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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Sungil Kang Mar 31. 2018

준비없이 떠나는 스페인여행2: 톨레도, 세고비아

마드리드 근교 당일치기 여행지

우리는 문화적 의미로 가득차 있는 '장소'들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장소는 각기 다른 이미지와 정체성을 갖고 이 차이가 방문객을 유인한다. 장소성은 이 같이 각 장소들이 지니고 있는 장소의 독특한 이미지 또는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두께는 장소에 독특한 아우라를 더하고 그 아우라에 이끌려 우리는 그곳을 찾는다. 하지만 세계화 속 글로벌 자본주의 하에서 장소는 점차 효율성의 가치추구 원칙하에 몰개성적인 장소가 된다. 장소의 아우라는 사라지고 장소는 서로를 닮아간다. 서울은 글로벌 대도시를 닮아가고 지방은 서울을 닮아가고 그 가운데 제주도 있다. 장소가 갖는 고유한 특성, 분위기의 차별점이 없어지고 있다. 장소상실(placeness)의 시대, 여행은 그래서 살고 있는 현대인의 특성인지도 모르겠다. 고유한 장소성이 상실된 그곳은 내가 어쩔 수 없이 있는 곳이지, 내 정체성을 대표할 수 없으니 그래서 나는 내 정체성을 찾아 먼 곳, 다른 곳, 낯선 곳으로 떠날 수 밖에 없다.


톨레도와 세고비아는 마드리드의 다소간 권위주의적이고 도회적인 분위기를 벗어나고 픈 이들이 선호하는 마드리드 교외여행지들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성채도시인 관계로 주위의 자연과 지역의 전통이 조화롭게 어울린 도시들이다. 마드리드에서 한 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라는 시간적 이점도 있는 곳이니 마드리드 방문자라면 둘러볼 필요가 있다. 성수기에는 이들 도시를 오가는 버스 예매는 필수 일 듯하다. 비수기에 오면 좋은 점은 이런 번거로운 예약이 필요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옛 스페인 왕국 카스티야의 수도, 톨레도



카스티야와 아라곤 등 중세왕국으로 나누어진 중세 스페인은 남부 안달루시아에 자리잡은 이슬람세력의 위협에 맞서야 했다. 카스티야는 이중 현재의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하는 스페인 중심부에 자리한 왕국이다. 오늘날 에스퍄냐 민족의 발상지이기도 하고 표준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지역이다. 이 카스티야 왕국의 오래된 수도가 바로 톨레도이다. 도시의 3면이 타호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전형적인 요새도시로 로마와 서고트왕국, 이슬람제국을 거쳐 11세기부터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가 됨에 따라 그 역사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도시이다. 비록 오늘날에는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이 16세기 중엽 스페인 통일왕국 펠리페2세가 마드리드로 수도를 옮기면서 그 지위를 상실했지만 이 역사의 시간이 바로 오늘날 톨레도를 스페인 유명한 관광도시로 자리잡게 한 원인이 되었다. 톨레도의 이러한 역사와 문화유산은 1986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계기가 되었다.


E.H.Carr는 그의 저명한 책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말한다. 이 오래된 고색창연한 스페인 중세도시와 조우하기 위해서는 우선 마드리드에서 왕복 9.5유로 하는 티켓을 사 시외버스를 1시간여 타고 남쪽으로 달려야 한다. 버스터미널에서 나와 무엇인가에 홀리듯이 오른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바로 고생길, 왼쪽길을 따라 가면 톨레도 성까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트를 타야 한다. 그러면 톨레도 여행의 시작이자 끝인 소코도베르 광장을 만난다. 성채도시 톨레도는 마치 테마파크와 같다. 현대적인 에스컬레이트를 타도 어두스럼한 터널을 지나면 마법도시 같은 꼬마기차가 달리는 도심과 마치 중세시대에 들어온 듯한 거리풍경을 본다. 이것은 마치 무미건조한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들어서면서 설레임으로 일상의 때를 벗고 이제 즐길준비가 되었다고 다짐하는 도심 테마파크 방문객의 심정하고 같다고나 할까. 나도 이제 이 도시를 즐길준비가 다 되었다. 오라! 톨레도~!


소코도베르 광장에서 둘러본 톨레도 성안은 미로처럼 얽힌 다양한 좁은 길이 끝없이 연결되고 이어져 있다. 어떻게 가든 자연스럽게 세계3대 대성당 중 하나로 불리는 톨레도 대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될 것이다. 입장료에 오디오가이드가 포함되어 있고, 타워까지는 2.5유로 더 내면 올라갈 수 있다. 


이후로는 발걸음 닿는대로 걸음을 옮기면 된다. 골목골목은 톨레도의 그 유명한 칼을 파는 전통적 공예품점에서부터 레스토랑, 기념품샵 등이 방문객을 유혹한다. 마침 스페인의 1월은 그랜드 세일기간, 그 중 가죽구두나 신발은 한국에 비해 품질과 가격이 싸서 자꾸 눈길을 끌었지만 앞으로의 여정도 많이 남았기에 아이쇼핑으로 끝냈다. 톨레도의 마지막 일정은 톨레도 전경을 한눈에 즐기면서 커피한잔 할 수 있는 파라도르 호텔 카페이다. 택시로는 약 10유로라 2~3인이면 택시로 이동을 권장한다. 하룻밤 지내면서 야경을 밤새 감상하는 것도 좋은 생각일 것 같은 뷰를 자랑한다. 한국 연예인이 이곳에서 광고인지 결혼 사진인지를 찍어 손님의 반 이상은 한국 여행자들이다. 이것저것 다 싫다면  소코도베르 광장에서 톨레도의 상징 꼬마기차에 몸을 실어보자.


이곳으로 치자면 1월 중순 극비수기인 때지만 한국은 겨울여행 시즌이기에 어딜가나 한국인 여행자는 차고 넘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수기라 톨레도를 비교적 여유롭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조금 쌀쌀한 스페인의 겨울이지만 사람에 치이지 않고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인 때라 할 수 있다.


성채도시 톨레도는 마치 테마파크와 같다. 현대적인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오르면 마법도시를 달리는 꼬마기차를 본다.
대성당을 중심으로 구축된 성안 풍경과 성밖풍경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소코도베르 광장과 대성당가는길, 좁은 성안 거리는 좁지만 아기자기하다.
톨레도의 랜드마크 톨레도 대성당
위풍당당 톨레도 알카사르와 상징기념품인 톨레도 칼을 파는 기념품점
파라도르 호텔에서 내려다본 톨레도
톨레도 주요 관광포인트



스페인에서 로마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다, 세고비아



내 나이 또래에게 '세고비아'란 단어는 기타 브랜드로 각인되어 있다. 그렇게 어느 덧 입에 붙어 친숙해져버린 세고비아란 단어에서 각 종 서적에서 상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로마 수도교가 있는 곳이란 관광지로의 전환이루어진 것은 마드리드에 도착해서이다. 그리고 백설공주 성의 모태가 되는 알카사르가 있는 곳이란 정보의 획득은 마드리드 근교 당일치기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세고비아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구글맵을 키고 5분여 걸어 로마수도교가 보이기 시작하면 바로 그곳에서부터 세고비아 관광이 시작된다. 걸어 다가갈수록 머리에 사진으로 머리에 각인되어 있는 로마 수도교의 생각보다 큰 위용에 심장이 두근거림이 커지기 시작한다. 여행자가 가장 기대하는 시간이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싶다. 어느 덧 여행자는 멀리 시간여행자가 되어 로마시대를 떠돈다. 과거와의 소통을 장소의 정체성과 의미에 푹 빠지는 순간말이다. 마침 1월의 세고비아는 겨울의 알싸한 싸늘함을 간직하고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에서 그 흔한 수도교 사진을 찍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더욱 더 깊은 시간여행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켜켜이 쌓인 시간이 담겨 있는 구 시가지 골목길을 걷다보면 어느 덧 대성당의 귀부인으로 불리는 세고비아 대성당 앞 시청광장(마요르광장)이다. 그리고 구불구불 골목을 따라가면 나오는 세고비아 알카사르. 디즈니 백설공주성의 모태가 되었다는 그것 하나만으로 가볼만한 곳이다. 입장료는 단순히 알카사를 둘러보는 것과 전망을 볼 수 있는 타워 포함 티켓으로 구분되니 참고하자. 구경하다 지치면 세고비아 대표음식인 아기돼지고기 요리는 Cochinillo asado와 샹그리아 한잔이면 여행자의 피로를 풀어준다. 꽃보다할배에 나온 레스토랑도 있지만 이곳의 대표음식이라 여러 레스토랑에서도 제공하는 메뉴이다. 


스페인의 대부분 유명 여행지가 그렇듯 세고비아도 지방 중소도시로, 구도심에 대부분의 관광지가 모여 있다. 당일투어로 세고비아을 맛보기 정도로 느낄 수 있겠지만, 세고비아의 진정한 맛은 관광객이 마드리드로 돌아간 저녁, 불켜진 가로등과 함께 하는 고즈넉한 거리풍경이 아닐까 싶다.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그런 도시가 세고비아가 아닐까 한다. 마드리드 남쪽 톨레도가 혈기왕성하고 에너지 충만한 관광객이 넘치는 도시라면 마드리드 북쪽 세고비아는 인생을 여유와 여백의 멋을 아는 그런 도시라는 인상이다. 여러분은 어디를 선택하겠는가? 마드리드 3박 일정이라면 두곳 모두 둘러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수도교 뒤로 보이는 성(구도심) 앞에 관광안내센터가 있다.
옛 중세도시 속을 걷다보면 멀리서 우아한 세고비아 대성당을 만난다.


키치스런 기념품을 파는 기념품 샵과 엔틱한 거리풍경의 느낌을 더해주는 길거리 풍경


백설공주성에 영감을 주었다는 세고비아 알카사르와 알카사르에서 바라본 정감가는 세고비아 성밖마을
세고비아 대성당을 중심으로 구축된 성안의 유적지와 거리를 둘러보는 것이 세고비아 여행의 핵심이다.
걷다 지칠때쯤 먹는 샹그리아와 함께 하는 세고비아의 대표음식 아기돼지고기 요리는 Cochinillo asddo
세고비아 구도심 주요 관광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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