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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여 Feb 05. 2020

나 디자이너예요?

내가 무슨 일을 했었냐면요...

나는 디자이너다. 그라픽 디자이너고, 편집디자인을 주로 한다. 내가 무슨 일을 했었냐면요... 


내가 했던 일

런던에 있는 모노클이라는 잡지의 인 하우스 (In house) 디자이너.


Art department

크리에이티브 다이렉터와 아트 다이렉터, 디자이너, 사진팀 그리고 제품 디자인팀이 소속된 부서. 나는 인턴으로 시작해서 프리랜서, 주니어 디자이너, 디자이너, 시니어 디자이너로 퇴사까지 약 6년의 시간을 보냈다.

저 자리에 수년간 앉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인턴 마지막 날

잡지사 디자이너가 하는 일?

편집자와 (editor) 기자와 (writer), 서브 에디터 (sub editor)와 광고팀 (advertising team)과의 협업으로 아트팀은 모든 데이터 (data)를 시각화시키는 것이 업무.


Editorial design

매월 출간되는 잡지의 페이지 디자인, 잡지 외 여행 가이드 등 출간되는 책 페이지 작업.


Art direction

스틸라이프 (still life) 등이 필요할 때사진팀과 협력하여 아이디어 제시부터 진행 촬영까지 진행시킴. 애드버토리얼 (advertorial, 광고 advert와 editorial의 합성어로 광고와 일반 기사 페이지의 중간) 기획과 진행.


Production & talent management

기사에 필요한 일러스트레이션을 맡은 일러스트레이터를 발굴하여 외주 작업 주고 관리. 커미션 commission 준다고 함.


보통의 하루

광고팀이 잡지 페이지를 광고주에게 애드버토리얼로 팔거나 팔 수 있게 애드버토리얼 작업, 그리고 제시간에 파일을 받을 수 있도록 일러스트레이터 외주 관리, 보통 막판에 밀려오는 일감이지만 기사, 사진 등이 준비된 경우엔 잡지 페이지 작업. 그리고 팀 웍!

크리에이티브 다이렉터의 커버 아이디어 테스트 중
이렇게 최종 커버


보통의 한 달

프로덕션 주 (production week 혹은 press week)를 향해 모든 나머지 주가 움직인다. 프로덕션 주가 끝나면 조용해졌다가 다가올수록 점점 미쳐가는 분위기. 프로덕션 주에는 아주 특별한 경우 아닌 이상 휴가를 쓸 수 없으며 병가도 내기 힘든 주.

그래도 바빠질수록 술도 잘 나오고


매년

연말 보너스를 기대하며 다른 회사들보다 열흘 정도 더 길어 좋은 크리스마스 휴가만을 향해 달림.

여름마다 항상 열렸던 summer fayre 에선 폴라로이드 사진도 찍어주고
겨울마다 열리는 Christmas market에서는 산타 옆에서 폴라로이드 사진 찍고


회사생활의 하이라이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도서 박람회에 출장 다녀온 것. 시장 조사하고 새로운 일러스트레이터들 찾아오겠다며 보내달라고 회사에 요청해서 간 자진 출장에서 그 규모에 놀라고 너무나도 크게 활발히 움직이는 책 시장에 가슴 벅찼던 경험.


육아휴직 끝나고 바로 퇴직을 하였으니 마지막으로 회사로 출퇴근한 것이 2017년 3월, 벌써 3년 전 이야기다. 제일 그리운 것은 하루, 한 달, 매년 끝에서 뭔가 했다는 그 성취감. 성취감 뒤에 따라오는 월급. 


잡지회사의 가장 컸던 매력은 매월 노력의 결실을 내 눈앞에서 넘겨볼 수 있는 잡지로 받아 보는 것이었다. 그라픽 디자인 내에서도 그 분야와 하는 일이 너무 다양하고 많아 나한테 무슨 디자인 해요?라는 질문을 하면 나는 편집디자인을 했었고/한다고 말하는 게 제일 정확한 답변이다. 요즈음엔 워낙 웹과 앱에 기반을 둔 UX/UI 디자이너들이 넘치고 런던이 아닌 이 곳에선 UX/UI 분야 구인구직이 워낙 활발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디지털 분야를 파야하나 생각도 했지만...


난 종이가 좋다.

계속해서 창작하고 싶다.
책, 잡지 등의 출판물 작업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널리 알리고 나누고 싶다.
재능을 발견하고 널리 알리고 싶고 키우고 싶다.


다행히 나와 잘 맞았던, 이제는 미국에 정착한 옛 동료에게서 일을 받아 일 년에 세네 번 정도 프로젝트를 받아서 진행하나 가끔 있는 일이라 그런가 (월급이 없어서 그런가) 화면으로 끝나는 결과물이라 그런가 아직 목이 마르다.


이제 따님도 많이 컸고 너서리도 곧 시작하니 시간도 확보되겠다, 좋아하는 친구와 타이밍, 방향이 맞아서 같이 서로 하고 싶었던 일을 깊게 파고 들어가려고 몸풀기를 하고 있다. 금전적인 보상도 같이 따라오기를 바라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첫 글로부터 약 3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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