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파도에서 노를 잘 저어가자.
바람 불고 비가 날리는 우중충한 금요일, 고마운 시댁의 도움으로 따님을 하루 종일 맡기고 나는 오랜만에 자리 잡고 앉아 들어온 일을 한다. 일이 아직 바쁘게 진행될 단계가 아니라 여유도 있어 이렇게 다른 길로 새서 글도 적고.
한국에서 5주 반이라는 길고도 짧았던, 다이나믹한 시간을 보낸 후 돌아왔다. 연초에 떠나서 그런지 올해의 시작이 스코틀랜드로 돌아오고 나서 시작된 것 같다. 이제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삼월말!
한국에 가면 꼭 남들의 시간은 흐르지만 나의 시간은 안 흐르는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어중간하게 지내는 어중이떠중이 같은 시간과 공간의 한국.
그럴 때 더 깊어지는 인생에 대한 고뇌! 한국에 있을 때 수첩에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가 추구하는 나의 삶의 방향은 어디로 인지 적어보았다. 현실로 돌아왔으니 이제는 실천을 해야 할 때이지.
- 자연 속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삶 (zero waste 까지는 못하면 최대한 친환경 선택하기)
- 자급자족 life with my 여보 (빵 만들기, 옷 지어 입기, 정원 가꾸기)
- 좋은 것을 보고 즐기고 좋은 것을 먹기
- Good portfolio: 나의 old boss 미샤처럼 오래오래 즐겁게 일하는 할멈이 되기를
- 꾸준히 공부 하기 (나를 설레게 하는 건축과 역사)
- 꾸준히 손을 쓰기 (니팅, craft)
- 꾸준히 책 읽기
- 꾸준히 요가하기
- 욱하지 않는 나, 엄마, 아내가 되길. (PMS 조심)
- 따님이 언제든 돌아와 안길 수 있는 엄마
요가를 시작한 지는 겨우 5일째이지만 효과는 정말 굉장한 것 같다.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의 어긋남을 바로 잡아주는 느낌이랄까.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에 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가 어쩔 수 없이 남의 시선/평가를 의식하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 잘 업데이트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의 기록을 보는 것에는 정말 많은 시간을 쓴다. 브런치는 그나마 글 위주라 책 읽는 느낌이라 불편한 마음이 덜 한 곳. 이곳에 내 기록을 얼마나 남길 수 있을까.