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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여 Mar 11. 2020

스코티시 김치 담그기

현지 재료로 쉽게 깍두기 담가먹기!

누군가가 한국이 그립지 않냐고 물으면 나의 대답은 늘 세 가지 F가 그립다고 한다. 그것은 Family 가족, (old) Friends 옛 친구들 그리고 Food 음식.


영국 음식은 맛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난 사실 영국 음식 러버... 영국식 인도 음식은 너무 사랑하고, 여기서 만나는 일본, 태국, 중국 모든 음식을 다 좋아하니 음식엔 큰 불만 없이 잘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 음식을 아무리 맛있게 먹어도 20년간 먹고 자란 게 김치와 밥이라 그런지 갈증이 해소 안 되는 느낌, 그럴 땐 김치로 뻥 뚫어줘야 한다. 그럴 때 너무나도 그리운 우리 엄마가 최고 맛있게 담그는 국물김치, 차가운 국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면 속이 너무 편해지는 너무나도 행복한 그 맛.


점점 높아지는 인지도가 느껴질 만큼 김치는 잘 알려져 있기에 영국에서 김치를 구하는 것은 쉽다. 영국 곳곳에 널린 한국 수퍼나 아시안 수퍼에서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김치와 직접 담가먹을 수 있는 재료를 팔고 에든버러 시내의 대부분 수퍼마켓에서도 무와 배추를 구할 수 있다. 아시안 수퍼까지 나가는 것이 어려울 땐 저 아래 잉글랜드 코리안타운에 있는 큰 한국 수퍼로부터 김치를 주문할 수도 있고 심지어 김치를 직접 담가 배송해주는 회사도 있지만,


사 먹는 김치는 또 너무 아쉽다. 500g짜리 한봉 다리는 찌개 하고 반찬으로 먹으면 하루 이틀 만에 끝나지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를 먹고 자라서 그런지 젓갈이 들어간 김치가 별로일 때도 있고...


그래서 수고스럽지만 꾸준히 담가 놓는 방법이 제일 좋다. 에든버러에는 한국수퍼가 없지만 우리나라 무처럼 굵은 무가 아니라 Mooli라고 불리는 일본식 길쭉한 무와 Chinese leaf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배추의 3분의 1, 4분의 1 크기 정도 되어 보이는 알이 작은 배추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우리 동네 수퍼에는 들어오지 않는 슬픈 현실...


하지만 생각도 못했던 재료가 그 자리를 채워주니 그것은 바로 한국말로 적환무라는 래디쉬!


산후조리 도와주러 오셨던 부모님이 가까이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김치를 담가주신 것을 시작으로 입맛에 너무 잘 맞아서 꾸준히 담근다. 우리 세 식구도, 시댁도, 동네 엄마 친구들도 모두 좋아하는 일명 스코티시 깍두기!


레시피는 따라 하기 쉬운 김진옥 님의 레시피를 참고로 한다.


https://hls3790.tistory.com/534


보통 래디쉬나 쪽파 (Spring onions)가 세일을 하면 그날이 깍두기 재료 사는 날. 나머지 재료는 늘 냉장고에 있는 편이라 틈틈이 준비를 해 둔다. 한 번에 다 하려면 따님이 가만히 두질 않을 터.

수퍼에서 사 오는 필수 재료 총집합
요렇게 틈틈이 미리 잘라 준비하면 시간 절약!


동네 수퍼에서 사 오는 필수 재료

래디쉬 - 보통 1500g어치를 사 오는데 유통기한 날짜 임박 세일 해 한봉에 0.23p (300원 정도)

생강 - 마늘 크기로 세알 필요

마늘 - 13개 필요

Spring onions - 쪽파 세 묶음 정도

양파 - 중간 크기 양파 반개

배 - 아주 딱딱하지 않고 약간 물렁한 작은 서양배 하나 다 쓴다.


동네 수퍼에서 사 오는 없어도 되나 있으면 좋은 재료

Red Chillies - 홍고추 3~5개 정도

Red Pepper - 우리나라에선 파프리카? 홍 피망 하나


이 둘은 반드시 한국산. 양보하기 싫어요...!.


꼭 한국산이어야 할

고춧가루

햇소금


따님의 커감에 따라 협조를 잘해주시므로 래디쉬 씻는 것을 부탁한다. 다 가지고 노시면 래디쉬를 씻으며 위아래를 다듬는다. 그리고 소금 한 컵을 켜켜이 뿌리고 물을 부어 소금물에 20분 정도 절이기!

따님의 래뒤시 씻기 = 여기저기 물바다 만들기
이 과정이 제일 재미없는...
소금 한 컵
물은 잠길 정도 넣고 20분 정도 절이기. 오래 절일 필요 없다.


이렇게 한쪽에서 무가 절여지는 동안 쪽파 썰고 양념 만들기.


쪽파 준비는 작은 무 일일이 다듬는 것 다음으로 재미없는 준비 과정인데 여기 쪽파는 안에 흙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서 4~5 센티 정도로 썰은 뒤 일일이 다 째서 물로 깨끗이 씻어 낸다. 무와 파 준비만 다 되어도 제일 큰 두 고비 넘은 느낌. 사실 이거 두 가지 하기 귀찮아서 깍두기 공급이 끊길 때가 가끔 있다.


양념은 한꺼번에 재료를 다 집어넣고 하면 블렌더가 힘들어하므로 고춧가루를 제외한 재료를 넣고, 설탕, 소금 두 숟가락씩 넣고 먼저 휘리릭 간다. 액젓은 안 넣으므로 물 한 숟가락도 살짝 넣고.


이렇게만 모여있어도 김치 향이 솔솔. 생강과 마늘의 힘인 듯.
위이잉
고춧가루 들어가기 전 양념. 이렇게만 하면 백김치가 되는 건가?
김치 양념 완성!


무 절임이 끝나면 물에 몇 번 씻어낸 뒤 양념과 함께 버무려 준다. 이때 준비된 파도 다 투하. 맨손으로 버무리면 손이 매우 쓰라리므로 장갑을 끼고 열심히 버물버물.


이렇게 완성된 김치는 실온에서 익혀준다. 익히는 동안 뚜껑 열지 말고 흔들지 말고 한 4일 정도 잘 놔주고 열어보면 공기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온다.


보이나요? 저어기 톡톡 터지는 공기방울이?


이렇게 깍두기가 익으면 시댁에 한병, 내 깍두기 왕팬인 동네 친구 엄마 한병 나눠주고, 우리 몫은 냉장고로. 이렇게 만들어두면 일주일 정도 가는 것 같다. 배추김치를 만들어야 찌개도 끓이고 볶음밥도 먹을 텐데 배추를 대체할 야채는 없는 듯하다. 조만간 또 담가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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