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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여 Jan 19. 2020

31개월 차 따님

기록은 즐거워

내게는 언제나 글로 기록을 남기고픈 욕구가 있다.


종이 위에 기록은 잘 안 하게 되고, 온라인상의 기록은 (어쩔 수 없이?) 솔직해지지 못하는 것 같아, 혹은 나를 드러내는 것이 싫어  잘 안 쓰게 됐는데 나의 애정 블로그 중 하나, 작가 나경 님의 글을 읽고 하루에 몇 분이라도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싶은 맘이 커졌다.


https://blog.naver.com/anasmile/221776204459


게다가 오늘은 2020년 1월 18일, 31개월 차에 들어선 우리 따님. 기록을 하지 않으니 벌써 잊혀 가는 소중한 순간들이 많다. 간간이 우리를 웃게 만든 순간은 짧게나마 바로바로 기록을 해 두지만 모든 기억을 끌어모아 더 자세히 기록해 두고 싶다.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게.


31개월 차 따님은...


1. "You teach me"

따님이 말끝마다 자주 하는 문장. 우린 대화할 때 서로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인데 특히 이게 한국어로/영어로 뭘까? 했을 때 자주 하는 문장. 따님은 질문에 답이 뭔지 알면서도 실실 웃으면서 물어본다. 대부분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들을 때까지 계속 물어봄.


2. 덤보, 정글북, 벅스 라이프, 톰 앤 제리, Puffin rock, 엄마 까투리 

나는 따님에게 만화를 보여주는 것에 많이 관대한 편인 듯. 주 중엔 같이 밖에서 노는 시간이 길어 티비 한번 안 보고 지나가는 날이 대부분이고 아무리 길어도 두 시간은 안 넘기려고도 하고... 다만 핸드폰으로 보여주는 영상, 특히 유튜브로 보는 영상은 피하려고 한다. 왜냐면 한번 틀면 끊기가 힘들고 원치 않는 영상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그런데 다행히 따님은 핸드폰을 요구하지 않음.


지난 한 달간 제일 많이 본 만화는 덤보이지 싶다. 최근 나온 실사판 덤보 말고 무려 1941년에 나온 오리지널 덤보. 아기 덤보를 놀리는 코끼리 아주머니들이 나오면 Naughty 하고 시끄럽다고 귀를 막는다. 오늘은 아기 덤보가 엄마랑 떨어져 힘든 시간을 보내는 장면에서 Naughty Naughty 하며 싫어하길래 그럼 빨리 돌려서 덤보가 훨훨 나는 걸 보자 하고 마지막 장면을 보며 Dumbo is happy again! 하면서 좋아한다. 


오늘 처음 보게 된 1967년 오리지널 정글 북. 따님을 임신했을 때 나는 천방지축 왁자지껄 즐거운 영혼을 바라며 모글리 같은 아이를 만나기를 희망했는데 따님이 모글리를 너무 좋아한다. 게다가 모글리는 정글의 소년. 덤보의 시대가 가고 모글리의 시대가 올 것 같은 예감.


요즘은 찾지 않는 톰 앤 제리, 사실 너무 sexist 적이고 폭력적인 요소가 다분해서 보는 게 꺼려지는데 괜찮다 싶은 몇몇 에피소드만 골라서 아주 가끔 보는 편. 


한국어 듣는 기회가 너무 적어 틀기 시작한 엄마 까투리. 왜 4명이나 되는 남매인데 아빠는 코빼기도 안 비추나 싶고 저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이 엄마를 하던 일하도록 가만히 둔 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되는 만화이지만... 한국 만화는 보여주고 싶고, 공룡을 좋아하는 따님이니 아기공룡 둘리를 보여줬지만 매 장면마다 끊임없이 둘리 엄마는 어딨냐고 물어보는 통에 아기공룡 둘리는 아직 금지 만화다.


오늘 유나는 Jaws 포스터를 보고는 틀어달라고 조른다. 저게 네가 아는 그런 상어의 모습이 아닐 텐데 아직 안 돼 따님... Blue planet 같은 프로그램도 아주 좋아하는 따님. 동물이나 물고기 나오면 일단 합격.


3. Bedtime story 시간! 공룡이 좋아.

산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룡을 요청해 산 공룡등 덕에 Bedtime story가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방으로 자러 들어가기 전에 책을 읽고는 했는데 이제는 침대에 같이 누워 책을 읽는다. 확실히 Bedtime story routine이 생겨서 너무 좋음. 종종 자기 싫어서 계속 책 읽어 달라고 너무 졸라대서 지친 나는 버럭 하기도 하고 (반성 ㅠㅠ) 기운 없지만 오늘은 침 꿀꺽 삼키고, 마지막으로 뭐 읽어 줄까 Dinosaur Rocket 읽어 줄까? 하니까 너무너무 행복해하며 Yes! I like dinosaurs! Dinosaur Rocket is my favourite book! 환호하는 따님. 미안해라. 엄마가 순간순간 욱하는 것만 많이 줄여도 따님이 더 웃고 행복해하지 싶다 ㅠㅠ.


따님이 제일 좋아하는 공룡은 오노오노돈 (이구아노돈, Iguanodon)과 꽤 정확한 발음으로 타이라노소러스 렉스 (Tyrannosaurus Rex)란다. 


Written & Illustrated by: Penny Dale

이것이 요즘 따님의 최애 책. 시리즈로 나와서 다른 시리즈를 읽어 볼까 생각 중이다. 


4. I am a mommy!


작년 10월에 태어난 시누이의 둘째 아들 영향인지 자기 장난감들을 baby라며 많이 챙기기 시작했다. 밖에 데리고 나갈 때도 많고 담요로 꽁꽁 사매고 장난감 우유니, 음식이니 챙겨 먹이고.


Daisy와 Elmo

재미있게도 따님의 첫 Baby doll인 데이지 (따님의 one of the first words)는 baby가 아니라 자기의 여동생이란다. 나머지 인형은 자기의 baby이므로 나는 할머니라는 따님.


5. 배변 훈련 시작!

그동안 potty를 쓰도록 많이 권장했지만 아직 확실히 시작은 안 했다 싶었던 배변 훈련. 사놓고 제대로 쓰지도 않은 천 기저귀는 이제는 작아서 못 쓰고, 어쩔 수 없다 하면서 일회용 기저귀를 죄책감을 느끼며 쓰고 있다. 살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으로 사는 것이기를 바라면서. 



작년 12월 30일부터 갑자기 따님이 potty에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시댁에서 할머니와 하루를 보내고 오더니 갑자기 시작. 시어머니가 유나가 potty를 썼다고 별일 아니라는 듯 얘기하시는데 그 성공까지 시어머니가 얼마나 인내 있게 시도를 하셨을지 눈에 보였다. 다시 한번 너무 사랑하고 감사한 우리 시엄니.


아직 하루에 한 번 정도 실수를 하고 겨울이기도 하고 뚜벅이 엄마 따라 밖에 나갈 땐 아직 기저귀라 완벽하진 않지만 potty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에 아주 기뻤던 작년의 끝과 올해의 시작. 아직 필요한 그 타이밍을 놓칠 때가 많아 potty 쓸래? 하고 계속 물어봐야 한다. 필요 없다고 하다가 1초도 안 돼서 실수를 하면 진작 필요한 것 같아 물어봤고 쓰랄 때 썼어야지!!!! 하고 화가 끓어오르는데 언제나 부드럽고 인자하고 보살님 같은 엄마 까투리보다도 못한 나. 나는 아직 멀었다. 엄마는 어찌 하리오. 


6. Playgroup, Bookbug, Dance class, Panda club, 한글학교 그리고 Nursery 지원

아직도 꾸준히 다니는 한 시간 반짜리 플레이 그룹과 책벌레 수업. 한텀 쉬었다가 다시 등록한 춤 수업. 


제일 좋아하는 수업인 아빠와 함께 가는 스포츠 센터에서의 Panda club. 자기가 panda club girl이라며 자랑스러워하는 따님. 


그리고 매주 금요일 에든버러 (나는 보통 에딘버러라고 쓰는데 맞춤법 검사 의하면 모든 자음 앞의 [d]는 '드'로 표기합니다. 정말로?)에서 열리는 한글학교까지. 


따님은 아직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아닌 보호자와 있어본 적 없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이 엄마 껌딱지이다. 이전엔 그 사실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감사하다. 


나의 따님은  오래 관찰하고 나서 open 하는 성향인데 그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그에 맞게 키워주고 싶다. 따님이 한 발짝 뒤에서 관찰을 하며 자신의 속도로 받아들이는 것도 귀엽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것도 귀엽고. 다행히 금방 선생님들을 좋아하고 잘 따르니 처음으로 떨어져 시간을 보낼 Nursery가 너무 걱정은 안 된다. 최고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따님이 4개월이었을 때부터 나가던 Bookbug 수업이 열리는 곳이 1,2 지망으로 지원한 Nursery인데 되면 참 좋겠지만 안되면 또 지구가 멸망하는 것은 아니므로...


아 육퇴 하고 바로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빨리 재미있게 흘렀다. 역시 기록은 재미있다. 따님의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아직 내키지 않는다. 인스타에서는 아는 사람들 하고만 공유를 하니까 별 거부감이 안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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