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진짜) 멋 어디까지 알고 있니?
자라온 모국을 떠나 영국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또 디자인을 업으로 하는 나는 여러 차례 내가 나의 뿌리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한국, 중국, 일본을 구분 못 하는 여러 유럽인들에게 내가 얼마나 ‘잘’ 우리의 문화를 설명해 줄 수 있는지, 나의 뿌리를 물려받은 아이에게 전래동화를 읽어주며 왜 많은 전래 동화에 도깨비와 호랑이가 나오는지, 시각디자인의 축제라고도 하고 싶은 올림픽에 대한민국은 왜 호랑이를 마스코트로 삼았는지, 나는 이에 대한 지식에 굉장히 목말랐다. 이 갈증은 최근에 우리의 민화와 민화에 나오는 여러 동물, 호랑이를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더욱더 커졌는데, 그때 눈에 번뜩 들어온 이 아름다운 책.
나의 갈증을 해소시켜준 고마운 이 책은 건축가이자 꿋꿋이 민족문화의 모태를 찾아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민예 운동가 조자용의 저서 ‘우리 민족의 모태를 찾아서’라는 책이 20년 만에 다시 손질되어 나온 개정판이다.
나는 한반도를 떠나 미국으로 유학 가는 젊은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넓은 세상으로 나가겠다며 유학길에 오른 나의 지난날을 생각하였다. 내가 유학길에 올랐던 2007년과 거의 모든 것이 다 달랐을 1947년, 젊은 조자용은 미국으로 유학길을 올랐고 그도 미국에서 나처럼, 아니 비교도 안 될 만큼 훨씬 더 많이 자기 민족 문화의 정체성, 그 뿌리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되었을 거라고 상상한다.
양부모 문화권을 탈출, 생부모 문화를 찾아 헤맨 문화적 고아의 뼈저린 일기장이라고 고하는 그의 표현이 어찌나 와닿던지, 한 나라의 문화는 그 나라의 국력이며 정체성인데 1940-50년대와 비교하여 지금 2020년대 우리는 얼마나 우리를 잘 알고 있는가? 아직도 우리의 깊고 오랜 문화는 밖에서는 중국, 일본 문화 사이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안에서는 권위주의와 사대주의 문화관 속에서 잘못 습득된 지식의 독소가 여기저기 묻어있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우리 문화의 모태를 찾는 일을 멈추지 않은 그의 노력에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이제 내 아이에게 우리의 도깨비에 대해 더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겠다. 이렇게 우리의 호랑이를 더 잘 이해하고 작업 중인 나의 호랑이 판화를 보니 오랜 세월 한민족과 함께한 신묘한 호랑이가 보인다.
다가오는 호랑이해, 호랑이띠 디자이너인 내가 우리의 신묘한 호랑이를 이 세상에 잘 풀어놓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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