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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여 Feb 18. 2020

32개월 차 따님

이렇게 하나 둘 혼자 스스로

벌써 시간이 이렇게 또 빨리 지나가 작성하는 32개월 차 따님 기록.


1. Potty please!

31개월 차 따님에게는 계속 포티 (potty) 쓸래? 하고 물어봐야 하고 그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필요할 때 알아서 포티가 필요하다며 화장실로 쪼르르 달려간다.


슬슬 밖에 나갈 때도 짧은 거리는 기저귀 없이 나가기 시작하였고 기저귀를 차고 있어도 포티를 쓰려고 한다. 아직은 큰 변기 사용을 싫어하여 포티를 바리바리 싸가지고 다닌다. 별로 큰 짐도 아니고 밖에서 기저귀 도움 없이 볼일을 본다는 것에 나는 큰 만족 중.


따님이 쓰는 포티는 Pourty라는 제품. 시엄니가 두 개 사서 우리 집에 하나, 시댁에 하나 구비 중.


*아래 내용은 더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2월의 둘째 주는 태풍과 눈보라, 비바람 하루 종일 변화무쌍한 날씨에 집에 있는 날이 많았다. 어느 날 안절부절 하루 종일 화장실을 왔다 갔다 포티에 앉았다 일어섰다 한다. 나는 자꾸 볼일 안 보면서 앉았다 일어섰다 한다고 짜증을 픽 냈는데, 자기 직전에 목욕 전에 드디어 포티에 응가 성공!


아 그런 거였어, 익숙하지 않은 포티에 처음으로 응가를 하려고 아이 나름대로 준비 중이었던 건데...


두 덩이를 끙끙 싸고 나서 하는 말이 This is mommy 똥 and this is baby 똥! 우리 부부는 따님이 너무 장하고 기특해서 그 첫 순간을 박수를 치면서 즐거워했다. 그러니 좋아하며 daddy 똥을 싸겠다며 포티에 또 앉는 귀여운 따님. 이렇게 아이의 속도를 이해하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면 너무 잘하고 우리를 웃게 만들어 주는데 엄마는 너무 엄마의 속도대로만 사느라 너에게 소리 지르고 짜증 내는 순간이 많은 걸까. 현재에선 늘 잊어버려 돌아보며 미안함으로 덮어버리는 그 반짝 거리는 순간들.


2. 접속사 사용 폭발

말하는 문장이 점점 길어지면서 Actually, Because, But, So를 쓰며 문장을 점점 길게 쓴다. 긴 문장 말할 때 약간 더듬으면서 골똘히 생각하여 계속 이어나가는 게 어찌나 귀여운지.


하루는 따님과 두 달 차이나는 앞집 친구 토마스네 플레이 데이트 가서 간식으로 아이들이 포도를 먹는데 따님은 굳이 거실 아닌 식탁에서 먹고 싶어 했다. 나는 따님에게


"Everyone is having grapes here, can you tell me why you want to move to the kitchen?"

(다들 거실에서 포도를 먹는데 여기서 같이 먹지 왜?)


"I'd like to eat at the table because bacause (한 다섯 번 반복한 뒤) I could drop grapes on the sofa and the carpet."

(소파나 카펫에 포도를 흘릴 수 있으니 식탁에서 먹을래요)


예상도 못핸던 답변에 나는 놀랐고 어찌나 귀엽던지, 바로 식탁으로 가게 해주었다. 요구가 들어져 행복했던 따님과 졸졸 따라온 토마스. 둘은 식탁에 앉아 까르르 웃으며 포도를 맛있게 먹었다.


나는 이렇게 아이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 따님의 대답은 우리를 웃게 만들 때가 많고 따님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 같아 좋다. 그리고 언어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더 길어지고 구체적으로 되는 따님이 대답에 뿌듯하고 감탄할 때가 많다.


따님에게 질문을 더 하게 된 계기는 따님이 2살을 넘기며 마의 순간을 거쳐가던 그 과정. 원래 다른 생명과 함께라는 것이 늘 쉽지만은 않은 법인 것을 알지만, 육아가 힘겹고 버거운 고비가 밑 물 썰물처럼 왔다 갔다 하는 그 과정에서 너무 오랫동안 기분이 바닥을 쳐서 의사를 찾아가 나의 정신건강을 위한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해 준 의사는 두 딸을 둔 싱가포르에서 온 의사로 그녀는 나의 상황 (아시아 국가, 아시안 부모 밑에서 자랐으나 모국 아닌 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그곳에서 가족의 뿌리를 내려 처음으로 부모역할을 하는)을 정확히 짚어 잘 이해해 주었는데, 자기의 두 딸에게 쓰는 자기의 방법이라며 아이들이 억지를 부리거나 떼를 쓸 때에 대한 팁을 주었다.


그것은 바로 아이에게 아이 자신의 요구/행동에 대한 세 가지 이유를 묻는 것. 아이는 그 이유를 말하며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고 어른들은 밀려오는 화와 짜증에서 벗어날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서로에게 좋은 방법. 물론 언어구사가 되는 좀 큰 아이들에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우리는 이유를 절대 모르겠는 끝이 없는 투정을 부리고 자기가 먹고 싶은 초콜릿을 아침으로 못 먹게 하자 엄청난 짜증을 부리는 따님에게 우리 부부의 인내심은 빨리 바닥을 드러내 의사의 팁대로 질문을 할 기회가 일찍 찾아왔다.


"Yuna, give me three reasons why you want this."

(따님, 이것을 원하는 너의 세 가지 이유를 말해주렴)


"Mommy, daddy wants three raisins."

(엄마, 아빠가 건포도 세알 먹고 싶대요)


우리는 웃음이 터졌고 바닥난 인내심은 금방 회복이 되었다. 그 후로 계속 쓰는 이 방법은 세 가지 합당한 이유를 듣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쨌거나 효과가 아주 좋다.


3. 혼자노는 시간이 눈에 띄게 길어짐.

새로운 환경에서 관찰 시간이 길고 적응 때까지 엄마에게 많이 매달려 있는 따님은 집에서 놀 때도 엄마를 항상 곁에 두고 싶어 하고 엄마를 놀이에 같이 두고 싶어 하는 경향인데 그나마 나에게 떨어져도 괜찮아하는 상황은 티비를 볼 때나 스낵을 먹을 때 그것도 내가 눈에 안 보이면 싫어하고... 그래서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이 꽤 고생스러운데 예전에 사고 잠깐 가지고 놀다가 위험 요지가 보여 숨겨 놓은 플레이모빌 (playmobil)을 꺼내서 주니 너무나 잘 가지고 논다. 내가 열심히 모았던 심슨가족 레고도 잘 가지고 논다. 요즘엔 심슨가족들 머리를 똑똑 떼어내는데 재미 들린 알 수 없는 따님.


요즘 즐겨하는 따님이 놀며 남긴 흔적을 사진으로 남기기. 놀고 난 흔적에 따님의 성격이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서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정글북에서 나오는 코끼리 무리를 좋아하는 따님, 자신도 코끼리라네.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먹는 엄마, 아빠, 따님 개구리. 따님 개구리 눈이 반 감겼네.
아빠 옆에 (금발머리) 엄마, 엄마 무릎 위에 따님이라 심.
동물 줄줄이 세우기, 나름 규칙이 보여서 재미있다.
여전히 공룡 사랑 ing, 엄마 공룡 위에 아기공룡.


따님의 장난감 90%는 중고이고 대부분이 동네 차리티 숍에서 산거나 시댁으로부터 물려받은 남편의 장난감들이다. 이렇게 대대로 물려받을 수 있으니 참 좋다. 이렇게 미니멀 라이프는 저 멀리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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