 여행자 뿐만 아니라 전세계 여행자에게 사랑받는 관광목적지이다. 태국여행의 목적지는 대부분 방콕, 푸켓, 치앙마이, 파타야 등 익히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도시들인 경우가 많다. 각 관광도시들은 저마다의 태국다움을 자랑하며 전세계의 많은 여행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필자의 경우에도 태국은 대략 2년 주기로 한번 이상은 방문하게 되는 익숙하고 편한 그런 곳이다.
이번 약 일주간의 태국여행은 태국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여행경험치를 쌓기보다는 좀 편안하게 지내면서 미뤄두었던 글도 쓰고 그간 여행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다. 하지만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듯이 막상 간 방콕에서 급작스럽게 칸차나부리 여행을 떠나게 된 것, 그게 자유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마침 태국의 4월의 중순은 건기에서 우기에서 넘어가는 간절기이기도 해서 여행자의 마음은 날씨만큼 변화무쌍하다.
2016년 기준 태국으로 출국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약 146만명 수준으로, 태국을 방문하는 각 국가 중 5-6권을 꾸준히 유지하는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관광목적지가 태국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카오산'은 배낭여행자의 메카로 알려져 있는 등 특유의 친절함과 저렴한 물가,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과 볼거리 및 풍경은 "태국을 한번도 오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온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칸차나부리는 다소 생소한 지역이다. 방콕에서 2~3시간 거리의 서쪽 미얀마와 인접해 있는 지역, 칸차나부리는 한국의 중장년층에게 칸차나부리는 1957년 개봉하여 그 이듬에 아카테미 7개 부문을 석권한 데이비드 린 감독의 '콰이강의 다리'로 유명해진 곳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 때 이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칸차나부리는 태국방콕 근교여행지로 한국의 패키지 여행자나 골프여행객들에게 각광을 받은 곳이었다. 서구의 여행자들에게는 앞에서 언급한 유명 태국의 관광도시 못지 않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곳이 칸차나부리이다. 크기로는 태국에서 제일 넓은 치앙마이주보다는 못하지만 세번째로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지방이다.
칸차나부리 여행은 칸차나부리에 위치한 세개의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한 에코힐링여행과 역사문화여행이란 두가지 카테고리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치앙마이가 있는 북쪽으로 가기전에는 주로 평지만 있는 방콕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역에 비해 칸차나부리가 여행지로 차별적인 것이 바로 이 세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한 때묻지 않은 자연을 말 그대로 맛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립공원에서 발원해 그 사이로 흐르는 콰이강은 각종 수상레처체험을 할 수 있고 태국산악지역의 이색경관 속으로 이끝다는 점에서 에코투어의 맛을 더욱 감칠나게 하는 요소가 된다.
그리고 제2차세계대전의 유적이 남아 있는 이곳은 이 험준한 산악지역을 가로지는 죽음의 철도를 건설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다양한 일본제국주의자들의 만행과 어쩔 수 없이 동원될 수 밖에 없었던 주민들과 연합국 병사들과 관련한 생생한 상흔이 남아 있는 역사유적들이 남아 있다. 한마디로 칸차나부리는 자연의 경외스러움에 감탄하며 군데군데 남아 있는 세계사적 아픈 흔적과 지역의 독특한 로컬문화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라 여겨진다.
콰이강의 다리와 죽음의 철도
관광은 이미지를 먹고사는 산업이다. 일상생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가려는 사람에게 관광지 대한 이미지는 방문을 실제로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면에서 칸차나부리는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콰이강의 다리'로 인해 역사관광의 목적지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점에서 칸차나부리 시내 한켠에 있는 유엔군묘지는 칸차나부리 역사관광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이어 그 유명한 콰이강가의 세워진 죽음의 철도로 가보자. 더운 낮보다는 해질녘 저녁에 움직이는 것이 좋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콰이강에 머무는 석양이 반사되는 빛과 조명이 보다 비장함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강변 수상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저녁과 같이 하면 금상첨화이다.
헬파이어 패스
2차세계대전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는 칸차나부리에서 헬파이어패스는 한국과도 직접 연관이 있는 역사유적지 이다. 콰이강가의 절벽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놓은 철로에는 연합국 포로와 현지민 등이 동원되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한국인 위안부들도 일부 이 낯선 머나먼 현장까지 강제로 끌려와 온갖 고초를 당했다. 현재는 이 철로는 트레킹 코스로 이곳을 찾는 방문객을 맞이 한다. 이곳을 찾는 지난 4월은 보수공사 기간이라 걸어보지 못한 아쉬움만 남겼다.
에라완과 사이욕 국립공원
급작스런 칸차나부리 여행을 시작한 관계로 사이욕과 에라완 국립공원에 들릴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두 국립공원은 태국 현지인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곳으로 등산과 트레킹을 비롯한 다양한 산악레저활동을 할 수 있는데 특히 외국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것은 에라완 국립공원의 밀림 속에서 폭포수와 어울려 노느 것이다. 한국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라오스 방비엔의 블루라군을 연상하면 된다. 블루라곤과의 차이점이라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붐비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테마파크와 같은 시끄러움 없이 온전히 자연 속에 있다는 몰입감이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콰이강 땟목투어와 카약킹 - 힌톡리버캠프(hintok river camp)
두 국립공원 사이, 가로지르는 콰이강가는 칸차나부리의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머무는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해주는 자연미를 흠뻑 살린 동화 속의 리조트들이 드문드문 있다. 이중 하나인 힌톡리버캠프에 들렸다. 이곳은 소위 '글램핑' 숙소이다. 주위에 다른 어떤 것도 없기 때문에 이곳에 머물며 점심을 제외한 두끼 식사를 제공한다. 숲속 글램핑 숙소에서 느긋하게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강가에서 새소리와 물소리가 어우러지는 조그만한 수영장에서 머물러도 좋고, 콰이강에서 카약을 비롯한 다양한 수상레저 스포츠를 즐기기도 좋다. 인원이 된다면 땟목투어를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코끼리 목욕시키기 - 엘리펀트 해븐
태국을 상징하는 동물인 코끼리는 현대적 교통수단의 도입과 더불어 관광적 가치로 태국에서 존재의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공연하는 코끼리 또는 코끼리 트레킹은 인간의 탐욕에 의해 상품화되어 사육자에게 봉사해 왔다. 하지만 서구사회를 비롯해 소위 '동물권'이라는 동물의 권리가 강화되는 추세에 맞추어 태국의 코끼리 농장은 민감하게 대응해 오고 있다. 아직 우리는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이 태국여행에서 코끼리를 타고 즐기는 수준이지만, 칸차나부리의 일부 농원에서는 이보다 진일보한 인간에 봉사하는 코끼리와 놀아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동물과 교감하는 시간을 갖게 하면서 경험의 질을 높이고 있다. 칸차나부리에서 이를 대표하는 곳은 엘리펀트해븐이다. 약 2시간 정도의 프로그램 속에서 강가에서 코끼리와 장난치고 목욕시키며 교감하는 경험은 태국이 아니라면 쉽게 접하기 힘든 시간을 제공한다.
칸차나부리에서 신나게 놀고 즐기다 방콕으로 돌아가는 저녁, 해질녁 시간에 맞춰 콰이강 철도 옆 수상레스토랑에 찾아보자. 석양에 비친 콰이강은 그 아픔의 상흔과 대비되어 처연하게 아름답다. 때맞춰 강변수상레스토랑에서 하나둘씩 켜지는 조명이 더해지면 그 아름다움은 배가 된다. 콰이강에서 잡은 생선튀김에 태국식 양념을 넣은 생선요리부터 중부 태국을 대표하는 다양하고 세련된 요리를 맞보다보면 방콕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아쉬울 뿐이다. 태국 전통 술 생팁과 함께라면 분위기는 더욱 더 고조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